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죽겠다’는 말을 너무 많이 쓴다고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비판해왔고 이러다간 한국 사람들 다 죽는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기에 나는 “죽겠다, 죽겠다, 하는 소리가 듣기 싫어 죽겠다.”고 불평한 적이 있지요.

“화가 나서, 억울해서, 속상해서... 죽겠다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좋아서 죽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사람이 어떻게 좋아서도 죽을 수 있느냐?”

한국 제일의 대학 국문학 교수께서 교육방송 교양강좌에서 하신 말씀인데 고혈압이나 심장병 환자들에게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시나 봐요. 먼 옛날 어느 나라 將帥(장수)가 戰勝(전승)의 감격으로 사망했다는 기록도 있고, 어느 백만장자는 사업에 실패하여 재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에 충격을 받고 죽었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그 유산을 그의 조카가 상속받게 되었으나 그 조카는 빈곤했던 처지에서 뜻밖의 횡재에 너무 감격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같은 액수의 재산이 두 사람에게 죽음의 원인을 제공했는데 세세한 사연은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지요. 국제권투 중계방송을 보다가 우리나라 선수가 피투성이로 쓰러지는 것을 보고 낙심하여 죽은 시청자는 없는듯한데 우리나라 선수가 (국민감정이 있는)나라의 선수를 쓰러뜨리는 것을 보고 열광하다가 죽은 사람은 있었지요. 분명히 너무 좋아서 죽은 것이 틀림없지요.

영어에서 ‘I'm dying to see you’, 'I'm dying for coke'처럼 I'm dying은 ‘나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혹은 곧 죽게 된다.’는 뜻이라는 군요. 이런 말을 쓰는 사람들도 실제로 죽지는 않았으니 우리나라 교육이 영어에 예속될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요?

“좋아서 죽겠다.”는 말 자주 듣고 자주 할 수 있었으면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