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영어 교육이 이러니저러니 하기에 나도 한 마디 했더니 “아이고, 저 양반은 모르는 게 있겠나?” 라고 누군가 말했다.
“기술자를 외국에 파견할 때 통역도 따라가는데 기술자에게 외국어 교육을 시키면 될 것을 왜 둘씩 보내느냐”는 말이나 “우리나라 영어 교육이 잘못된 것 아니오? 대학을 나와도 외국인에게 인사도 한 마디 못하다니...” 라는 말은 옳은 말이 아니라고 했더니 내 말도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에 영어를 처음 도입할 때 문자 지도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유치원에서 문자 지도를 안 한다는 것을 흉내 낸 것인지, 문자 위주의 영어교육이 벙어리 교육이었다는 판단에 의한 것인지 몰라도 공부에 문자는 ‘바늘과 실’의 관계가 아닐까? 복습을 통해서 기억을 보장하기 위하여 문자는 기억 보조 수단이다. 천재도 영재도 수재도 아닌 일반인들은 한 번 배운 것을 기억하기 어려우니까 반복하여 읽어서 기억하려는 노력이 복습이고 노력이 부족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밖에 없다. 동화책을 많이 읽어서 영어에 자신을 갖게 되었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만화책이면 어떠랴! 미국 영화를 많이 보면 어떨까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우선 대사(臺詞)의 의미를 문자로 파악한 다음에 듣기 연습으로 영화를 이용해야 된다고 방송 영어 강의 담당자도 말한 적이 있다.
영어발음이 중요해서 멀쩡한 아이의 입안을 수술도 한다는데 본토인과 똑같이 발음하려는 시도는 무리이고 최대한 비슷하면 될 것이며 더 중요한 것은 영어식 표현 방법을 많이 기억하는 것이다. 암기 위주의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영어단어를 외우라고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는 교사 연수 담당 강사의 말은 영어교육을 학생들에게 방임하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고등학교만 나오면 생활 영어를 할 수 있게 교육 하겠다’는 말은 오래 전에도 있었는데 대선 공약이나 교육부 장관 취임사로 해결될 일이 아니고 학생 각자의 노력이 중요하다. 외국인 교사는 소위 콩글리쉬를 본토 영어로 수정해 주기는 하지만 기억까지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500단어로 회화할 수 있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50단어로도 할 수는 있지만 범위가 문제이다. 5000단어로는 더 광범위한 말을 할 수 있을 것은 뻔하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느냐? 중1학생도 500단어를 아는데 왜 회화가 안 되지?”라고 말한다면 좀 딱하다. 외국인이 우리말에서 ‘차다’를 ‘공을 차다(蹴)’로만 알면 생활 한국어를 할 수가 없고, ‘가득 차다(滿)’, ‘얼음이 차다(冷)’, ‘권총을 차다(佩)’ 기타 등등도 알아야 될 것이며 ‘미역국’과 ‘콩밥’에는 다른 의미도 있다는 것 등도 많이 알면 알수록 말을 잘 하게도 될 것이 아닌가?
발음 문제는 녹음자료나 교육방송에 의존하고 책을 통하여 영어식 표현 방법에 숙달되게 하여 기회가 있는 대로 외국인과 말해볼 준비를 하면 해외 연수 효과를 따라갈 수도 있다. 초등학교학교에서부터 그런 신념을 학생들에게 심어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 안 듣는 학생은 어쩔 수 없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