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정년연장땐 추가급여만 10조
매일경제|기사입력 2007-12-16 19:41 |최종수정2007-12-17 07:36



6급 이하 공무원 25만명의 정년을 3년씩이나 연장해주는 것이 임기 종료를 코앞에 둔 정부가 과연 해야 할 일인가. 정부가 지난 14일 공무원노조와 공무원 정년을 57세에서 60세로 3년 연장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가당찮은 일'이라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정권 말기 선심정책 논란은 차치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예산만도 천문학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일을 멋대로 들어준 꼴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무부서인 행자부 박명재 장관은 공무원연금 개혁 같은 시급한 일은 뒷전에 두고 임기 끝나기 전에 국민 세금으로 생색이나 실컷 내겠다는 노욕이 엿보인다. 내년 총선 출마를 겨냥한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참여정부 장관급 인사들의 이런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행태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 급여 증가만 10조원 넘을 듯 =

이번 정부의 공무원 정년 연장 방침은 고스란히 새 정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늘어나는 예산 규모를 개략적으로 계산해봐도 그 금액은 엄청난 수준이다.

6급 이하 공무원들 정년을 3년 연장하면 예산 증가는 얼마나 될까. 여기에는 급여와 공무원연금 부분이 포함된다.

현재 순수 일반직 공무원만 따져도 6급 이하 공무원은 중앙부처 7만4000여 명, 지방 17만여 명 등 총 25만여 명에 달한다.


당장 내년에 이 제도가 시행된다고 가정할 때 직접적인 수혜를 받게 될 6급은 중앙 2만2296명, 지방 4만5249명 등 모두 6만7545명이다. 6급 공무원 평균 연봉은 5000만원가량 된다. 매년 3조4000억원, 3년을 기준으로는 10조원이 훨씬 넘는 금액이 추가로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여기다 공무원연금 지급 증가분까지 포함시키면 금액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된다. 행자부 관계자는 "정부도 예산 부담을 염려해 일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기보다는 3년에서 5년에 걸쳐 연차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작은 정부' 추진에도 걸림돌 =

그동안 참여정부가 고집해온 '큰 정부'에 대한 반감이 많았던 터라 새 정부 출범시 공직사회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은 앞다퉈 "공무원 수를 동결하고 정부 조직을 축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직사회 개혁을 공언하고 있다.

이번 공무원 정년 연장은 사실상 공무원 수를 늘리는 효과를 불러와 이들의 개혁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새 정부 출범 직후인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이 있는 데다 이때가 노조의 '춘투(春鬪)'와 시기가 맞물려 정년 연장 문제가 막대한 갈등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등 새 정부에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 정년 연장 가능성 희박 =

특히나 이번 정년 연장 추진은 청년실업 문제, 강제퇴출 등 민간 부문의 어려움을 외면한 것이어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공무원 정년이 연장되면 민간에 대한 영향도 불가피해져 정년 연장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기업들이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반발하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정년 연장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 면밀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 같다"며 "사실상 2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 등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무원 정년연장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을 개정해야 하는 입법사안이다.정부는 노조와의 합의에 따라 3개월 내 이행계획을 세워 입법절차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이처럼 들끓는 사회적 비판여론 때문에 법안이 마련되더라도 원활한 법안처리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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