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말을 능숙하게 하는 외국인들을 방송에서는 물론 주위에서 직접 볼 수도 있게 되었지만 과거에는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하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졌고, 그들이 우리말을 못 알아듣는 줄 알고 외국인 앞에서 함부로 말하다가 머쓱해진 사람들이 있었지요. 비슷한 내용이 신문에 보도된 적도 있었는데 내가 아는 사람의 경험담은 이런 것이었지요.
“야, 저놈은 무슨 코가 저렇게 크니?”라는 말에 그 외국인은 손가락으로 자기 코를 가리키며 “코가 커서 미안합니다.”라고 했다는군요.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배우면서 경어가 무척 어렵다고 한다지요. 외국인 목사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옛날에 도둑놈이 한 분 계셨습니다.” 라고 하여 모두 웃었다지만 외국인에게 어색한 경어나 욕설을 가르쳐주고 외국인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재미로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는군요. 과거에 이승만 대통령도 오스트리아 출신인 영부인에게 그런 장난을 했다지요.
‘존댓말을 써야 할지 반말을 써야 할지...’라는 노랫말은 우리의 경어가 때로는 ‘아름답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000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와 같이 과잉 존칭어를 쓰면서도 당사자가 없는 사석(私席)에서는 존칭이 생략되는 것에 대해 ‘언어의 이중성’이라고 하더군요. 언어생활에서도 겉 다르고 속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이지요. 공개 수업에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경어를 쓰는 것이 필수인데 이것도 이중성이지요. 평소에 교사가 “여러분들은 왜 내 말을 안 듣습니까? 벌을 좀 받아야 정신을 차리겠습니까?”라고 말한다면 학생들은 킥킥거리며 말을 더 안들을 걸요.
사장, 군수, 도지사 등에 존칭 접미사 ‘님’을 붙이듯이 교장, 교감, 의사에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선생님’을 붙이자니 발음이 어려워요. 공석이건 사석이건 여기에도 ‘님’만 붙이기로 하면 안 될까요? ‘당신’이라는 말은 상대방을 지칭하는 최상의 경어인데 이 말을 아무에게나 쓰면 안 되고 상대에 따라서 지칭하는 말이 달라야 하니 상대를 뭐라고 불러야 될지 모를 경우가 있어서 인간관계가 그만큼 부자연스럽다는 것이겠지요. 과거에는 ‘각하’가 극존칭(極尊稱)으로 쓰였으나 그것은 일본인들이 고종황제를 비하해서 ‘전하’나 ‘폐하’보다 격을 낮춰 쓴 말이라는 것이 알려져서인지 이제는 더 이상 쓰지 않게 된 것처럼 아름다운 우리말을 더 아름답게 다듬을 여지가 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