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물론 그럴 듯하다. 우리 사회에는 시험 문제 잘 풀기 기술자 보다는 도덕성이 높은 인격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야기 속의 흥부처럼 착한 사람들이 일류 대학 나와서 요직을 맡아 준다면 잔꾀에 능통한 천재는 낙오되고 부정부패가 일소되어 이 나라는 도덕 선진국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흥부 이상으로 착하다고 주장하며 위장하는 자들이 많아서 진짜를 가려낼 방법이 없을 테니 최고의 사기꾼이 일등으로 뽑힐지도 모른다. 시험은 최적임자를 선발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적임자라고 자처하는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객관적으로 선발하는 궁여지책의 방법일 뿐이니 점수로 줄을 세울 수밖에 없다. 행운에 의한 고득점자들도 있지만 실력으로 행운을 잡을 가능성이 훨씬 많을 것이며 고득점자에게 막연하나마 도덕성까지도 기대를 걸 수 있다. 몇 점 차이가 무의미하다 해서 과열 경쟁이 완화될 리는 없고 1점을 더 따는 것이 10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고지가 바로 저긴데’라는 목표로 점수 따기 요령 전문 사교육이 더 번창할 염려는 없을까?
선거도 한 사람을 공정하게 뽑기 위한 궁여지책의 방법일 뿐이니 낙선자들은 자신의 모든 능력을 몰라 준 유권자들을 원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후보자들이 당선되면 입시 제도를 고치겠다니 어떻게 고치겠다는 말인가? 그 동안 누더기가 되도록 고쳐도 백약이 무효이니 고치겠다고 손대기 이전, 즉 최초의 방법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후의 희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