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주말마다 찾는 서울 시내 한 마트를 찾은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이 매장을 점거해 농성 중이었고 이를 제지하는 경찰들과 거친 몸싸움까지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전부터 언론에서 보도된 이랜드 그룹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문제가 결국 무력동원까지 일으킨 모양새다. 사실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관한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노사간의 갈등과 더불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갈등을 일컫는 노-노갈등은 노동문제의 주요 쟁점이 되어 온지 오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봐야할 듯싶다. 이번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비정규직보호법안’ 에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보호법안의 시행을 앞두고 언론들은 이 법안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해왔으며 때마침 벌어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러한 우려가 단지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대통합을 위해 비정규직 문제는 꼭 풀어야 하는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선한 의도만 가지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미 수차례 법안의 악용 가능성을 제기 해왔고 기업 역시 비정규직 차별 시정에 큰 부담이 따른다고 고충을 토로해왔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비정규직법안을 강행하는 무리수를 둔 것은 노무현 정부의 노동문제 해법에 문제가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노동문제는 정부의 의지만 가지고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정부는 현실을 무시한 채 시행된 졸속 비정규직법안을 하루 빨리 보완하여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제 2의 이랜드 사태를 방지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도봉구 창동
학생 이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