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연한 기회에 신랑의 ‘도덕성(?)’을 보증하는 역할을 한 적이 있다. 매경에 근무할 때다. 고향분이 자기 딸과 매경 기자와 혼담이 오가는데 믿을만한 사람인가를 물어온 것이다. 그래 후배기자이니 ‘능력 있고,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적극 추천했다.
그러고 십 수 년 만에 그를 고향에서 만났다.
“사위가 잘 하지요?”
“잘 하고말고. 아주 모범이지.”
“여기도 자주 옵니까?”
그러나 그는 어물어물한다. 그의 기색이 수상쩍어 다시 물었다.
“여기는 언제 다녀갔습니까?”
“…”
“자주 연락은 합니까?”
“장인이 사위 험담을 어떻게 하겠나. 누가 뭐라고 해도 감싸줘야지…”
그리고 한숨을 푸 내쉬고 한참 후에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다 아는 사이니 내 말하지. 실은…”
그들은 결혼 후 단 한 번도 장인 집에 다녀간 적이 없다. 물론 세배 한 번 하지 않았다. 사무실 근처에 가서 전화를 해서 딱 한번 만나고는 그 다음에는 전화를 해도 바쁘다고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경매건이 있어 사위이름을 빌린 적이 있는데 그 돈을 몽땅 가져가고 돌려주지도 않는다. 그래 그 돈을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해보내고 지금까지 사위에게서 받은 것은 딱 커피 한 잔뿐이니 그 값은 제하라고 할까 생각중이다.
“사위도 자식이라는데 어찌 그럴 수 있습니까?”
“미안하오.”
“따님은요?”
“…”
나는 중간에서 보증(?)을 잘못 선 죄가 느껴졌다. 물론 그가 나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또 내가 보증했던 안 했던 그들은 결혼했을 것이다. 제삼자로서는 한편 말만 듣고 누가 잘못인지도 예단할 수 없다.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설령 장인에게 큰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목상태라면 아무래도 지나치다.
나는 사람 보증이라는 것이 참으로 어렵구나를 새삼 느끼게 됐다. 비약해 보면 지금 대통령후보 검증위원들도 그런 마음의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었다가 국민들로부터 손해를 줄 수도 있고, 반대로 작은 허물 찾기에 골몰하다가 정작 유능한 후보를 잃게 할 수도 있고. 여하튼 그들은 국민에게 보증 책임을 져야 할 것인데…. 나는 내 사적 경험을 통해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