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도 찾아갈 정도로 어떤 고장의 지리에 밝은 사람에게는 교통 표지판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 그것은 초행길인 사람에게는 필수인데 오류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르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서 혼동할 염려가 있는 것도 있다. 옥편도 그런 점이 있어서 어떤 한자는 ‘찾아보아도 없다’가 아니고 ‘있는데도 어느 부수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募(모을 모), 暮(저녁 모), 夢(꿈 몽), 繭(고치 견)은 옥편에서 각각 力(힘 력)부, 日(날 일)부, 夕(저녁 석)부, 糸(실 사)부에서 찾아보아야 하는데 윗부분이 花(꽃 화), 草(풀 초) 등과 같으니 모두 같은 부수에서 찾을 수 있게 한다면 편리할 것이다. 이런 관점을 주장한다면 학계의 이단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꿩 잡는 게 매’라는 말도 있다는 것이 적절한 변명인지는 모르겠다. ‘音(음)으로 찾기’에서는 자주 쓰이는(낮은 급수별부터의) 순서로 정렬해 놓으면 찾으려는 한자가 희귀하게 쓰이는 것이 아닌 경우 마지막 부분에 들어있을 리가 없으니 수많은 한자를 끝까지 훑어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터넷의 책 (어학 ,한자 사전)부에서 판매되는 100여 종의 옥편 중에는 요점만 간단히 정리한 이런 간이(簡易) 옥편도 있으니 장단점은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이창덕 leechang8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