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칼럼 / 독자투고 보내실 곳 : people@mk.co.kr
  • 문의 : 여론독자부 02) 2000-2386
  • 신문사 / 기자 안내전화 : 02) 2000-2114
글쓰기는 MK회원만이 가능하므로, 비회원께서는 회원가입(무료)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신문 구독, 배달 관련 문의는 신문독자 서비스센터에서 해 주시기 바랍니다.
독자의견 게시글 상세보기
대학혁신과 사립대학의 현실
작성자이창세 작성일2005-11-16 15:08:57 추천20 조회610

사립대학 법인의 교직원으로 일본 국립대학의 특수법인화 완료, 지난 10월 25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일본사립대학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일본의 720여개 4년제 대학중 5년 내에 파산할 대학이 48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는 것과 지난해 일본 사립대학 중 흑자를 거둔 대학은 45.8%, 적자는 21.6% 였다는 보도를 접하는 순간 과연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에 인가된 우리나라 대학은 4년제, 2년제, 기능대학 등을 포함해서 총 436개로 인구수 대비로 볼 때 일본보다 결코 적지 않은 수이며, 입학정원이 고교졸업생 수를 초과하는 전원입학시대는 일본에 비해 몇 년 앞서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도권이외의 지방대학은 수년째 계속되는 정원 미달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지난해 12월에 대학 구조개혁과 자율화 정책의 발표를 통해 대학의 통폐합 및 국립대학의 특수법인화를 추진하는 등의 나름의 노력이 있었으나 통폐합 대상 국립대학 및 교수들의 집단 반발과 사립대학의 미온적 태도로 사실상 답보 상태에 있다. 이와 반대로 여당은 이러한 현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사립학교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간섭을 더욱 강화시키는 사립학교법 개정에만 매달려 있는 실정이다. 현재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대해 우려만 있을 뿐 앞으로 벌어질 사태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태로 마치 IMF사태가 발발하기 직전과 비슷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국립대학의 개혁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고, 사립대학은 자율성의 원칙아래 시장의논리에 맡게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기에 정부든 대학이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일까?
우리나라의 사립대학은 학교법인이나 사인이 설립•운영하는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주체는 국가이다. 그것은 국가가 대학교육 서비스의 공급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설립, 학생정원, 학생의 이동, 학사, 교육, 교원 등에 관한 제반 사항을 모두 규정하고, 그 규정하에서 사립대학이 운영되도록 하고 있다. 대학교육에 있어서 국가와 사립대학과의 관계는 본인과 대리인의 관계라고 정립할 수 있다.
국가와 정부가 대학교육 서비스에 대한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공공성의 강조와 대학교육에 대한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육을 공공재로 잘못 이해하고, 교육이 공공재이므로 교육은 국가가 책임질 일이라는 등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교육은 결코 공공재가 아닌 사적 재화이다. 대학교육이 공공재라면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이 적용되어 입학의 무제한과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대학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점에서 사적재인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교육은 국가와 정부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어떠한 교육을 얼마만큼 받아야 할 것인가는 개인의 자율적 선택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여 대학교육을 국가와 정부가 책임질 일이라는 논리로 그것을 제공하는 사립대학을 공적인 경영의 범주로 포함시켜 통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공공성 앙양이라는 교육법의 규정내용은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의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국립대학의 60% 이상과 달리 5% 미만이다. 그러나 사립대학에 대한 권한 행사 및 통제는 국립대학과 별반 다를게 없으며, 일반기업으로 보면 5% 미만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기이한 형태이다.
대학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대학교육시장을 비경쟁적으로 만들었으며, 그로 인해 우리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게 되었다. 비경쟁적인 환경하에서 대학은 그가 생산해 내는 대학교육 서비스의 질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최소의 비용으로 다수의 학생을 가르치고 거기서 실리를 취하려고 한다. 그리하여 학생이 내는 등록금의 범위 내에서 대학을 운영하려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 결과 대학재정이 과다하게 등록금에 의존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학생증원을 위한 교사증축등의 외형적 교육시설의 확대가 이루어졌으나 실질적인 교육시설은 낙후되었고, 실험실습비의 부족을 겪게 되며, 학생증원에 따른 학생 수가 과다해진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질 높은 교수의 강의와 연구를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강의나 연구의 질적 수준이 매우 낮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또한 오늘날 일부 재단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도 궁극적으로 국가가 대학교육 서비스에 대한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시장의 감시가 없는 국가의 감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독점적 시장인 대학교육에는 국가의 감시만 있을 뿐 시장의 감시가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현재 사립대학들이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이 국가가 대학교육의 독점공급자라는 데 있으므로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국가가 대학교육에서 손을 떼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국가가 대학교육시장에서 통제와 보호를 제거하여 대학교육시장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리하여 대학들 스스로가 학생정원 조정권을 갖고 학생선발과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대학간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립학교법의 전면개정과 사립대학교법 제정 등의 현행의 교육법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그 개편방향은 대학교육시장에서 자유시장경제의 원리가 작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는 시장진입 장벽인 교사, 교지, 교원 확보 등의 대학설립기준을 자유화하여 하며, 학교의 경영에 관한 모든 것은 학교법인의 정관과 학칙에 따라 운영되게 하고, 법적 분쟁의 문제가 발생할 시에는 국가가 나서기 보다는 민법에 의해 해결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향후에 있을 대학 파산으로 인한 학생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 일본과 같이 파산보험제의 도입을 통해 부작용을 방지하는 대책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이 파산하는 초유에 사태가 도래하는 현실에서 정부는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투여된 IMF사태와 같이 정책적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