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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세계지식포럼 리뷰] 폴 크루그먼, 속내를 털어놓다   [allforu62]   2010.10.21  

경기 회복 기대감 속에 상당수 비관론자들이 낙관론으로 속속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여전히 글로벌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3일 세계지식포럼 현장에서 정운찬 전 총리와 대담하는 자리에서도 그는 미국 경제가 커다란 경기정체(Great Stagnation) 상황에 빠져 있다고 규정하고 대대적인 양적 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미ㆍ중 간 통화 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정 전 총리와 크루그먼 교수의 대담 내용이다.

▶정운찬 전 총리=1930년대 초반 대공황(Great Depression)을 본떠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을 대침체(Great Recession)로 정의하는 경제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폴 크루그먼 교수=2008년 9월 이후 글로벌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회복 신호도 감지되고 있는 만큼 대침체라기보다는 대정체(Great stagnation)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정 전 총리=최근 미국 경제 상황이 궁금하다.

▶크루그먼 교수=재앙(catastrophe)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성장은 주춤거리고 있고 일자리 창출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본격 회복세로 접어드는 데 실패했고 경기 회복을 지지할 수 있는 버팀목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정 전 총리=어떻게 미국 경기 침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크루그먼 교수=경기 회복을 자극할 수 있는 대규모 통화ㆍ재정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을 장기간 유지한다면 최근 어려운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시기를 놓치면 영영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대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경한 공화당원들은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미 경제는 되돌리기 힘든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

▶정 전 총리=나도 프린스턴대 출신 다른 경제학자들처럼 `케인시안(케인스학파)`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가 주장하는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 조치가 제대로 작동할지 솔직히 의문이다. 몇 년 전 일본에서도 비슷한 회생정책을 썼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크루그먼 교수=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은 결코 양적 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적이 없다. 양적 완화 정책을 취하다가도 경기가 좋아지는 듯하면 곧바로 정책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양적 완화 정책 효과가 강력하지 않았다. 양적 완화 정책을 일관성 있고 대규모(consistent & large)로 시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다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정 전 총리=양적 완화 정책을 개인적으로 선호한다. 그러나 달러를 계속 찍어내 달러값이 급락하면 달러로 결제되는 원자재 가격이 본질과 관계없이 폭등하는 등 가격체계(price system) 왜곡현상이 발생할까 걱정스럽다.

▶크루그먼 교수=그렇지 않다. 시장이 기능을 못 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린다고 해서 기존 가격 시스템이 파괴되지는 않는다.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 전 총리=그렇다면 앞으로 글로벌 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까.

▶크루그먼 교수=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당분간 수요 부족, 투자 감소, 디레버리징(차입 축소)과 그에 따른 모순(패러독스)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디레버리징 패러독스`란 경제 주체가 모두 빚을 줄이는 데만 매달릴 경우 수요기반이 무너져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신흥국에서는 매우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이다. 경제기초체력(펀더멘털)이 튼튼한 신흥국의 경우 내수가 확대되는 한편 해외 자본도 유입되면서 경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화폐가치 절상 압력에도 아시아 국가들은 번성할 것이다.

▶정 전 총리=중국의 환율 정책에 대해 논의해보자. 위안화가 얼마나 낮게 평가돼 있다고 보나.

▶크루그먼 교수=중국이 더 이상 환율을 조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위안화가 통상 15~20% 평가절하돼 있다고 말하지만 얼마만큼 평가절하돼 있는지 알 수 없다. 정확한 통계자료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고 보는가.

▶크루그먼 교수=달러 외 통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있다. 현재 중국 시장 크기와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일본과 비슷하다. 미ㆍ유럽 시장 규모와 맞먹을 날도 머지않았다. 그러나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일은 먼 미래에나 가능하다. 유로화도 달러와 가치는 비슷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그 중요성은 떨어지지 않나.

▶정 전 총리=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선행돼야 하나.

▶크루그먼 교수=우선 사람들이 자유롭게 위안화를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런던이나 뉴욕에 계좌를 개설하는 것만큼이나 자유롭게 중국에 계좌를 개설하거나 펀드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위안화를 꼭 보유해야 할 만큼 중국 교역 규모와 GDP가 커져야 한다.

▶정 전 총리=오바마 정부가 조만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할 것으로 보는가.

▶크루그먼 교수=한ㆍ미 FTA 비준이 미국 내 정치적 문제로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오바마 정부가 한ㆍ미 FTA를 비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치적 이슈 때문에 언제 비준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오바마 대통령이라면 한ㆍ미 FTA를 비준하지 않을 것이다. 한ㆍ미 FTA는 미 내부 갈등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한ㆍ미 FTA로 미국이 얻는 부분도 있지만 고용6측면 등에서 손해를 보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11월 11일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G20가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가.

▶크루그먼 교수=G20가 G7ㆍG8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솔직히 캐나다와 중국 중 어느 나라가 현재 더 중요하겠나. G20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이처럼 모두가 위기를 느끼던 시기에는 G20가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위기 후 현시점에서 G20를 통한 글로벌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최대 이슈인 중국 문제도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서울 G20는 결국 실망스러운 회의가 될 것이다.

[정리 = 이소아 기자 / 문희철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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