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을 잡아라’

지난달 28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방문해 환황해권 투자·물류 허브 구축을 위한 벤치마킹에 나선 김완주 지사에게 이환균 청장이 던진 한마디다.

물류 기지 배후로 새만금과 함께 현재 지정을 앞두고 있는 군산경제자유구역을 어떻게 활용해야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전북에게 선(先)모델인 ‘아이페즈’(IFEZ·인천경제자유구역)는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이환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군산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해 어디에 역점을 두어야 하는지, 현재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의 한계와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들려달라는 전북도의 주문에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우는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새만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선 다른 지역보다 경쟁 우위에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전북만의 컨셉’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비즈니스와 물류·지식기반을 갖춘 동북아 최고의 명품도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송도, 영종, 청라 등 3개지구 총 6333만평에 글로벌기업들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편하게 비즈니스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가장 매력적인 비즈니스 환경과 생활환경을 만든다는 것이 기본 구상.

인천국제공항과 인천국제항을 중심으로 한 ‘물류’, ‘IT·BT·R&D’, ‘관광레저’ 등 3대 허브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2003년부터 2020년까지 기반시설 조성비로만 14조3689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가사업이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부산·진해나 광양과 달리 인천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차별화된 컨셉에 있다. 이들 3개 구역권 모두 물류 중심지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부산·진해나 광양경제자유구역의 경우 기존 산업기반에 틀을 맞추고 있는 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중국, 나아가 동북아를 겨냥한 글로벌 마인드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환황해권 물류 중심지’라는 컨셉만으로 전북이 인천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발 구상에 관한 컨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반드시 능사는 아니라는 게 이환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의 말이다.

그는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면서 “결국 정부와 자치단체의 추진 의지에 성패가 달려 있는 만큼 새만금이나 군산경제자유규역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세워 앞으로 정부를 설득해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충고했다.

전북도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국제 비즈니스와 관광·레저, 물류 허브 등을 담은 새만금 개발 구상이 인천경제자유구역과 별 차이가 없고, 생산 기반이나 도로망 등의 인프라 또한 취약해 2차 산업 중심의 물류 기지화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부가가치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도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식품, 첨단부품소재,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북일보 안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