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 자본자유화에 반대한다.
‘07.3.29.


한미 FAT교섭이 이제 마지막 절충에 들어갔고, 금주 장관 회의가 끝나면 사실상 타결이 된다고 한다. 오랜 절충과 국내에서의 좌우양진역의 대립 속에 이제 그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이러한 시점에 한미FAT를 반대한다고 하기는 참으로 민망하다.
나는 수구보수 자유주의자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오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는 중요하고 또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미간에는 각기 비교우위가 다르고 이해가 다른 분야도 많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자본의 자유화다.
한미FAT가, 결국, 이대로 합의된다면, 우리 기업들과 많은 국민들은, 지금까지보다도 더욱 견딜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지고, 그것은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오늘날 세계 대세로 보아 한미FAT는 언젠가는 체결해야하지만, 특히 자본의 자유화는, 이대로는 안되며, 적어도 우리의 국민소득이 3만불 이상이 되거나, 또는 우리 노동자가 자유로 미국에 가서 노동을 할 수 있을때 까지는, 우리 기업을 보호하는 장치가 있어야 하며, 그것이 불가능할 때는, FAT는 다음으로 미루어야 한다.
한미FAT에 대하여 우리는 좌?우양진영의 입장이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그것은 이념적으로 대할 문제는 아니며, 또한, 정치나 외교적으로 접근할 문제도 아니다.
좌익과 진보세력은, 냉전후의 국제정세의 흐름을 잘 보고 그것에 발맞추어 나아가야지, 국내 일부 계층의 입장만을 내세워 세계 대세의 흐름에 눈감는다면, 세계에서 외톨이가 되고 낙오할 것은 뻔하다. 또한 보수적 입장이라고 해서, 미국과 정치적 외교적 관계가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을 다 잃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의 흐름과도 발맞추고, 경제 원칙에도 맞게 해서 우리나라와 국민에게 유익하게 대처해야 한다.




FAT는 세계 무역의 증대를 촉진하고, 자유화와 국제화를 촉진하며, 그것은 모든 국가와 국민에게 유익하다고 하는데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는, 각국의 입장이 다르며, 교역의 증대나 자유화도 쉽지 않고, 국제화도 간단하지 않다.
사실, 지금의 세계는, 자본이 쉽게 국제적으로 이동하고, 전파통신과 인터넷은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주고, 다국적 기업이 촉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국제화라고 할 수 는 없다. 그것은 국제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는 것뿐이며, 국제기관의 의지가 담긴 국제화의 촉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냉전후 국제관계는, 광역화하고는 있으나 다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러와 열강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UN이나 국제기구는 정말로 중요한 정치 군사 문제에는 아직도 제대로 영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국제화는 아직도 요원하다.
오늘날 국제화를 주장하는 학자는 과거 냉전체제에 영향을 받은 일부 국제경제학자들이며, 책임 있는 국가의 지도자나, 국제 정치나 안보를 전공한 학자들은 국제화를 믿는 사람은 없다. 다만 국제화의 주장이 자국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그냥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각국은, 기본적으로, 자국의 권익과 안전을 주장하고, 경제 대권도 주장하는 것이다. 오늘날 자유 민주주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에서는, 특히, 무역의 확대나 자유화는 각국에 유익하게, 그리고,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간 교역을 넘어 모든 사업과 경제를 일률적으로 개방하고 자유화하려 할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특히, 각국은 각기 산업의 조건이 다르다, 또한 그 산업을 지탱하는 사회와 정치는 물론, 문화와 전통도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일괄적으로 경제와 산업을 개방하려할 때는, 경제적 차이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형평에 맞아야 한다.
이렇게 볼때, 한미FAT교섭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본의 자유화다. 내가 FAT를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본의 자유화는 우리에게는, 화폐개혁과 같은 것으로, 한미FAT에서 이것을 법제화할 때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
지금 한미FAT교섭에서 자본의 자유화에 대하여는, 그간 지사의 설치 문제가 끝나고, 자본의 긴급수입에 대한 제한조치(Safe Guard)만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지사 설치 문제나, 세이프가드문제는 이 문제를 제대로 보고 해결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자본은 어떤 창구를 통하든지, 급작스럽게 유입되든지 오랜 시일을 두고 유입되든지가 문제가 아니고, 결과적으로 국가의 사업과 기업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유입되는 방법이 문제가 아니라 제한이 없이 개방하는 것이 문제다.
어쨌든, 현재의 국제사회 구조하에서는, 자본의 자유화는 부강한 나라를 위하여는 유리하나 그렇지 못한 나라에는 크게 불리하다. 그것은 부강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와의 재력의 불균형에 문제가 있고, 또한 화폐의 본질문제에서 나오는 문제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본의 자유화로 인하여 한 국가의 산업과 국가 안전이 크게 위협받을 때에는 적절하게 규제하고, 불리한 국가를 보호해 주는 것이 당연하고, 일률적으로, 또는 일괄하여 자유를 주장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국민총생산(GDP)는 우리의 그것보다 30배, 40배가 크다. 축적된 국부까지 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그것을 일시적 환율로 환전해서, 자본을 개방하고, 우리나라에서 우리 화폐와 동등하게 사용하게 한다면 우리는 이것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의 자유 경쟁은 처음부터 무리다.
또한 화폐는 한 국가안에서 모든 상품의 가치의 기준이며, 태화(兌貨)상품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모든 상품과 자유로이 교환할 수 있고, 또한 모든 상품과 생산요소는 자유로이 교환되고 이동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할 때에만 화폐가 제대로 평가되고 기능하며, 그렇지 않은 것은 화폐가 아니다.
우리는 환율로 한국과 미국의 화폐가치가 충분히 조율하였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그것은 일시적 무역의 결과나 화폐수급의 결재수단이다. 이 경우, 그것은 일종의, 교환상품에 불과하다.
그렇게 교환된 미화를, 마치 우리 화폐와 같이, 우리나에서, 무제한 사용하게 하고, 유출입이 자유롭게 한다면 불화에 너무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불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 화폐와 같이 사용되게 하려면, 적어도 한국과 미국간에서 모든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생산요소가 자유로이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미간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화폐를 우리나라에서 자유로 사용하게 하고 유출입이 자유롭게 한다면, 예컨대, 우리에게 비교우위가 있는 우리의 노동도 자유로이 미국에 건너가 노동하고 그 임금을 송금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불화의 사용과 출입에는 제한이 있는 것이 당연했다. 이렇게 볼때, 과거 10년간, 우리의 순진한 자본의 자유화가 우리에게 치명적 불이익을 갖이고 왔던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97년 IMF위기 때 자본 자유화를 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부정적인 면이 너무 컸다. 종합주가 지수는 상승하고, 어쨌든 수출은 증대하였다. 외화 보유고가 2천억불을 상회하고, 일부이지만 국민의 생활수준은 향상되고 자유로워 졌다.
그러나 외화의 범람에 의한 이러한 피상적인 성과에 비해, 실제 우리의 국민 경제는 크게 멍들었다. 삼성, 현대 등 우리의 주요 기업들의 주식의 1/3이상이 외국인의 소유다. 주요은행은 1/2이 외국인 지배이고, 그밖에 채권 주요부동산이 외국인의 소유다. 그리고 거의 모든 기업은 끊임없이 외국인의 인수와 합병(M&A)의 악몽에서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는 항상 구조조정의 위협하에 있고, 국민은 절대적인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포항제철과 같은 국가적 기업이 M&A의 위협속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우리의 끝없는 번뇌속에서도 외국인들은 쉽게 막대한 자본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매년 적어도 주식에서 30조(300억불), 내지 40조(400억불)의 이익을 올린다. 그밖에, 채권과 부동산, 기업의 합병과 인수에 의한 배당과 이윤 등의 수익은 계산하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투자를 바랄 수 없고 노동자와 국민 다수의 절대적인 생활수준이 향상을 바랄 수 없다. 이와 같은 고난속에서도, 그간, 우리 기업과 국민이 인내하면서 이마만큼이라도 경제를 유지해온 것은 기적같은 일이며, 한국인 특유의 근성과 기업인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결과라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의 인내와 노력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한미FAT가 체결되고, 자본자유화가 법제화 되면, 우리의 고생은, 오히려, 이제부터라고 해야 한다.
한미 양국간의 자본자유화는, 적어도, 양국간의 소득의 격차가 줄어들고, 생산요소의 이동이 보다 자유로워질 때까지, 한계와 규제가 있어야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때는, FAT는 다음으로 미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자원이 부족한 나라다. 그래서 오늘날 국제 사회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하여는 수출을 중심으로하는 무역 입국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모든 것을 개방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우에도 자본의 자유화는 다르다. 자본과 다른 상품과는 차원이 다르고, 빅딜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우리 농민에 대하여 국제화시대에 우리가 살아남고, 또한 우리가 첨단 산업분야에서 벌어들이는 것이 훨씬 많으므로 우니는 다같이 고통을 참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첨단산업분야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자본자유화로 외국인이 벌어가는 돈과는, 그 양과 질에 있어서, 비교될 수 없다. 부강한 나라들이 FAT에서 노리는 것의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번 미하원의 한 청문회에서, 미국의 USTR 대표는, 한국의 관세와 규제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에 대답하면서,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연간 170억불(17조원)내지는 450억불(45조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고 하고, 한국의 현대 자동차는 년간 미국에 70만대(약130억불, 13조원)가 수입된다고 했다.
여하간 지난해 우리의 대미 수출은 약 430억불(43조)이다. 미국의 수익이 170억불내지 450억불이라고 하는 것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단순히 주식투자에서 얻는 년간 수익만 보아도 오히려 적게 계산된 것 같은 느낌이지만 우리의 수출에 비해 적은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그 자본수익을 쉽게 증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수출을 그렇게 쉽게 증가할 수는 없다. 그리고 또한 우리의 대미 수출은 1/3이상은 외국인의 몫인 것이다.
미국은 현재, 쌀이나 쇠고기 문제를 핵심쟁점으로 거론하려하고 있으나, 사실은, 자본의 자유화가 핵심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대하여 너무 쉽게 수용하려하고 있다.
자본 자유화에 대한 제한이나 규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미FAT는 다음으로 미루어야 한다. 자본의 자유화는 국제화때문도 아니고, 양국을 위하여 동등하게 유익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리고 일괄 타결이라는 원칙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자본의 자유화를 합리적으로 규제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것을 다시는 막지 못할 것이다. FAT가 체결되고, 본격적으로 자본의 자유화가 이루어지면, 우리의 기업들은 더 이상 안정을 찾지 못할 것이고, 노동자와 국민의 고통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급명간 마지막 절충이 이루어지고, 국가 원수의 최종 결단만이 남아 있으나, 국가와 국민에게 닥쳐올 중요한 문제이고 헤어날 수 없는 멍에라면 이 문제는 언젠가는 다시 되살아나는 것이다.
‘97년 IMF교섭때, 최종교섭에서, 우리의 한 고위 경제관료는, IMF자본 자유화를 위한 마지막 조항을 받아들일때 자기는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느꼈다”고 고백한 것이 보도된 적이 있다. 우리는, 지금, 어느 것이 옳은 것이고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서, 결단을 내려야할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