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금연운동, 금연정책은 참 많았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생생한 것은 故 이주일 씨의 발언이었다. ‘여러분, 담배 맛있습니까?’ 그분의 그 한마디는 많은 흡연자들의 담배 맛을 떨어뜨렸다. 확실한 통계는 없지만 동네 담배 가게 아가씨의 증언에 따르면 그 광고가 나갈 때 담배 판매량이 확실히 줄었다고 한다. 참 알쏭달쏭한 일이다. 환자의 발언이 경제적 조치를 통해 흡연율을 떨어뜨리려는 노력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그런데 그 떨어졌던 흡연율은 다시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가 가관이고 웃지 못 할 코미디다. 바로 故 이주일 씨의 폐암 원인이 흡연이 직접적이 아니라는 점이 보도된 시점부터 다시 담배 판매량이 올랐다 것이다. 이 역시 우리 동네 담배 가게 아가씨의 증언이니 일반화의 오류를 일정부분 가지고 있을 것이나 체감수치라는 것이 있으니 이 정도는 너그러이 이해해 주기 바란다.

故 이주일 씨의 사망원인은 폐암이었고, 폐암의 발병원인은 담배 연기가 아닌 오염된 공기가 주원인이었다고 한다. 즉 故 이주일 씨는 대기 오염에 의해 폐암이 발병되어 사망한 ‘흡연자’였다.
하지만 국립 암센타의 박재갑 원장의 논리에 따르면 故 이주일 씨 담배 때문에 사망한 암환자로 치부된다.
‘폐암 = 흡연자’라는 공식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고 유명인이었기에 언론에 노출되기 쉬워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좋을테니 말이다.
박재갑 원장의 발언과 행동은 항상 이런 식이다.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예를 비교로 들면서 기가 죽을 정도의 통계수치를 불러댄다. 그리고는 상대의 넋이 빠진 가운데에 협박을 한다.

‘담배를 피우면 죽는다!’하지만 넋을 되찾고 나면 의문이 든다. 과연 박재갑 원장이 든 예와 흡연자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과연 저 사람이 말한 통계 수치의 출처는 어디인가? 그와 같은 금연주의자가 한 말이 다 맞는 말인가?
먼저 일반적인 금연주의자들이 하는 말 중 폐암의 주원인은 담배라는 비교적‘상식적인’ 명제를 생각해보자.
흡연을 악의 축으로 선포하고 각종 금연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폐암 발병율은 높아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담배소비량 1위 국가인 일본은 폐암발병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하니 이 무슨 세상의 조화인가?
금연주의자들도 이 사실을 알 것이다. 담배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모든 일이든 다 할 듯하는 박재갑 원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전인수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여실이 보여주듯 절대 이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뭐 어차피 다들 자신의 논리에 맞는 논거만 가져다 붙이는 것이 사람이니 이해할 수 있다. 또 담배 연기에 나쁜 물질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니까.
박재갑 원장은 2004년 사망자의 사인이 암인 경우가 26.3%, 그 30%가 담배 때문이라는 통계를 제시했었다. 역시 언뜻 들으면 무서운 말이다. 하지만 25.3%의 30%면 7.89%다. 전체 사망 중에서 담배 때문에 죽은 사람이 7.89%가 되는데 여기서 담배 때문이 앞서 말한 것처럼 암으로 죽었는데 흡연자인 사람까지 포함한 수치다. 물론 숫자를 이렇게 바꿔보면 원장이 말한 뉘앙스와는 달라진다.

또 담배 30갑에서 나온 청산가스를 70Kg 사람에게 마시게 하면 절반이 죽는다 했는데, 매일 마시는 물을 한 번에 마시라고 하면 배 터져 죽듯 담배 30갑을 한 번에 피면 당연히 죽는다. 게다가 담배 600개피를 한 번에 피려면 연기 마시기 전에 입이 찢어져서 죽을 것이다. 결국 청산가리 이야기는 흡연과 아무 상관없는 그저 협박용 발언인 것이다.

‘절반은 죽고 절반은 산다’라는 의미가 애매모호한 말은 흡연자를 겁주는 것뿐만 아니라 아니면 말고 식의 도망갈 길을 은밀하게 열어둔 것뿐이다.
명색이 의사이신 분이 그런 발언을 하셨다니 실망, 대실망일 뿐이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의료인이 그랬다니 더욱 안타까울 분이다.

박재갑 원장은 금연 전도사 이전에 의사다.
의사라는 권위를 앞세워 현란한 수치와 언변으로 어린 국민들을 희롱하고 협박하여 자신을 스타로 착각하는 행위를 부디 삼가 바란다.
정말 국민들의 건강을 심히 염려한다면 겸손하게 의술활동에 힘쓰고 남은 여생을 아름답게 가꾸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