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 주변에 신도시가 들어서서 개천이 복개(覆蓋)되어 도로로 변했거나 그 지역 인구가 대도시로 이동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일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 내외이던(인플레라는 것이 있으니까 현재의 화폐가치보다는 높았겠지만) 시절에 주경야독(晝耕夜讀)하여 성공했던 사람들이 ‘개천의 용’에 비유되었을 텐데 이제는 재능만 있으면 대학에 못 갈 학생은 없다고 할 정도로 소위 경제대국이 되었으니 그런 비유의 대상 자체가 없어진 것이겠지요. 부유층 자녀들이 고액 과외에 의존해서 명문대 입학을 싹쓸이한다니 ‘사교육이 역효과’라고 주장하던 학자들의 발표와는 딴판이군요.
사교육이 불법이던 시대에 공부하는 것이 죄가 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는 불평이 당연했지만 ‘장차 지도자가 되려면 의타심을 버리라’는 취지도 그럴 듯했겠지요. 그런데 부모가 직접 자녀를 가르치면 괜찮고 그럴 형편이 못 돼서 남에게 의뢰하면 죄가 되다니 불공평했죠. ‘몰래 바이트’라는 것이 있었는데 불법과외 금지를 외치면서 자기 자녀에게는 불법과외를 시킨 분이 없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이것은 옛날 어느 서당의 훈장이 “나는 ‘빠담풍’이라고 하더라도 너희들은 ‘빠담풍’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는 것과는 경우가 다르죠. 그 훈장은 양심이 불량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닐 테니까요. 남의 눈을 피하려고 차를 운행하며 그 안에서 과외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교육열에 탄복해서라도 진작 사교육을 허용했어야지요. 옛날 부모는 자녀에게 ‘아래위로(기회만 있으면 많이) 먹이고 싶다’고 했다는데 현대에는 먹이는 대신 가르치는 거죠
매사에 개인차가 있으니 사교육의 문제점을 일괄하여 말하기는 어렵겠지요.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시켜봐야 돈만 낭비되고 성과가 좀 있다고 해도 학생의 의타심 조장이 걱정스럽기도 하지요. 그러나 ‘사교육에 의한 실력은 실력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사교육(개인지도)을 받은 축구선수가 골을 넣으면 골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요?
영재 육성 정책이 사교육을 조장할 것이 두려워 저지당한다면 국제 수준에 미달되는 여타 방면의 생활상도 두려워해야 할 요소가 많지 않을까요? ‘앞집 아기는 배고파 우는데 뒷집 개는 하루에 쇠고기 2근이 모자라서 짖어댄 예가 있었다지만 능력이 있어서 정당하게 번 돈을 탈세 안 하고 쓴다면 사교육에 과잉 투자를 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사교육 때문에 공교육이 황폐화 되었었다느니 하는 실정이니 별짓 다해 보는 심정으로 혹시 사교육에 의존해서라도 국민의 도덕성 제고(提高)를 모색해 보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네요.
재래시장과 대형 마트는 경쟁에서 게임이 안 되지만 빈자와 부자의 공부 경쟁은 다르지요. 고액 과외를 받았던 명문대 입학생 중에는 과외를 안 받았다 해도 결과는 같았을 학생도 있겠지요. 이런 점을 확인시키고 부각시키는 것이 사교육을 적대시하는 것보다 더 교육적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