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영혼을 갉아먹을 미국영화

금번 한미 FTA를 체결하면서 늘 화두에 맨 앞자리를 차지하며 어떤 경우에도 사수해야할 품목으로 쌀과 소고기가 거론되곤 했다. 농민들의 반발도 우려한 것이기는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식량주권을 사수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암묵적 공감대와 내재된 두려움이 상존해 있었기에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면서 이제는 전혀 언론의 주목을 받지도 못하고 국민들의 관심 영역에서 멀어져 간 것이 있다. 바로 영화이다. 영화라는게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야말로 절박하게 필요한 것은 물론 아니다. 영화 안 본다고 해서 사는데 무슨 특별한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산업 자체가 아주 괴멸적 상황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산업이 의식주처럼 사람들에게 절박하게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망하건 말건 그냥 방기(放棄)해 두는 것은 차후에 우리 국민들의 의식 형성과 세계관에 아주 나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왜냐하면 영화라는 것은 단순한 시간 때우기용의 오락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의 영화건 영화속의 내용을 잘 분석해 보면 알게 모르게 그 영화를 만든 나라 지배층의 주류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그 예를 들어보자면 영화 라이언 킹을 보면 악의 상징인 스카는 선한 사자들보다 털이 검으며 혐오스런 하이에나 때들이 도시 뒷골목의 흑인이나 스페인계 젊은이들의 말투로 이야기를 한다. 바로 이러한 상징조작을 통하여 백인 주류 사회의 문화를 정의롭고 가치 있는 것으로 교묘하고 은밀하게 윤색해서 전파하는 것이다. (헨리 지루 -디즈니 순수함과 거짓말중에서)

이러한 예를 영화 300에서는 너무나 노골적으로 염치없이 드러내 엄청난 항의까지 받고 말았다. 이 영화를 보면 서양 문화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그리스인들은 정의, 희생, 고귀함등으로 매혹적으로 윤색되어 묘사되고 있고 페르시아인들은 야만, 폭력, 음란 등으로 심하게 왜곡되어 묘사되고 있어 인종차별 논란까지 벌어질 지경이었다.

이러한 예는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 드라마를 분석해 보면 너무 많아서 정말 책으로 써도 몇권이 될 지경이다. 때문에 만약 한미 FTA 이후 한국의 영화 산업이 멕시코의 경우처럼 괴멸되어 한국의 영화 산업이 미국 영화 산업에 완전히 종속되어 버린다면 한국인들은 미국영화를 보면서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미국 지배층이 양산해 내는 미국 중심의 이데올로기를 선(善)한 것 정의로운 것으로 받아들일 개연성이 너무나 높다.

그렇기에 한국 영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단순한 산업 하나를 지키고 보존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한국인들의 주체적인 정신세계를 지켜내고 맹목적인 대미 추종문화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영화를 지키기 위한 범국민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