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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호장 작성일 2017-12-04 14:19:09 추천 0 조회 71
제목 비정규직 철폐, 민간기업으로 확대엔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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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공식적인 첫 외부 행보가 비정규직 철폐의 첫 단추를 끼우는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의 일환으로 인천공항공사에 방문한 것이었다. 또한, 새 정부 들어 노사정 위원회에서 합의한 내년도 최저시급의 상승 폭을 보면, 2020년까지 최저시급 1만 원의 시대가 충분히 도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새 정부의 행보를 보면, 이번 정부가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느낄 수 있다.

비정규직은 공정성 측면에서 시급히 철폐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데, 어떤 직원은 정규직으로 정규직만이 누릴 수 있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의 안정성과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및 진급의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어떤 직원은 비정규직으로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고, 대부분 인센티브나 진급의 기회가 없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을 다르게 처우한다는 것은 같은 인간으로서 존엄할 권리를 가져야 하는 큰 시각에선 매우 불공정하다.

그런 시각에선, 정부의 방향대로 기업이 사업장 내 근무하는 상시, 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윤창출이 궁극적 목적인 민간기업의 입장에서는 업무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대체 가능성이 높으며, 현재 업무의 영속 가능성이 낮은 경우 계약 기간을 정하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이 기업이 핵심가치에 좀 더 역량을 집중하고,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해고가 법적으로 금지된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해고 자유도가 사실상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고용의 유연성이 매우 낮다. 다시 말하면, 기업이 한번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으로 직원을 채용하면, 회사 문을 닫을 정도의 경영악화로 인해 직원 수를 줄일 수밖에 없거나, 직원이 기업에 상당한 피해를 주거나, 범법행위를 한 경우가 아니면, 사업의 축소나 개별 직원의 업무성과가 낮은 등의 사유로 채용한 직원을 해고할 경우 해고의 당위성을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는다.

경영환경은 시시때때로 급변하는데, 기업이 고용에 대한 유연성을 가지지 못하면, 결국 차선책으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업무에 ‘기간의 정함이 있는’ 비정규직을 채용한다. 계약 기간이 정해진 경우, 기간이 만료되어 퇴사하는 것은 ‘해고’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경제 상황이 나빠지거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질 경우, 기업의 비정규직 채용 규모는 대개 늘어난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경제가 호황기였던 1985년, 비정규직 비율은 15.4%에 불과했지만, 1991년 거품경제가 붕괴한 이후부터는 줄곧 20% 이상을 유지하며, 2016년에는 비정규직 비율이 40%를 넘겼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 달리 기업의 해고 자유도가 매우 높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뛰어나다. 또한, 미국에선 노동법상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할 법적 근거가 전무하기 때문에, 그 구분 자체가 없다. 2008년 미국은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겪으며 미국 역사에 남을만한 경기침체를 겪는다. 이로 인해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도산하지 않은 기업도 생존을 위한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실업률이 상승하였다. 하지만 미국의 실업률은 2010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4%대에 머물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것은 분명 미국의 빠른 경기회복을 가능케 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과 한국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기업이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다시금 성장엔진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유연한 인적자원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

국가의 경쟁력이 강화되려면, 좋은 기업이 많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좋은 기업이란 세계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을 말하며, 이런 기업이 우리나라에 많아지려면, 이곳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환경이 다른 국가에 비교해 유리해야 한다.

만약, 단시간에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앞으로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비정규직을 모두 철폐해야 하고,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상승시키면, 고용의 유연성이 낮은 우리나라 기업은 고용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하거나, 새로운 생산기지를 경영환경이 좀 더 유리한 국가에 건설하려는 시도를 더 많이 할 수 있다.

기업 모든 직원의 인간답게 살 권리도 중요하고, 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처한 환경에서, 만약 이 문제를 새 정부 5년 임기 내에 모두 해결하려 한다면, 시간이 너무 짧고, 그 결과를 낙담하기도 매우 어렵다. 기업이 없으면, 직원도 존재할 수 없다. 기업 직원들의 권익 향상에만 매달리다 보면, 그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만약 현 정부가 기업의 경영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대안이 있고, 그것이 비정규직 철폐로 인한 기업의 리스크를 상쇄시킬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비정규직 철폐를 민간기업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좀 더 신중히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 최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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