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에 떠내려가 익사한 친척관계인 두 사람의 시체가 서로 붙잡은 채로 있었다 해서 “평소에 얼마나 정이 두터웠었기에...”라는 감탄의 말이 있었다. 또한 야구 경기에서 수비측선수가 상대편의 홈런 공을 잡아내며 울타리에 머리를 부딪쳐 기절했는데도 공을 그대로 잡고 있었다 해서 “승부 근성과 스포츠 정신이 얼마나 강했으면...”이라고도 했다. 혹시 돈을 집으면서 기절한 사람의 손에 돈이 그대로 있다면 “돈에 얼마나 한이 맺혔기에, 혹은 지독했기에...”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을 감동시킨 사람들의 행적을 폄하해서 미안하지만 이런 견해는 피상적일뿐이다. 물에 빠진 사람은 대부분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무엇이든지 붙잡으면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맨몸으로 구출하러 들어간 사람도 붙잡고 늘어져서 수영선수라도 팔다리를 못 움직이게 되니 수영을 할 수가 없어서 함께 죽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니 원수 관계인 두 사람이 함께 익사한다 해도 시체는 서로 붙잡은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런 경우가 있다면 “두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에 화해했다.”라고 해석될 것이다.
손에 어떤 물건을 잡고 있었건 무의식 상태에서 “위기 상황인데 이런 걸 잡고 있으면 뭘 해?”라고 생각할 수 없으니 손가락이 펴질 리가 없다. 운동선수의 승부욕과 스포츠정신이 상대편만 못해서 경기에서 지지는 않을 것이다. 기능에 한계가 있고 승리의 여신의 미소가 아쉬울 때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