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WKF | CONTACT | SITEMAP | ENGLISH
홈 > 게시판 > 관련기사


  제목 : [세계 지식포럼 리뷰] 불완전한 인간…정부도 마찬가지   [allforu62]   2010.10.27  

◆ 제 11회 세계지식포럼 / 특별 대담 ⑨ ◆

"북한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넛지는 무엇일까?"

"북한의 새로운 리더인 김정은에게 내 책을 선물해 보면 어떨까요?"

글로벌 초베스트셀러 `넛지(nudge)` 저자인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가 제시한 북한체제 변화를 위한 넛지식 해법이다. 지난 13일 장경덕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과 대담을 갖는 자리에서 세일러 교수는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가장 치명적인 수단은 정보 공개 확대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은 동독 사람들이 서독 상황을 쉽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보 공개 확대라는 넛지를 활용해 북한이 남한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북한을 쉽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리처드 세일러 교수와 장경덕 논설위원 간 주요 대담 내용이다.

▶장경덕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 정부는 전통적으로 권위주의적 개입주의를 채택해왔다. 그러나 최근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부드러운 개입`, 즉 넛지를 강조했을 정도다. 어디까지가 적절한 개입이라고 볼 수 있는가.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개입주의는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당신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당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난 후자를 믿는다. 개입주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의 목표는 인터뷰 약속 장소를 찾는 것이었다. 인터뷰가 지루할 것 같아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 굳이 인터뷰를 하러 이 방에 들어올 필요가 없지만 누구에게도 강요받지 않고 스스로 선택해서 이 방에 왔다. 이건 자유주의다. 또 인터뷰 장소로 올 때 두 명으로부터 길 안내를 받았다. 이건 개입주의다. 둘을 합친 것이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철학이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적 개입주의를 말한다. 자유주의는 선택의 자유를 말한다. 누구도 무엇을 하도록 강요 당하면 안된다.

▶장 위원=한국에서 최근 `공정사회론`이 화두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관점에서 어떻게 사회의 공정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세일러 교수=먼저 공정한 사회에 대한 논의가 별도로 필요하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회는 일정 수준의 평등이 필요하다. 미국의 상위 1%는 지난 25년간 소득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들이 다른 사람보다 두 배 이상 생산적이었기 때문에 소득이 많은 건지 아니면 시스템이 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인지는 정치적 문제다. 하지만 과도한 불평등은 사회ㆍ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를 세금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세금 정책 목적 중 하나는 공정사회 달성이다.

▶장 위원=공정성과 자유는 모순되는가.

▶세일러 교수=모순될 수 있다. 예컨대 내가 당신에게 잘못된 상품이나 헤지펀드를 사도록 이끌어도 되는 자유가 있는가? 대다수 사람은 그 같은 자유는 지나치고 공정하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일종의 사기를 저지르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 위원=부드러운 개입주의로는 휴먼이나 이콘의 변화를 유도하기에 한계가 있지 않는가.

▶세일러 교수=특정 상황에서는 넛지 이상이 필요하다. 예컨대 사기나 살인은 위법이다. 오사마 빈라덴은 넛지할 수 없다. 모든 것을 넛지로 해결할 수 없지만 넛지만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넛지를 시도하고 있다.

▶장 위원=넛지를 나쁘게 쓸 수도 있지 않는가.

▶세일러 교수=넛지는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담과 이브가 왜 금단의 사과를 먹었겠나. 뱀 때문이다. 뱀이 없었으면 이들은 유혹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넛지엔 좋은 넛지와 나쁜 넛지가 있다. 난 책에 사인할 때 항상 `선을 위한 넛지(Nudge for Good)`라고 쓴다. 좋은 일에 넛지하라는 뜻이다. 이익 때문에 갈등에 봉착할 수도 있지만 일반기업들도 선을 위한 넛지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 나는 한 레스토랑에 자주 간다. 그 레스토랑이 건강에 좋은 음식을 내놓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어떤 곳에서는 살이 찌고도 남을 만한 빵을 내놓는다. 빵 굽는 구수한 냄새를 이기지 못하고 소비자들이 가게에 발을 옮기게끔 하고 결국 빵을 사도록 만든다. 이는 선을 위한 넛지가 아니다.

▶장 위원=그렇다면 금융시장 규제 강화 같은 것이 필요한가.

▶세일러 교수=규제가 항상 답은 아니다. 대신 나는 정보 공개(disclosure)를 강조한다. 정보 공개는 소비자를 이콘으로 만들어 주고 규제자가 리스크를 더 잘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때 월가 최고경영자들은 그들의 회사가 얼마나 많은 리스크를 안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만약 그들이 규제자에게 레버리지나 리스크 등에 대해 말했어야 했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문제는 규제자도 휴먼이기 때문에 CEO가 자신의 회사에 대해 잘 몰랐다면 규제자도 잘 모르기는 매한가지란 점이다. 이처럼 휴먼인 규제자가 문제를 항상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믿음이다. 정보 공개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 위원=고든 게코는 탐욕은 좋은 것(Greed is good)이라고 했다.

▶세일러 교수=야심(ambition)은 좋지만 탐욕(greed)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많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넛지를 쉽게 쓰는 것이 내가 탐욕스럽기 때문인가? 이때 탐욕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다.

▶장 위원=기업 경영자에게 탐욕이나 야심이란 단어를 얼마나 권장해야 할까.

▶세일러 교수=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문제다. 예를 들어 결혼할 때는 이혼 가능성이 없다고 가정한다. 현실은 어떤가? 그러나 야심은 필요하다. 내가 처음 행동경제학에 발을 들여놨을 때 주위에서 뜯어 말렸지만 스스로 재미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선택했다.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실패를 경험한다. 삼성, LG와 같은 굴지의 기업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시도를 안 해서는 되겠나? 시작을 하지 않고서는 삼성도, LG도 될 수 없다.

■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행동경제학 학자로 꼽힌다.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코넬대와 MIT를 거쳐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내에 소개된 주요 저서로는 `넛지` `승자의 저주` 등이 있다. 시장 효율성을 믿는 주류 경제학은 인간을 호모 이코노미쿠스(이콘ㆍ합리성에 기반한 경제적 주체)로 가정한다. 그러나 현실 속 상당수 인간은 집값이 뛸수록 더 오를 것이라고 믿고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비합리적 존재다. 이 때문에 세일러 교수는 합리적 인간을 의미하는 `이콘`의 세계가 아니라 술도 마시고 실수도 하는 `휴먼(인간)`의 경제를 연구한다. 휴먼에게는 팔꿈치로 꾹 찔러주듯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넛지의 도움이 필요하다. 물론 이 같은 도움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전면적인 개입을 뜻하는 건 아니다. 그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를 통해 훨씬 더 나은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리 = 박대민 기자 / 임영신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EO들 “세계지식포럼 다양한 의제와 석학들 식견 돋보여”
[MK뉴스 베스트 트윗] 세계지식포럼 긴 여운…10대 메시지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