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새만금은 백화가 만방이다. 아직도 창창한 바다위에 벌써 수없이 꽃이 피고 진다. 새만금은 전북도민들에게 그만큼 사연이 깊은 땅이다. 스스로 원하지 않았으나 주어진 기회이자 위기. 그 새만금을 중심으로 우리의 사고가 지금 마구 회전하고 있다. 그래서 씨앗도 뿌리지 않았는데 날마다 백화가 피고 지는 것이다.

아주 오랜 동안 한국은 중국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고, 그 대부분은 약자로서의 지위를 점해왔다. 1894년 청일전쟁으로 중국이 한반도에서 물러간지 10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한세기만에 중국이 다시 한국과 불가분의 나라가 되고 있다. 아직은 뭔가 어리숙하고 버개해 보이지만 곧 그들은 강자가 될 것이다.

중국에서 들었던 많은 이야기중에 가장 인상적인 단어는 ‘흐름’이었다. 중국을 이끌어간다는 동해안의 강력한 도시들은 과연 들은대로 이미 선진도시였다. 그들의 위풍당당에 우리는 늘 쫓기듯 배움의 자세로 돌아가곤 했다. 당당함의 이면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흐름’이라고 느꼈다. 그들에게 있으나 우리에게 아직 부족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칭다오와 옌타이, 다롄은 애써서 관광객을 불러 모으지 않지만 관광객이 찾아오는 흐름을 만들었다. 기업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구애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흐름에 경제를 맡길 줄 아는 여유도 묻어났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여유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뒤에서 한창 바빴다. 톈진의 빈하이 신구와 탕산의 조비전은 육안으로는 도저히 그 규모를 감잡지 못할만큼 거대한 건설의 현장이었다. 쉴새없이 드나드는 육중한 트럭의 소음과 사람들의 활력은 이곳이 아주 중요한 생산현장이 될 것이라는 점을 말해주었다.

26km의 방조제, 9600만평의 매립지는 불과 3년만에 조비전이 이뤄냈거나 이루고 있는 성과다. 수심이 깊고 안정된 항구를 얻겠다는 경제성장의 비전이 국가체제와 결합하면서 만들어낸 것이 조비전이다. 다롄의 아름다움과 여유, 그 이면에 있는 조비전의 건설은 중국의 두 얼굴이었다.

새만금은 지금 막 방조제를 막아놓고 벌써 백가쟁명, 백화만방이다. 좋다. 더 많이, 더 깊이, 더 열심히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행동은 빨라야 한다. 이미 불가분의 관계가 된 한국이 중국의 동생 노릇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한발 더 뛰는 수밖에는 없다.

새만금 바다 위에 온갖 꽃을 피우면서도 한쪽에서는 한 삽이라도 떠서 필요한 땅을 만들든지 아니면 차라리 바다에서라도 열매를 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