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여객기가 취항하기 전에는 배를 타고 미국에 가는데 16일이 걸렸다고 한다. 물론 그 이전에는 더 오래 걸렸겠지만...
그 당시에 어느 고교 교장이 미국행 배 위에서 승무원에게 한국 라디오 방송을 듣게 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주파수가 몇이냐고 묻기에 그것을 몰라서 대답을 못하고 ‘우리의 현실을 떠난 교육’을 한탄했다고 한다. 단편적인 지식 하나가 생사의 기로에 서게 할 수도 있다 해도 광범위하고 다양한 것을 일일이 교육이 담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한자 교육이 소홀한 것은 현실을 떠난 교육이 아닐까?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졸업 후에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도 있는데 한자는 그럴 리가 없다. 그래서 대졸자들이 한자 공부를 새롭게 해야 할 필요를 깨닫게 된다고 한다. 교육부 지정 한자 1800여를 몰라도 대학 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지능이 우수한 덕분일 것이다.
초등교육부터 교과서에 한자를 혼용한다면 펄쩍 뛸 사람들도 많겠지만 학생들에게 가급적 한자에 접할 기회를 많이 주어서 숙달되게 하려는 것이지 도구에 불과한 한자를 숭상하게 된다거나 한글의 위엄이 손상되는 등의 염려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걱정된다면 외래어로 오염되는 국어에 대한 걱정이 더 시급하지 않겠는가?
“한자와 한글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한자는 한글을 더욱 빛나게 한다.”
어떤 사람이 자녀에게 한 말이라는데 저명한 교육 이론이나 교육부 장관의 말보다 현실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