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허구의 사실(개연성이 높은)을 기술한 정치만담입니다.


---------------- * ---------------- * ---------------- * ---------------- * ----------------


"자~!! 어서들 활짝 웃어보라구~!! 왜들 그렇게 우거지상이야?!! 그까짓 미친 놈 하나때문에
기죽을 필요는 없어~!!"

산도적재오와 얍삽이두언이가 회초리를 들고 캠프요원들을 독려했지만 얼마전 유찬이의 폭로로
사기가 꺾인 요원들의 얼굴은 좀처럼 펴질 줄을 몰랐다.

한밤중 늦은 시각 맹박이의 서초동빌딩 대회의실에서 캠프요원들에 대한 미소짓기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이는 대장 맹박이가 근혜쪽의 검증공세에 맞서 무조건 웃음으로 대항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직후
작년 아프리카의 우간다에서 열린 "억지로 오랫동안 웃기'세계대회에서 한국대표로 출전하여 우승한
스마일킴을 강사로 초빙하여 요원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이번과 같은 폭로사태에 대비하여 가짜웃음을 만들기 위해 남몰래 피눈물나는
노력을 해 왔던 맹박이와는 달리 아직 초보단계에 있는 요원들의 얼굴은 뭐씹은 듯한 상태에서
별로 나아지지가 않았다.

"자~!! 여러분~!! 입술양쪽꼬리를 가볍게 올리고 광대뼈근육을 약간 위로 끌어올린다는 기분으로
웃어보세요!! 그게 잘 안 되시면 그동안 살아오시면서 배꼽잡았던 일을 회상하시면 더욱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스마일킴이 억지로 웃는 요령에 대해 설명하자 요원들이 따라하느라고 애를 먹고 있었다.
바로 그순간 한쪽 구석에서 재오가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자슥아~!! 그게 찡그리는 거지 어째서 웃는 얼글이냐?!! 강사님이 입술꼬리를 올리라고 했잖아!!"

재오가 억지웃음만들기에 실패한 요원의 머리를 쥐어박자 그 요원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그때 회의실입구쪽에서 맹박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수고가 많습니다~!! 잘 안 되는 사람은 나를 보시오~!! 내가 지금 이렇게 찡그리고 있다가
갑자기 요렇게 웃는 얼굴로 변신하는 것처럼 여러분들도 숙달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무차별폭로로 싸움을 걸어 오는 근혜파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맹박이의 신기에 가까운 웃음짓기기술에 모두들 놀라며 부러워했다. 잠시후 맹박이가 재오와 두언이를
옆방으로 불렀다.

"저 친구들~ 왜들 얼굴이 저모양들이야?!! 세상의 걱정은 모조리 다 가지고 있는 사람들처럼
면상이 너무 찌그러져 있잖아?!!

"아마 유찬이의 폭로를 사실로 믿고 모두들 기가 죽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재오의 말에 맹박이가 발끈했다.

"그 개자식의 말이 사실이고 아니고가 뭐가 중요해? 그문제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우리요원들은
더욱 자신있는 것처럼 웃고 다니면 되는 거야~!! 세상사람들이 우릴보고 실성한 사람들이라고 놀려도
좋으니까 목숨을 걸고서라도 웃으라고 해~!! 이번 주내로 요원들의 훈련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너희 두놈 다 모가지야~!!"

맹박이의 성화에 두언이가 나섰다.

"그보다 대장님~!! 요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는 근혜의 X파일을 공개하거나 유찬이란 놈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은데요~!!"

두언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맹박이가 두언이의 대갈통을 후려 갈겼다.

"야새꺄~!! 근혜파일은 경선때 써먹을 거라고 내가 몇번 말했냐? 그리고 유찬이 놈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 괜히 벌집을 쑤셔서 신세조지게 하지 말고~!!

맹박이의 꾸중에 두언이가 정색을 했다.

"아니? 그렇다면 그놈이 말한 게 다 사실이란 말씀입니까?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군... 읍~"

두언이가 말을 계속하려 하자 맹박이가 서둘러 두언이의 입을 틀어 막았다.

"으이그~ 이 돌대가리 색기야~!! 말 좀 작게 해라~ 남들이 듣겠다~!! 그러고도 네놈이 행동대장이냐?
아까도 말했지만 그놈의 말이 사실이고 아니고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란 말이야~!! 설사 사실
이라고 해도 나는 경선은 물론 년말결선에서도 이길 자신이 있다구~!!"

맹박이의 얼토당토 않은 말에 재오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

"무슨 기발한 꼼수라도 가지고 계신 겁니까?"

맹박이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작심한 듯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물론 있지~!! 바로 박정희의 법칙일세~!!"

맹박이의 입에서 난생처음으로 듣는 이상한 말이 흘러 나오자 재오와 두언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박정희의 법칙~?!!"

이들의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 맹박이가 입가에 미소를 흘리며 되물었다.

"자네들 박정희가 국민들에게 왜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나?"

변절자의 이력을 가지고 있는 재오가 슬그머니 대답했다.

"그거야~ 우리 국민들을 배고픔에서 구해 낸 영웅이기 때문이죠~!!"

재오의 말에 맹박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씨익 웃더니 비장감어린 목소리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게 정답이 아니네~!! 박정희가 집권했던 6,70년대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자산은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이었네~! 그때 우리의 품질좋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고도성장을 이룩했고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투자를 하게 된 게지~!!

그러니까 우리나라경제를 일으킨 주인공은 박정희가 아니라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한 국민들이네~!!
박정희는 운좋게도 그 시대의 대통령이었을 뿐이야~!! 그런데도 박정희가 지금까지 국민의 영웅으로
대접받는 이유는 우리민족의 역사속에서 찾을 수가 있네~!!"

재오와 두언이가 모가지를 길게 빼내며 더욱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맹박이의 입을 주시했다.

"지난 5천년 세월이 흘러 오는 동안 우리민족은 유난히 많은 외세의 침략에 시달리며 나라가 위기에
빠졌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 따라서 우리민족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 내는 영웅의 출현을
늘 학수고대하며 살아 갈 수 밖에 없었고 박정희의 출현은 이러한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데
어느정도 한몫을 한 게 사실이라네~!!

그렇지만 박정희의 영웅화는 지극히 병적인 우리국민들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지~!!
영웅도 신이 아닌 이상 실수도 하고 단점도 많겠지만 일단 영웅의 반열에 오르면 국민들은
그 영웅의 허물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 왜냐하면 스스로 만들어낸 영웅에
흠집을 내는 건 자신이 믿어 온 신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맹박이가 손수건을 꺼내 입가에 잔뜩 묻어 있는 개거품을 걷어 내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박정희가 총칼을 앞세워 정권을 탈취할 때만 해도 국민들은 그를 그저 군출신독재자로
여겼지만 그의 집권기간동안에 경제가 나아지니까 박정희가 무력으로 집권한 사실을 나라를
구해 낸 것으로 억지해석하여 그를 통해 새로운 영웅을 목격하게 된 거야~!!

따라서 국민들은 나중에 박정희의 패륜적악행이 드러났어도 애써 외면하면서 독재자의 얼굴에
영웅의 가면을 씌우려고 안달하는 것이라네~!! 이처럼 유달리 영웅을 좋아하는 국민성때문에
아무리 정의감이 투철하고 사람좋은 놈현이라 하더라도 영웅과는 거리가 멀어서 인기가 없을 수 밖에..."

"그러면 대장님은 박정희를 흉내라도 내시겠다는 겁니까?"

두언이의 말에 맹박이가 더욱 자신감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이지~!! 그러나 박정희와 나는 엄연히 집권방식의 차이가 있네~!! 알다시피 돌대머리전두환이가
박정희를 흉내 내며 영웅이 되려고 했지만 국민들의 의식이 성숙되는등 당시의 시대적여건이 달라서
결국 실패한 것 처럼 이제는 쿠데타라는 케케묵은 방식으로는 영웅이 될 수 없네~!!

나야 물론 민주적절차에 의해 집권을 노리고 있지만 아직도 영웅의 출현에 목말라하는 국민들의
성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나의 최대 장점이지~!! 결론적으로 유찬이의 폭로가 사실이더라도
놈현의 실정에 실망한 국민들은 나의 고속출세를 경제적신화로 승화시켜 억지로라도 나를 영웅으로
받들면서 스스로 영웅을 발견했다는 만족감에 빠지려고 할 걸세~!!

두고보라구~!! 내입으로 유찬이의 폭로내용을 사실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이상 국민들은 나를
믿으려고 노력하며 새로운 영웅만들기에 전념하려고 할 테니까~!! 이게 바로 박정희의 법칙일세~!!"

일장연설과도 같은 맹박이의 설명이 끝나자 재오와 두언이는 자신들의 대장의 탁월한 식견에 탄복하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두사람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맹박이가 갑자기 목청을 높였다.

"어차피 정치는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우리는 근혜쪽에서 무슨 개지랄을 떨던 간에
무시하고 우리의 갈 길만 가면 되네~!! 이렇게 미소를 지으며 말일세~!!"

두명의 심복은 자신들의 대장이 비록 정치이력은 보잘 것 없지만 꼼수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대한 인물임을 확인하고는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맹박이를 우러러 보았다.

"그동안 근혜일당이 나의 X파일을 터뜨린다며 겁을 줬지만 내가 왜 자신만만했는지 그 이유을 이제는
알겠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한번 크게 웃어 볼까?!!"

맹박이의 제의에 재오와 두언이가 턱의 근육을 튕기며 웃을 준비를 했고 맹박이가 신호를 보내자
세사람은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우하하하하~!!! 푸해해해해~!!! 우핼핼핼핼~!!!"

아까부터 창문밖에서 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달님이 역겹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더니
구름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