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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자본과 언론의 몰상식한 작태를 규탄한다.
작성자사회당 작성일2005-12-23 20:24:28 추천27 조회267




황우석 연구팀이 연구원의 난자와 매매된 난자를 사용했다는 [PD수첩]의 보도로 촉발된 관련 논란이 줄기세포의 진위여부, [PD수첩] 제작진의 취재윤리 위반,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 사진 조작 의혹 등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물론 황우석팀의 연구와 관련한 의혹은 한점도 남김없이 해소되어야 하며, 그것이 황우석팀을 위해서나 [PD수첩]을 위해서나 과학계 전체를 위해서나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는 더 이상의 소모적인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구성하여 관련 의혹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하루 빨리 이루어 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황우석 사태라 불릴 만한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드러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PD수첩]의 보도 내용이 알려지자 말자 보도 내용의 진실성 여부에 대한 명확한 규명과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단지 ‘국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모든 합리적 비판과 논의 자체를 봉쇄하려는 파시즘적 애국주의의 흐름이 대세를 이루었다. 이는 계속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우리 사회가 경제에 도움이 되면 다 좋고 아니면 다 죄악이라는 식의 ‘경제제일주의’라는 획일주의로 흐를 위험을 보여주는 것으로 극히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파시즘적 애국주의를 거대 자본과 언론이 앞장서서 노골적으로 조장했다는 점이다. [PD수첩]의 보도가 나가자마자 언론은 경쟁적으로 ‘몇명이 난자 기증에 동참했다’는 식의 보도를 하며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은연중에 매국적 행위로 몰고 갔다. 그동안 한국의 언론은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야기하는 철학-윤리적 가치관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지 않은 채 황우석 팀의 성과만을 단편적으로 부풀려 보도했다. 그러다 연구의 윤리문제를 정면으로 제기 하는 [PD수첩]의 보도가 나오자 이 문제의 근본을 이루는 생명에 대한 관점문제는 다루지 않고 황교수팀과 [PD수첩], 황우석을 사랑하는 모임의 시위 등 사태 주변에 대한 보도에만 치중했다. 그러던 중 [PD수첩] 제작진이 취재윤리를 위배했다는 YTN의 보도가 나왔다. 이제 애초 문제의 본질인 인간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야기하는 윤리(가치관)의 문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무엇이 진실이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에 대한 알량한 사실확인의 문제만이 남았다. 이렇게 한국 언론은 예의 상업주의적 보도작태로 이번 사태가 제기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왜곡하여 우리 사회의 합리적인 논의와 한단계 성숙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여기에 언론의 여론조작에 힘을 얻은 자본은 광고중단이라는 무기로 [PD수첩]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PD수첩] 보도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이는 자본이 광고주라는 지위와 ‘돈’을 무기로 노골적으로 언론을 길들이고 이를 통해 여론을 조작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어떤 언론이 자본의 치부를 드러내고 자본에 비판적인 기사를 쓸 수 있겠는가. 이렇게 '돈'으로 언론을 길들이려는 자본의 몰상식한 작태와, 이런 작태에도 [PD수첩]보도의 진위와 취재윤리 위반 여부를 떠나 언론의 (자본으로 부터의) 독립을 위해 싸우지 않는 한국 언론계의 한심한 모습에 우리는 분노를 넘어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취재원들을 상대로 강압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언행을 했다고 하는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 문제 또한 엄밀히 규명하여 관련자들이 합당하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 또한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취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 사이에서 기준을 정하는 진지한 논의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지금처럼 생명윤리, 연구윤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없는 황우석 사태, 취재윤리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는 [PD수첩] 사태는 한때의 소란을 가져올 뿐 결코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광고비로 언론을 통제하려하고 상업적인 보도로 사태를 왜곡시키며 우리 사회의 성숙한 논의와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자본과 언론을 강력히 규탄하며, 지금이라도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취재윤리에 대한 성숙한 논의에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이 진지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기를 촉구한다.


2005년 12월 5일(월)
사회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