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서울교대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제가 이렇게 메일을 보내 드리는 이유부터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제 소속에서부터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철밥통과 비교적 여유로운 직장 생활이라는 장점으로 무장해 곧 일등 신부감의 영광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일등 신부감의 위상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죠? 제가 지금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위상과 조금은 관련되어 있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많은 신문으로부터 ‘영어교육’ 및 ‘교육’과 관련된 기사를 읽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교육이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 초등교원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워야 하더군요. 전공과목(초등은 10여 과목, 중등은 전문과목)은 물론이며, 교육역사, 교육 철학, 교육사회학, 교육 행정, 교육법……. 이러한 것들을 모두 배워야 하는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이러한 것들이 교원을 선발하기 위한 시험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 교사에게 필요한 지식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자(2008.1.29) 신문 기사를 보니 ‘영어전용교사’를 별도로 선발할 뿐더러, 영어에 능통한 고학력 주부층을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는 방안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경우 당연히 연수는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난날을 생각해 보십시오. 불과 십여 년 전에 초등에서 부족한 교사를 임시방편으로 중등에서 모셔온(?) 적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과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을 비교해 보십시오. 또 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 중학교 2학년 학생, 고등학교 학생을 비교해 보십시오. 제게는 초등학교 1학년 아동이 6학년 아동이 어느새 중학교 2학년이 되고, 또 고등학생이 된다는 것이 까마득하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그 사이에 학생이 발달되는 학습능력의 차이가 크고, 또 거기에 따른 학습방법이 다르다는 것이 많은 교육학자들의 의견입니다. 그런데 중등 교원 자격자를 초등학교로 모셔왔으니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요.

(위와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교과의 내용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가르칠 수 있는 것인데 누가 가르친들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는 의견을 주장하는 분들께는 직접 아이에게 초등학교 교과의 내용을 가르쳐보시길 추천합니다. 공식 암기가 아닌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말이죠. 직접 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실 대부분의 어른들조차 공식이나 주입된 지식으로 인해 무엇이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조차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라는 말이 ‘영어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고 응용되었더군요. 이 말은 지극히 옳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교사의 질이란 단지 영어 회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 회화를 잘한다고 해서 교실에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상황을 아이들에게 제시해 줄 수 있나요? 그들이 주어나 형용사, 동사와 같은 지극히 문법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영어를 가르칠 수 있나요? 평균 35명이 한 학급인 현 실정에서 개개인의 아동의 수준에 맞추어 말하기 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그들이 알고 있나요? 제가 언급한 것들은 교육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교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것과 실제 3번의 수업 실습을 통해 깨달은 것들 중 일부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것들이 단 몇 개월 연수를 통해서 익힐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말하신다면 중등에서 초등으로 교원자격자를 모셔왔던 일례의 결과가 어떠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영어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영어 능력을 향상 시켜야하고, 누구나 좋은 직업을 갖고자 하고, 그 직업을 갖기 위한 수단으로 영어가 필수적이라면 이러한 국가 ․ 사회 ․ 국민의 요구를 반영하여 당연히 공교육에서 챙겨야할 것이지요. 하지만 그 방법은 잘못되었습니다. 교육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 지도자의 신념에 따라 바뀌어야하는 정치의 일부분이 아닙니다. 그리고 한 번 잘못된 교육 정책의 희생자 즉, 학생들은 재교육의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아주 신중해야합니다. 교육 정책의 직접적인 대상이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되었다고 다 밀어버리고 다시금 차곡차곡 기초를 다지는 것이 불가능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당장 영어교육에 필요한 인재가 필요하다고 임시방편으로 일반인 중에서 고학력에 영어 회화 능력이 우수한 사람을 무턱대고 선발하는 것은 많은 정치인들이 그러했듯이 훗날의 일을 책임지지 못할 정책입니다. 차라리 조금 여유를 가지고 접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용적인 영어 교육을 위한 제반 시설과 교원 양성부터 먼저 시작해야합니다. 물론 기존 교사들의 재교육을 병행해야겠지요. 교대와 사대에 원어민은 105명 배치한다고 들었습니다. 서울교대 재학생만 2200명입니다. 그리고 전국에는 10여 개의 교대가 있고, 사대까지 합한다면 그 수는 원어민 105명만 가지고는 해결이 되지 않겠지요. 그러나 2009년에 계약직 영어 교사를 500명 채용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대신 교대와 사범대 학생에게 철저하게 영어교육을 시켜주십시오. 교대와 사대에서 영어교육이 철저하게 된다면 1년에 교원자격증을 가지고 졸업하는 사람의 수만 따져도 몇 년 안에는 교육 현장에서 말하기 중심의 영어 교육을 해낼 수 있습니다. 제발 신중하게 결정해 주십시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보면 준비된 수업과 잘 정교화되지 않은 수업은 처음부터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면 수업의 방향을 잡아주는 교육 정책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습니까? 빨리 시작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를 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다가와 주십시오. 아이들은 생각보다 어른스럽고, 또한 생각보다 여립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매우 신중한 분이라는 말을 매체를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언론이 그의 행동과 정책에 적절한 피드백을 해주십시오. 부디 정확히 알고, 정확히 판단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