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재산 반환하라"
진실화해위 결정…MBC·부산일보 등 지분 변화 불가피

2007년 05월 30일 (수) 07:22:12 안경숙 기자 ( ksan@mediatoday.co.kr)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진실화해위)는 29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고인이 된 김지태씨가 지난 1962년 부일장학회(정수장학회의 전신) 재산을 헌납한 것은 국가권력의 강압에 의한 것이므로 국가가 헌납 재산을 피해자에게 돌려주거나 손해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김씨의 헌납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의 MBC(30%), 부산일보(100%) 지분이 어떻게 처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수장학회를 실질적으로 장악해 온 유력 대선주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향한 정치 공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9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1962년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 헌납 사건과 관련해 강요에 의한 헌납이라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송기인 위원장(오른쪽)이 29일 서울 필동 진실화해위원회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진실화해위는 "국가재건최고회의 및 중앙정보부 관계자가 군법회의에서 회사 임원들과 함께 구속재판을 받고 있어 궁박한 처지에 있는 김지태에게 부일장학회 기본재산 토지 10여만 평 및 김지태 소유 부산일보, 한국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 등 언론 3사를 국가에 헌납할 것을 요구해 재산을 헌납받은 것은 공권력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써, 개인의 의사결정권 및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공권력의 강요로 인해 발생한 부일장학회의 재산권 및 김지태의 재산권 등 침해에 대해 사과하고 명예회복 및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또 "그 헌납이 권력기관의 강요에 의한 것인 이상 언론3사에 대해서는 단순히 재산권 침해에 머물지 않고 언론 기관의 존립 근거에 속하는 공공성 또는 중립성 등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 공권력의 강요로 김씨가 재산을 헌납한 만큼 토지의 경우 부일장학회에 반환해야 하지만, 장학회가 해체된 만큼 공익 목적의 재단법인을 설립해 출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당시 김씨가 헌납한 MBC, 부산MBC, 부산일보의 주식에 대해서도 국가가 정수장학회로부터 돌려받아야 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김씨 유가족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정수장학회가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의해 운영되고, 보유 언론사 주식을 재단의 경비조달 수단으로 활용해 온 상황을 시정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덧붙였다.

부일장학회 재산 강제 헌납 사건은 김씨의 차남인 김영우 한생산업 회장이 지난해 1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하면서 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진실화해위의 재산·언론관련 신청 사건 가운데 처음으로 진실규명을 결정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