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코스콤 비정규직의 교섭당사자는 원청사용자!

오늘 코스콤 원청 상대 조정만료일, 이원보 중앙노동위원장의 판단만 남았다!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지부장 황영수)가 지난달 29일 원청사용자인 코스콤을 상대로 쟁의조정신청을 한 후, 중노위의 요청에 따라 한차례 조정회의가 연기된 후 오늘 오후 본조정이 열릴 예정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져있다시피 이번 쟁의조정신청의 최대 쟁점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조합에게 원청 사용자를 교섭상대방으로 인정할 것인가” 여부이다.

이 문제를 판단하기 위한 근거의 상당 부분은 이미 입증된 바, 무려 22차례에 걸쳐 코스콤비정규지부는 원청인 코스콤 측과 교섭을 벌인 바 있고 사실상 전임자와 노조활동 등을 원청 사용자로부터 인정받아왔다. 오죽했으면 노동조합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노동부가 코스콤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여 불법파견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에 수사지휘까지 요청했겠는가.

그러나 중노위 심사관들의 자료를 보면 ‘중노위가 편파적인 쟁의조정을 하려 한다’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특히 이번 쟁의조정과 관련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들, 이를테면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 교섭 중 일부 합의사항이 있는 조항들에 대해서는 자료 내에서 일체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미 주요 근거와 내용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어 있기에,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은 사실상 지난 8월에 임명된 이원보 중앙노동위원장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특히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한국노동교육원 자문위원, 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 등 노동관련 활동을 해온 이원보 위원장은 2001년 ‘월간 비정규노동’에 기고한 글에서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저규범이랄 수 있는 근로기준법은 전체 노동자의 60%에 육박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방치함으로써 그 권능을 잃어가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무엇보다 우선해서 마련되어야 한다. 노동기본권을 제약함으로써 불법을 양산하고 있는 독소조항도 척결되어야 한다”며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실질적인 노동기본권이 인정되지 않았다. 그 핵심 중의 하나가 바로 현재 심판대에 올라있는 ‘원청의 사용자책임’이며, 이원보 위원장은 그 쟁점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만일 그가 핵심 증거와 근거를 배제한 채 판단하려 한다면, 학자적 양심과 소신·신념을 모두 내던지고 자본의 품에 안겨 ‘억압적 국가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 앞에 직면할 것이다.


또한 이번 사건은 현재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으로 사회적 쟁점으로 올라와 있는 ‘외주화’의 문제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이랜드 문제가 직접고용된 노동자를 외주용역으로 전락시키는 것이었다면,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불법파견·위장도급으로 외주화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기본권 인정 여부를 다루고 있다. 정부의 수수방관으로 그 실태조차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약 200만으로 추산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절실한 기본권의 문제인 것이다!

이랜드 투쟁으로 만천하에 폭로된 비정규악법의 제정과 통과에 앞장섬으로써 비정규노조들로부터 ‘5적’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이목희 의원조차도 ‘외주화’와 ‘간접고용’ 문제에 대해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


(문) 비정규 인력·업무에 대한 ‘외주화 남용’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
(답) 일단 지금은 정부가 최종 심판자로 나서야 한다. … 노동부가 행정력을 동원해서 부당노동행위를 단속하고, 노동위원회가 심의·조사 등을 통해 기업들이 비정규직법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외주화를 남용하지 않도록 규율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외주용역화했더라도 노동위원회나 법원이 ‘외주 노동자의 실질적인 교섭 당사자는 이랜드 홈에버다’라고 정리해주면 문제가 풀릴 수 있다.
-- ‘한겨레21’ 제669호, 2007년 7월19일 발행 --


그렇다! 비정규악법의 핵심 기획자조차 이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외주화 및 간접고용 비정규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의 현실 때문이다. 입사 면접도 코스콤에서 보았고, 명함과 작업복과 작업도구 모두 코스콤의 것이며, 모든 작업지시도 코스콤으로부터 받으며 정규직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해왔다. 그러나 임금명세표에는 듣도보도 못한 하청업체 명이 찍혀있었고, 100만원 남짓 하는 임금조차 지난 5년간 동결되었다. 그나마도 아무런 통보도 없이 소속업체가 변경되기도 하는 등 말그대로 코스콤의 필요에 따라 이 업체, 저 업체로 팔려나가는 인신매매가 바로 외주화·간접고용의 실체였던 것이다!

간접고용 비정규노동자들이 더 이상 현실을 참을 수 없어 노조를 결성하고, 자신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 사용자는 항상 “직접 근로계약관계가 없으므로 교섭당사자가 아니다” “억울하면 법원에 가서 소송해보라”고 버틴다. 권한없는 하청업체들과의 교섭은 아무런 실익이 없기에 결국 파업에 돌입하면 검찰과 공안당국은 자본과 한몸이 되어 모조리 불법으로 몰아 조합원들을 구속·해고·손배가압류의 고통으로 몰아넣지 않았던가!


이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으로 외주화의 고통을 주는 쪽은 원청 자본인데, 노동위원회가 원청 자본을 실질적 교섭당사자로 인정하지 않고 법원의 권한으로 넘겨버린다면 이 고리는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다.

“법원 가서 해결하라”는 자본의 태도는, 결국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에 걸리더라도 대법원에서 유죄판결 날 때까지는 인정하지 않고 계속 음주운전을 하겠다고 버티는 것에 다름아니다. 행정당국이 면허쥐소나 제재조치 등을 취하지 않는다면, 모든 도로는 음주운전자로 넘쳐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에 아무런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 해서 사용자들은 오히려 불법파견을 더 즐겨 사용하고 있지 않던가! 파견법이라는 악법 속에조차 노동부가 불법파견에 대해 사업장 폐쇄 조치를 할 수 있는 등 강력한 제재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말이다. (아래 파견법 19조 참조)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19조 【폐쇄조치 등】 ①노동부장관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하거나 허가의 취소 또는 영업의 정지처분을 받은 후 계속하여 사업을 하는 자에 대하여는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당해 사업을 폐쇄하기 위하여 다음 각호의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
1. 당해 사무소 또는 사무실의 간판 기타 영업표지물의 제거·삭제
2. 당해 사업이 위법한 것임을 알리는 게시물의 부착
3. 당해 사업의 운영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기구 또는 시설물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봉인


코스콤비정규지부를 비롯해 간접고용 비정규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음주운전을 행한 자의 면허취소가 어렵다면, 음주운전을 하고 있는 범법자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자위권만이라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사업장 폐쇄와 불법파견 책임자 구속·처벌 등이 당장 어렵다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저항할 수 있는 권리만이라도 인정하라는 것이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오늘 오후에 열릴 코스콤 원청을 상대로 한 본조정회의 및 이원보 중앙노동위원장의 판단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2007년 9월 11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