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학위나 자격증 소지자가 진짜의 것 소지자보다도 실제적으로는 우수한 면이 있다 해도 도덕적인 면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것인데 남의 능력을 매수하거나 표절해서 취득한 자격은 적발이 불가능해서 합리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었는지 몰라도 어느 대학 교수가 출판사로부터 명의를 빌려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고 실토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어떤 책인지도 모르면서 인간관계를 생각해서 전화로 대답 한마디 하면 그 책은 그 교수의 작품이 되거나 추천을 받게 된다. 독자들은 저명인사의 이름만 보고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렇게 감쪽같이 속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나는 광고에서 저명한 학자가 감수했다는 국어사전을 교사들을 상대로 우편으로 특별 한정판매를 한다기에 그것을 구입했는데 표지는 화려했지만 내부는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20여 년 전에 출판된 것과 똑같은 것이었고 다만 개정된 한글맞춤법이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저명 학자의 추천사에는 ‘신조어를 망라했다’고 했는데 20여 년 전 신조어라니 그것은 사기였다. 나는 판매소에 항의하여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어떤 학생은 정치가가 되기를 희망했다가 부패한 정치인들에 실망하여 정치학 교수가 되어서 올바른 정치가를 양성하려고 결심했다고 했다. 도덕적으로 추앙받아야 할 대학교수들이 남의 책에 경솔하게 이름을 파는 것은 위조범의 행위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니 이제는 그런 사례가 없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