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는 등대(燈臺)의 개념이 확대되어 공항이나 대도시에도 등대에 해당되는 시설이 있지만 등대의 원조는 바닷가에 있는 시설이다. 방파제에서 항구의 입구를 표시해 주거나 ‘암초’ 같은 것의 위험을 경고하는 작은 등대도 있는데 비교적 높은 언덕에 크게 설치한 것이 원래의 등대이다. 그런데 책에는 ‘등대가 신호를 보낸다, 밤에 뱃길을 밝혀준다’ 고 서술되어 있으니까 학생들은 등대가 도시의 가로등이나 신호등과 같은 것으로 알게 된다. 미국에서 대학까지 다녔다는 어느 교포도 등대의 구실에 대하여 학교에서 배운 적은 없는데 항해하는 배들을 통제하는 것으로 짐작한다고 했다. 신호등 정도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바다에 나갔던 배(선원)들이 밤에 육지로 들어올 때 어둠 속에서 육지의 방향을, 이왕이면 항구의 위치까지 알게 해 주려고 항구가 있는 곳에 등잔불이나 횃불 같은 것을 켜 두기로 한 것이 등대의 효시였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섬에 있는) 등대는 2300년쯤 전에 건설된 것으로 고대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 배들이 항구를 향해 들어오고 있는데 혹시 등대의 불이 꺼지면 배(선원)들이 방향을 몰라 바다 위에서 헤매다가 풍랑이 더 거세지면 더욱 위험해지니까 폭풍우 속에서 등댓불이 꺼지지 않게 지키려고 결사적으로 노력한 등대지기의 이야기는 실화이건 소설이건 감동적이다.
전기가 발명되자 등대에도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으니 각 지역의 등대마다 불빛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깜박거리게 하여 선원들이 등댓불을 보면 그곳의 지리적 위치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울산에는 20초마다 깜박이는 등대가 있어서 어둠 속에서도 그것을 보면 여기가 울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양어선이 귀항할 때 선원들은 10초마다 깜박이는 독도의 등대를 보면 집까지 온 기분이라고 했다. 각지의 수많은 등대들을 제각각 다른 방법으로 깜박이게 할 수는 없어서 부산 오륙도 등대, 인천 팔미도 등대도 독도의 등대와 같이 10초 간격으로 깜박이게 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구별하기 위하여 다른 정황을 참작해야 할 경우도 있다. 현재의 등대는 배들을 향해 ‘가라, 서라’ 등으로 지시하는 것은 아니니까 교통신호등과는 전연 다르며 정상적인 가로등이 깜박거릴 리가 없으니 가로등도 아니다. 등대가 가로등의 구실을 한다면 해안을 따라 일정 간격으로 등대를 설치해야 되겠지만 일반 등대는 항구가 있는 곳과 섬, 해협 등 특정 지역에만 설치된다.
방파제에 세워진 것과 같은 작은 등대는 사람들의 시선을 쉽게 끌려고 계속 깜박이는데 일반 등대처럼 지리적 위치까지 알려 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작은 등대는 불이 꺼졌다 켜졌다 하지만 일반 등대는 등댓불 둘레의 가리개가 움직이며 불빛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게 해서 깜박이는 것처럼 보인다. 안개 낀 날에는 사이렌소리를 내서 등대의 위치를 알게 해 주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컴퓨터 장치로 배가 항해 중에 현 지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언제나) 확인할 수 있으므로 등대의 절대적인 중요성은 축소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