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건물 옥상에 밤에 켜두는 불빛 같은 것도 등대라고 할 수 있지만 등대라고 하면 바닷가에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방파제 끝부분에서 항구의 입구를 표시해 주거나 암초가 있어서 위험한 곳임을 경고하는 작은 등대도 있지만 멀리서도 볼 수 있도록 비교적 높은 언덕에 설치한 것이 원래의 등대(燈臺)일 것이다( 臺는 ‘높은 곳에 지어놓은 집’의 뜻). 그런데 책의 설명에서 등대가 밤에 뱃길을 ‘밝혀 준다’는 것은 ‘알게 해 준다’는 뜻이 더 강하지만 학생들은 등대가 도시의 가로등과 같은 구실을 하는 것으로 알게 되기가 쉬운 것 같다. ‘등대가 신호를 보낸다’는 문구에서 등대는 신호등처럼 배의 통행을 통제하는 것으로 알기도 한다. 그래서 어른들 중에도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근래에 등대는 관광 명소가 되어 학생들의 현장 학습 장소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등대에 가본 사람들은 등대의 구실을 바르게 알게 되는지 의문이다.
내가 가본 등대의 전시물에는 등대의 역사나 외형적인 면에 치중하여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는 전문용어로 설명이 되어 있었는데 mm를 M/M으로 표시한다는 것이 생소했다. “사람들이 등대의 구실을 잘못 알고 있다”고 관계자에게 말했더니 “바다와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등잔불 형태였던 초기의 등대는 밤에 먼 바다에 있는 배의 선원이 불빛을 보고 육지가 있는 방향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구세주의 역할이 될 수 있었지만 전기를 이용하게 된 후에는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다. 각 지역의 등대마다 불빛이 깜박거리는 방법(10초, 15초, 20초...등 깜박이는 시간차 혹은 1번, 2번, 3번...등의 깜박이는 횟수)을 다르게 하여 밤에 불빛으로 어느 곳의 등대인지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신호라고 할 수 있지만 교통신호등과 같은 통제의 의미는 없고 어둠 속에서도 그 곳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방파제 끝부분의 작은 등대는 시선을 쉽게 끌기 위해서 계속 깜박이기만 하는 것이지 그 위치를 알게 해 줄 필요는 없다.
오늘날에는 컴퓨터 장치로 배가 항해하는 현재의 위치를 언제나 확인할 수 있으므로 등대의 중요성은 감소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