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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우언[寓言]-(122)경험의 소중함
작성자안개 작성일2005-10-31 08:51:58 추천19 조회893


어느 회사의 연구개발실에 신임 연구원이 부임했다. 몇 명의 석사 출신과 다수의 학사 출신으로 구성된 그 부서에서 그는 유일한 박사학위 소지자였다. 비록 그의 직위는 선임 연구원이었지만 그 대우가 부서의 실장과 차장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또한 그 스스로도 자신이 가진 학위에 대해 오만에 가까운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출근하기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낚시대회를 겸한 부서 야유회를 가게 되었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호숫가에서 낚시를 하는데 그가 앉은 좌우로는 실장과 차장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자리 잡고 있었다. 양쪽에서 두 부서장이 여러 가지 말을 걸어왔지만 그는 그저 잔잔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학사 출신들과 뭐 그리 깊이 나눌 대화가 있을까!

그가 낚시에 집중하고 있던 중,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갑자기 무슨 볼일이 있는지 호수 가운데로 뛰어가는 모양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장이 호수 위를 재빠른 걸음으로 건너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자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후 이번에는 실장이 호수 반대편에서 이쪽으로 다시 호수를 가로질러 뛰어오는 것이었다. 그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점잖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학사 출신이 하는 일에 뭐 그리 신기할 것이 있어 호들갑을 떨며 놀랄 것인가!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이번에는 차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역시 실장처럼 호수 위를 가로질러 뛰어가는 것이었다. 그는 이제 입에 거품을 물고 실성할 지경이 되었다. 도대체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그는 자기 눈을 한번 비비고 나서 다시 그 광경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분명 차장이 물위를 뛰어가고 있었다. 호수를 가로질러 건너갔던 차장은 잠시 후 다시 이쪽으로 재빠른 걸음으로 뛰어 건너왔다.

그는 이것이 어찌된 영문인지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박사가 체면이 있지 어찌 학사들에게 자문을 구할 것인가! 그저 꾹 눌러 참고 체면을 지켰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 그는 급히 화장실을 가야할 상황을 맞았다. 그런데 화장실이 멀리 호수 건너편에 있어 돌아가려면 뛰어도 10분은 족히 걸릴 거리였다. 그러나 길게 뻗은 호수를 만일 가로지를 수 있다면 순식간에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그는 마음을 추스르며 용기를 가지려고 애썼다. 학사들이 해낸 일을 어찌 박사인 내가 못해낼소냐!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뒤로 좀 물러섰다가 힘차게 최대한 속도를 내어 호수로 돌진했다. 그리고 보기 좋게 호수의 물속에 처박히고 말았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그를 실장과 차장이 달려와 호수 밖으로 끌어냈다.

“도대체 이 무슨 일인가? 왜 호수로 뛰어 들어가?” 실장이 물었다.

그는 계면쩍은 투로 말했다. “화장실이 급해 좀 전에 실장님과 차장님이 하시던 대로 한번 해본거지요.”
실장과 차장은 기가 막힌 듯 서로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 사람아! 한마디만 물어봤으면 간단한 일을 어찌 이리 우둔한가!”

원래 호수에는 말뚝이 두 줄 가로질러 놓여있었다. 그런데 최근 비가 많이 내려 호수에 물이 불어나 말뚝이 물아래로 살짝 잠겨 겉으로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곳을 자주 다녀 사정에 익숙한 두 부서장은 그 말뚝의 위치를 훤하게 알고 있어서 그것을 정확하게 밟고 호수를 건너갔다 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학력은 오직 과거를 대변할 뿐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만이 미래를 보장한다. 또한 아무리 뛰어난 총명함도 경험으로 숙련되지 못하면 설익은 과일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