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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추모가 필요한 이유
작성자유성원 작성일2020-05-15 10:37:24 추천1 조회173

<추모>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함.” 영어사전에서도 “Cherish the memory of a deceased person”란 의미로서, 죽은 한 개인을 그리워하며 생각하는 행위로 정의되고 있다.

모두가 언젠가는 격는 <죽음>이라는 절차로 인해, 산 자는 죽은 자를 그리워 하며,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그 <무엇>을 그리워하며, 생각한다는 것일까?
그 <무엇>을 가치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현존하는 내가 내일 죽는다면, 어떤 가치는 소실되고, 어떤 가치는 남에게 이전되며, 어떤 가치는 남게 되어 산 자가 나를 그리워하며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현존하는 나는 물리적 실체로서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내가 이루어 온 삶의 업적, 가족관의 유대와 정서적 가치, 내가 보유한 경제적 가치 등은 내가 실존하기 때문에 현재는 물리적인 실체로서의 <나>에게 모두 귀속되어 있다. 그러나 내가 죽는다면, 나의 물리적 실체는 소멸되고, 무형의 가치만 남게 되는데, 내가 이루어 온 업적은 역사적 가치로, 내가 보유한 경제적 자산은 유산적 가치로, 가족간의 유대는 <그리움>이라는 정서적 가치로 남게 된다.

가족에 대한 유대의식과 정서적 가치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는 태초이후 현재까지 인류를 지탱해 온 가장 큰 결속이었으며, 사회구성의 밑바탕이 되는 기본요소이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태어났으며, 부모의 존재는 내 존재의 원천이다. 따라서 죽은 부모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본능적이며, 동시에 이성적인 것이다.

또한 현재 우리가 누리는 모든 사회적 유산은 과거 죽은 자들의 모든 업적이 시간속에서 융합되어 응축된 엑기스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 가족을 추모하는 것이 아닌 역사속의 한 인물을 집단이 추모하는 것은 역사속의 <그> 또는 <그녀>의 업적에 따라 현재 우리가 누리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당연한 행위이다. 결국 이러한 집단적 추모행위는 공동체의 역사인식을 재고하게 한다. 결국 <추모>는 가족단위의 공동체 의식과 공동체의 역사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추모>는 죽은 자를 매개로 하여 시간의 흐름속에서 추억과 회고를 통해 공동체 속에서 현재의 <나>를 다시 한번 자각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빈손으로 태어난 <나>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여러가지 가치를 만들고 남기고, 죽음이라는 절차를 통해 또 누군가의 추모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죽음>이라는 당연한 자연적 절차를 터부시하고 사회와 단절시킴으로서 <추모>가 슬프고 어두운 색채를 띠는 비일상적인 행위로 전락되어 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 없다. 반대되는 예로, 멕시코에서는 매년 10월 31일부터 3일간을 ‘죽은자의 날(Day of the dead)로 지정하여, 가족이나 친지의 명복을 기리는 명절로서 건강한 일상적 추모문화를 가꾸어 가고 있다.

<추모>는 일상적으로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건강하게 배양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개인 또는 집단적 행위이며, 현존하는 모든 가치의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