전문가칼럼

재개발재건축 조합설립인가 취소 시 등 매몰비용 부담 주체
작성자 : 김은유     등록일 : 2019.08.23     조회수 : 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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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조합설립인가 취소 시 등 매몰비용 부담 주체

 


1. 문제의 제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0, 21, 22조에 의거하여 소위 출구전략이 시행되어, 정비구역이 해제됨에 따라 추진위원회구성승인 또는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경우 소위 매몰비용(그간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사용한 돈)은 누가 부담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다.

 

매몰비용은 1차적으로는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 이들은 돈을 빌린 주체이므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추진위원회나 조합은 소위 페이퍼컴퍼니로서 변제할 재원이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변제하지 못하는 경우 2차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가 문제이다.

 

사업 추진에 동의하거나 아니면 해산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가 개인재산으로 변제를 해야 하는 것인지, 정비구역을 지정한 공공이 부담해야 하는지, 시공자 등 채권자가 부담하여야 하는지 등이 문제된다.

 

2. 법적인 논란의 정리

 

매몰비용에 대해 최종적인 부담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법적 논란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총회 결의가 없는 한 토지등소유자 개인 책임은 없다는 견해이다. 추진위나 조합이 총회를 정식으로 개최한 후 비용 분담을 결의하고 그 구성원들이 이에 동의한다면 가장 매끄러운 방식으로 비용 정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법 규정에 의해 총회 의결 절차 없이 해산됐다면, 비용 분담에 관한 총회 결의가 없었으므로 별도로 정관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한 토지등소유자 각각에게 이를 분담시키기는 어렵다. 결국 비용을 빌려준 건설사 등 채권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둘째, 해산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이다. 추진위나 조합을 해산하지 않으면 소유자는 위 견해처럼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는 한 개인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해산에 동의한다는 것은 그 청산금 부담도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므로, 해산에 동의한 소유자는 개인재산으로 청산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셋째, 사업 추진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가 개인 책임을 진다는 견해이다. 비용 발생은 결국 사업 추진에 동의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또한 토지등소유자는 정관 또는 운영규정상 출자의무가 있다. 결국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제3자는 추진위나 조합을 대위해 출자의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어 토지등소유자 개개인 재산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넷째, 연대보증을 한 추진위나 조합 임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추진위나 조합이 돈을 빌릴 때 그 임원들이 연대보증을 했다면 그 임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임원들이 연대보증을 한 취지는 사업이 추진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지,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 그 비용 일체를 부담하겠다는 취지로 연대보증을 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무제한적인 연대보증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마지막으로, 공공(제도를 만들은 중앙정부 포함)이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뉴타운은 공공이 주민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지정했다. 결과적으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는 건 사업성이 없는 것을 간과하고 정비구역을 지정한 잘못이 있기 때문에 공공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이다.

 

3. 대법원 판결 선고

 

이에 대해 2019. 8, 14.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그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로 조합이 해산되자, 청산조합은 주위적으로 조합정관 제63조에 의하여 잔여채무분담금을, 예비적으로 조합정관 제34조 제1항에 따른 정비사업비를 각 권리가액 비율에 따라 분담할 의무가 있다면서 조합원들을 상대로 소위 매몰비용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주위적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 조합은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됨으로써 민법 제77조 제1항에 의하여 해산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원고 조합의 해산과정에는 조합정관 제63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조합정관 제63조는 분양받은 토지 또는 건축물의 부담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청산 종결 후 채무 및 잔여재산을 분배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러한 문언 자체에 의하더라도 조합정관 제63조는 준공인가 후 조합을 해산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조항이지 원고 조합과 같이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됨으로써 해산되는 경우에는 채무 혹은 잔여재산의 분배 기준에 대하여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준공인가 후 조합이 조합원으로부터 청산금을 징수하거나 혹은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청산금을 지급하는 절차를 거치므로(59, 60), 청산종결 후 남은 채무 혹은 잔여재산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어, 조합정관 제63조와 같이 단순히 분양받은 토지 또는 건축물의 부담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분배하더라도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고, 이러한 견해에서 제63조에서 일응의 분배기준만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원고 조합과 같이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되어 청산되는 경우 조합 채무의 분담은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므로 만약 이러한 경우까지 포괄할 의도였다면 조합정관 제63조와 같이 일응의 기준만을 제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결국 조합정관 제63조는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조합정관 제10조에서 조합원의 청산금부담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조합정관 제59조에서 청산금을 대지 또는 건축물을 분양받은 자가 종전에 소유하고 있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과 분양받은 대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경우 그 차액을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도시정비법 제57조에서도 같은 의미로 정의되어 있으므로, 조합정관 제10조의 청산금 역시 조합정관 제59조와 같이 해석하여야 하므로, 이 규정을 근거로 원고 조합이 피고들에 대하여 잔존채무부담의무를 주장할 수는 없다. 결국 원고 조합의 잔존 채무의 분담에 관하여는 도시정비법 제27, 조합정관 제70조 제1항에 따라 민법 중 사단법인에 대한 규정을 준용되는데, 법인이 채무를 완제하지 못하는 채무초과상태에 빠지게 되면 이사는 지체 없이 법원에 파산신청을 할 수 있을 뿐(민법 제79) 사원들에게 법인의 채무를 분담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 조합은 피고들(피고 신종환 제외)에게 조합의 채무를 분담하도록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였고,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는적극재산 부족액은 주택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이라고 할 수 없어 조합정관 제34조의 정비사업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조합 정관 제34조는 원고 조합이 사업시행자로서 공법상 지위를 가지고 정비사업을 계속하는 것을 전제로 조합원에게 정비사업비를 부과할 수 있음을 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원고 조합은 이미 설립인가가 취소됨으로써 사업시행자 및 공법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잔존 사무의 처리만이 남게 되었으므로, 이러한 청산사무가 종료될 때까지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고, 조합원 역시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 종전 지위를 유지하며, 조합정관도 그 범위 내에서 효력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정비사업 계속을 전제로 한 조합원에 대한 정비사업비 부과는 청산사무 또는 청산의 목적범위 내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 조합은 조합원에게 조합정관 제34조에 따른 정비사업비를 부과·징수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 조합의 예비적 주장도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없이 이유 없다.라고 판시하여, 조합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2심 법원은 1심 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였고, 다만 추가로 장래이행의 소는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기할 수 있는데, 원고 조합이 청산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상태에서 청산금을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고 하면서, 항소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정관 제63, 10조는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경우 조합원들에게 조합의 잔존채무를 부담하게 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고, 원고 조합의 설립인가가 취소된 이상 정관 제34조에 기해 정비사업비를 부과·징수할 수도 없다는 이유로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는 한편,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청산금을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예비적 청구를 각하하였다. 관련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아니한 부분이 있으나, 원고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이지 아니한 원심의 결론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재개발조합에 대한 조합원의 책임, 정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고 판시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4. 대법원 판결의 의미

 

대법원 판결은 한마디로 매몰비용은 총회의 부과결의가 없는 한, 또는 정관에 명확한 부담 규정이 없는 한 조합원들에게 부담시킬 수 없고, 비용을 대여한 시공자나 정비회사, 설계회사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위 첫째 견해를 따른 것이다).

 

이 판결은 그동안 매몰비용에 대해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9528991, 9818414, 201227728)들이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법인격이 부여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하에서 조합이나 조합을 해산하고자 하는 비대위 사이에 서로 유리하게 해석을 하면서 쟁점이 되어왔으나, 이번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하에서 명확하게 매몰비용 부담주체를 정리한 최초의 판결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로 인하여 시공자나 정비회사, 설계자들이 자금대여를 꺼려하여 조합들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으나, 이러한 견해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시공자들이 돈을 조합이나 추진위에 대여하는 이유는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대여하는 것이므로, 돈을 변제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은 당연히 감수를 하는 것이다. 나아가 매몰비용이 통상 5억원 안팍에 불과하고 대규모 구역이라고 하더라도 100억원을 넘지 않는 상황에서 매몰비용 정도의 위험부담은 시공자 입장에서는 위험도 아닌 것이다. 시공자들은 수주용역비용만으로도 그 정도는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오히려 이번 판결이 선고됨으로 인하여, 매몰비용은 조합원들이 부담하지 않아도 되므로 부담 없이 동의서를 징구할 수가 있게 되어 추진위원회로서는 가장 큰 걸림돌이 해결된 것이다. 통상 비대위에서는 조합설립에 동의하면 나중에 개인재산으로 그동안 쓴 돈 등 매몰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면서 조합설립에 반대를 하여 왔다.

 

그동안 법무법인 강산은 매몰비용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는 주장을 명시적·일관적으로 해 왔다. 심지어 그러한 내용으로 강의한 동영상이 전국 비대위에 퍼져 조합으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기도 하였다. 어찌되었든 이번 판결은 법무법인 강산이 그동안 주장한 바를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 재판을 진행하여 왔고, 무려 3년 만에 대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다.

 

이번 판결로 인하여 매몰비용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은 사라지게 되었다. 앞으로는 재판이 없어지므로 변호사로서는 아쉽지만, 법조인으로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을 선고 받은 것으로 만족한다.


[재건축재개발 총회진행, 임원 선임·해임, 시공자 선정실무]

[법무법인 강산]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김은유

現 법무법인 강산 대표변호사

現 성균관대 건축토목공학부 겸임교수

저서) `재개발·재건축은 전략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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