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이라는 용어가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과거에 한 학급에서 성적이 막상막하인 두 학생이 앞뒷집에 살았다. 그들은 밤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잠이 와도 경쟁자는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그 집 창문으로 비치는 불빛으로 알 수 있어서 잠을 잘 수 없었다. 둘 다 같은 생각을 하며 공부하다가 그 중 하나가 기진맥진하여 불을 끄고 잠들면 경쟁자도 안심하고 잠을 자게 되었다.
그러다가 한 학생이 꾀를 생각했다. 초저녁부터 창문을 담요로 가려서 빛이
밖에서 보이지 않게 하고 공부를 했다. 한참 후에 경쟁자의 창문에 불빛이 안 보였다. 그 학생은 이쪽 학생이 잠자는 줄 알고 일찍 잠을 자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 상태가 계속되었고 다음 시험에서 두 학생의 성적은 서로 경쟁 상대가 아닐 정도가 되었다.
지금은 사교육에 의존하여 앞서가는 남을 추월하려고 하니 앞서가던 자는 추격해 오는 경쟁자를 따돌리려고 비상수단을 안 쓸 수 없다. 스스로 공부할 능력이 있는 학생에게 의타심을 조장하거나 지나간 과정도 이해를 못하면서 선행 학습을 강행하는 무리가 있기는 해도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기’이다. 앞으로 닥칠 경쟁에서 남을 이기는 것이 성공이고 그래야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것’이니 그러기 위해서 미리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목판(木板)을 아무리 닦아도 철판이 될 수는 없다’는데 그래도 안 닦은 것 보다야 나을 테니 여유 있는 사람들은 돈으로 해결해 보려는 것이고 그럴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남이 장에 가니까 거름 지고 따라 나서기‘이다.
패가망신이 거의 확실한 도박도 말리기 어려운데 소기의 성과는 달성 못해도 주입식으로 머리에 밀어 넣은 것이 남는 것이니 사교육을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옛날에 자녀 교육에 헌신했다는 누구누구의 어머니들을 존경하라면서 오늘날의 부모의 과욕을 비난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우열반을 편성하여 학년에 관계없이(초등에서 중학 과정이라도) 수준별 학습을 시킨다면 사교육을 어느 정도는 완화시킬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은 비교육적이라니 언급조차 할 수 없는데 ‘공교육을 정상화하여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은 무슨 소리인가? 현재의 공교육이 정상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정상이라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