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원래 민주화세력과 근대화세력이 30년 군정을 종식시키기 위해 만든 정당의 후신이지만 그러나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들만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거꾸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손학규의 한나라당 탈당의 변이다. 이 변이便인지辨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손학규로서는 상당한 고민의 흔적을 내보인 셈이다.
손학규가 말한 민주화세력과 근대화세력이 군정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 운운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인 여정이 복잡다난했기 때문에 나온 수사적인 말이라 보여진다. 민주화세력은 용인하고 싶지만 근대화세력이라 지칭되는 일부 수구적 세력과의 야합이었던 민자당 출범을 굳이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온 상투적인 발언이라 생각된다. 여기에는 일정부분 자기변명이 또아리를 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학규의 한나라당 탈당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우선 손학규의 탈당을 환영하는 것은 그가 한나라당의 대권전략에 충격을 주었다는 것에서가 아니라 긴 시간동안 자신의 정체성과 관계없는 곳에 몸담았던 지리한 시절과의 결별이라는 점에서 개인 손학규의 심중의 고민을 털어버린 것이라 손학규 개인을 위해서 다행한 일이라는 것이다.
손학규가 뭐라고 말한들 한나라당은 애초부터 나라의 미래나 민족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희망을 근본적으로 가지지 못한 정당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일정한 룰도 없이 시류에 다라서 표심만을 좆는 한나라당은 자기 주체성은 물론이고 정당으로서의 존재감마저 이미지의 그늘뒤에 가려진 유야무야한 집단에 불과하다.

손학규의 인물됨을 굳이 칭찬할 필요는 없다. 칭찬받을 인물인지는 글쓴이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일정부분 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만 보았던 까닭이다. 한나라당이라는 배경색에 그려진 손학규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의 한나라당 인물이었다. 사실은 뭇 닭들 중에서 그나마 모양새 그럴듯한 닭이었다는 뜻인데 그냥 학으로 말하자....

손학규의 지적대로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의 잔당들이 버젓하게 행세를 하는 곳이라 애초부터 국민 여러분들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는 곳이다. 관계라고 말한다면 선거때 상대의 실책에 편승한 어부지리나 노릴줄 아는 집단이지 무슨 창조적이고 자발적인 정책씩이나 기대할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례로 한나라당의 무수한 정책남발 중에서 어느하나 국민 여러분들의 실생활에 도움을 줄만한 것들이 없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정체는 분명하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장애인 복지비용을 늘리라고 질타하던 한나라당 의원님께서 예결산에서는 장애인 복지부문의 예산의 50% 가까이 삭감하라고 떠드는 곳이니 원래가 생각은 그들에게 장식품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곳에서 나온 손학규는 그야말로 수렁에서 탈출한 것이다.

그러나 손학규가 주몽을 언급하며 비유한 내용들은 적합하지 못한 발언이다. 한나라당이 부여씩이나 된다는 전제부터가 어불성설이며 한나라당이 현토성의 양정이 지배하는 한나라의 변방영토라고 말한다면 적당한 비유였을 것인데 말이다.
많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손학규는 수렁에서 나온 것이고 이제 그에게 기다리는 시대는 그동안의 과오..그가 수구적이며 군사문화와 개발독재에 찌든 집단에 몸담았다는 사실을 강력히 자기비판을 하면서 새로운 정치인으로서 행보를 할 일이다. 이인제효과에 굳이 얽매일 필요는 없다.

한나라당의 한계가 분명하게 나타난 장면이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손학규를 포함한 일단의 자칭 개혁적 소속의원들에 대해 한나라당의 이념적 한계를 넓히는 장식품으로 대접하고 집단적인 선택은 늘상 수구적 퇴행이었다는 점에서 이 한계없는 한나라당의 퇴행은 그 결말이 뻔하다. 일단 경선부터 맥빠진 잔치가 될 공산이 크다.
군정과 개발독재를 상징하는 전형적인 수구적 인사들의 집안잔치가 흥행에 성공할 까닭이 없다. 타격이 큰 것인데, 그동안 그들이 보인 행태로 보아 능히 있을법한 일이다.

손학규는 탈당을 했지만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단독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자니 배경이 없고, 다른 정파에 몸을 담자니 그것도 뻘쭘한 일이라 상당기간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그러나 진정이 있으면 통하는 법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손학규 개인에게는 한나라당에 몸을 담그고 악취를 풍기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손학규의 선택이 스스로에게나 국민 여러분에게나 긍정적인 선택의 결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