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친일에서 숭미까지 조선일보 84년 규탄대회'


이수강 기자 sugang@mediatoday.co.kr




▲ ⓒ 이창길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조선일보가 창간 84주년을 맞은 5일,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 사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조반련) 주관으로 라는 제목의 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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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눈발이 휘날리는 차가운 날씨 속에서 낮 12시부터 1시간 남짓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민언련, 국민의힘, 전국연합 등 사회단체 회원을 비롯한 1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또 이종린 범민련 명예의장,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오종렬(전국연합 상임의장)·명계남(영화배우) 조반련 공동대표, 심화섭 국민의힘 공동대표, 임현구 조아세 운영위원,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 문병준 민족문제연구소 부위원장,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각계 인사가 자리를 함께 했다.

"김대중·강천석·양상훈·이한우·진성호, 조선일보 5적"

방학진 조반련 집행위원장 대행(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 연단에선 각 인사들은 저마다 조선일보 반대 입장을 쏟아냈다. 심화섭 국민의힘 공동대표는 "조선일보가 '할말은 하는 신문'이라고 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말'을 하는 신문인지 묻고 싶다"며 "조선일보가 총선에 '올인'했듯이 우리도 끝까지 이에 맞서 4월 총선에서 개혁의회를 만드는 일을 완수하자"고 말했다.

심 대표는 또 "국민의힘은 조선일보 논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조선일보 5적'을 선정, 집중적인 모니터링으로 편파 왜곡보도를 알려나가는 한편 항의방문, 면담요청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꼽은 '조선일보 5적'은 김대중 이사기자, 강천석 논설주간, 양상훈 논설위원, 이한우 전 논설위원, 진성호 사회부 차장대우 등으로, 국민의힘 회원들은 이날 이들 다섯 명의 이름과 칼럼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왔다.



▲ 조선일보 규탄대회가 열리는 동안 경찰병력이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이창길기자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땅의 노동자가 1300만명이고 이중 비정규직이 800만명으로 우리나라 민중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이들의 삶과 투쟁의 정당성을 외면하고 마치 이 사회를 좀먹는 악처럼 간주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앞으로 대중의 동력을 기반으로 언론개혁 투쟁을 힘있고 강고하게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병준 민족문제연구소 부위원장은 "조선일보는 국회가 전면 삭감한 친일인명사전 예산을 모으기 위해 네티즌들이 일어설 때도, 친일진상규명법이 국회에 상정돼 오랜 우여곡절을 겪을 때도 이를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방학진 조반련 집행위원장 대행은 이에 "친일진상규명법이 거듭된 수정으로 누더기가 되면서 '전국적 범위의 친일행위'를 한 사람만 조사대상이 됐다"며 "하지만 조선일보·동아일보는 '전국적 범위'에서 친일 논리와 징용·징병을 설파했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이 법의 적용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팔순의 이종린 범민련 명예의장은 "조선일보 창간기념일이라고 하니 60년전 일제 헌병대에 끌려갔던 기억이 난다"며 "조선일보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 땅과 만주에서 피를 흘리고 있을 때 천황 생일이라고 천황 부부 사진을 1면에 올렸던 신문"이라고 말했다. 이 명예의장은 "해방 전에는 친일로, 해방 이후에는 분단 조장으로 민족에 쓰라림을 안겨준 민족의 반역지 조선일보는 자폭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남은 시간 동안 100골 이상 자살골 터질 것"



▲ 조선일보 창간 84주년을 맞아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는 5일 서울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조선일보 84년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창길기자

이날 집회에서 가장 열띤 호응을 얻은 연사는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와 명계남 조반련 대표였다. 집회 참석을 위해 이날 충북 옥천에서 상경했다는 오한흥 대표는 "누가 아직도 조선일보를 일러 보수언론, 수구신문이라고 하느냐"며 "찐빵집 간판을 걸고 마약을 유포하는 가게를 찐빵집이라고 부르느냐.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를 보수주의자, 수구주의자라고 부르느냐. 조선일보는 언론으로 위장했을 뿐 명백한 범죄집단인만큼 더 이상 언론으로 부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따라서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언론모니터링'이 해당되지 않는다. '범죄집단 감시시스템 가동'이라고 해야 맞다"며 "이 자리에 조선일보 기자가 있거든 내 말에 실명을 박아 (기사를) 써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한흥 대표는 "축구로 친다면 조선일보가 지난 84분 동안 엄청난 반칙을 통해 84골을 넣었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6분 동안 조선일보의 헛발질이 이어져 100골 이상 자살골이 터질 것으로 확신한다.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자살골이 터지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헛발질과 골잔치를 즐기면 된다"며 "여기 참석한 여러분과 끈끈한 관계를 맺게 해준 데 대해 방상훈 사장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명계남 조반련 대표 역시 특유의 어법으로 이목을 끌었다. 명 대표는 "조선일보는 40년 8월10일 일제에 의해 강제폐간됐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는 일제로부터 당시 가미가제 전투기 10대 값인 100만원에서 130만원 정도를 받고 합의폐간을 했다"며 "조선일보는 광복 60주년인 내년이 오기 전까지, 합의해서 폐간을 해주기를 바란다. 이에 합의해주면 내가 100만원을 내겠다. 일본 돈만 돈이냐. 조선일보는 합의폐간 절차를 밟기 위해 전교조, 민주노총, 민언련, 조아세 등과 6자회담을 갖고 8월10일까지 워킹그룹을 구성하는 게 어떠냐"고 주장, 참석자들의 웃음을 끌어냈다.



▲ ⓒ 이창길기자

이어 오종렬 조반련 대표는 제하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서는 "(조선일보의) 오늘자 사설 는 그들의 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라며 "그들 말처럼 독립언론과 대의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면, 다름 아닌 그들 조선일보야말로 독립언론과 민주주의를 흔드는 악마의 손, 광인의 손길"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또 "조선일보가 오늘 사설에서 민주주의의 적으로 독립 언론의 적으로 간주하며 우리에게 독자에게 국민에게 퍼부은 저주, 꼭 그만큼 그대로 창간맞이 선물로 돌려준다"며 "현재의 논조가 계속된다면 오는 4월15일 깨어 있는 국민의 이름으로, 살아있는 유권자의 표를 모아 수구집단과 묶어서 한꺼번에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는 이어 "조반련은 기자정신을 훼손하는 글쓰기를 일삼는 진성호, 강천석, 김대중, 양상훈, 이한우 등과 함께 문갑식, 김창균, 전여옥, 신정록 등 조선일보의 대표적인 논객 기자들에 대한 집중 모니터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제 때는 천황 만세, 지금은 부시 만세"

이날 집회에서는 안티조선 관련 판넬 전시, 신문 배포와 함께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퍼포먼스에서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가면을 쓴 사람이 !이라고 쓰인 판넬을 걸치고 부시 대통령 가면을 쓴 사람을 따르는 모습을 연출했다. 또 방상훈 사장과 부시 대통령을 향해 집회 참석자들이 눈덩이를 뭉쳐 던지면, '조선일보 논객 5적' 피켓을 든 사람들이 방패막이로 나서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 5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조선일보 84년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조선일보의 숭미 보도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창길기자

참석자들이 들고나온 피켓에는 등의 구호가 등장했다.

한편 이날 남대문경찰서는 집회 장소와 조선일보 건물 주변 등에 경찰 병력 1개 중대를 배치했다. 그러나 집회는 경찰이나 다른 사람과 아무런 마찰 없이 끝났다. 집회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일부 경찰 병력은 조선일보 본관(코리아나호텔)의 정문과 통로, 정동별관 입구 등 앞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조반련이 이날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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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주 반민족 반개혁 조선일보 84년을 규탄한다!
-4월15일은 대의민주주의 협박하는 조선일보 심판의 날!

오늘로서 조선일보가 창간 84년을 맞이했다. 일제의 간교한 문화통치의 찌꺼기로 태어나 친일에서 숭미로 치달아 온지 84년. 우리에게는, 언론자유의 진짜 주인인 우리들에게 오늘은, 치욕의 83년도 모자라 꽉 채운 84년을 허락한 부끄러운 날이다.

사익을 추구하면서 감히 공익을 가장하고, 사주의 자유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언론을 자임하는 저들의 교태가 아직도 독자들의 아침을 어지럽히는 지금, 조선일보의 만 가지도 넘는 거짓을 이 자리에서 다 열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조일 동화주의'를 표방한 친일 경제인 단체 '대정실업친목회'를 모체로 탄생, 잠시 민족지로 외도했다가 방응모가 사주가 되면서 30년 중반 이후 자진 폐간 때까지 일본 천황의 충직한 언론 주구로 살아 왔음을 오늘 같은 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친일'이야말로 끊임없이 힘 센 자의 논리에 자신의 코드를 맞추고 그렇게 키워진 힘을 밑천으로 감히 국민을 능멸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조선일보식 언론관의 원형질이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조선일보의 행태는 권력을 놓치고,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권력에의 향수 때문에 온 몸이 비비꼬이는 금단 현상에 발광하는 광인의 모습 그 자체다.

창간을 맞아 내놓은 오늘자 사설 는 그들의 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다.

조선일보는 감히 "권력에 대한 감시를 사명으로 하는 독립언론과 절대 권력에 대한 견제를 사명으로 하는 대의 민주주의는 근대 시민사회가 탄생시킨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공중(公衆·public)을 그 토대로 해서 함께 출현한 기관"이라고 정의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선일보는 권력 감시라는 사명을 다 해 본 적이 없다. 독립언론이었던 적이 없다. 친일까지 갈 것도 없다. 박정희와 전두환을 조선일보가 어떻게 섬겼는지는 30대 이상의 국민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그런데도 감히 어디서 조선일보가 '독립언론'이라는 말을 입에 올린다는 것인가? 독립언론을 욕되게 하는 짓일랑 당장 그만두어라!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독립언론과 그들의 대표기관인 대의민주주의가 동시에 도전 받고 있"고 그 주체는 지금의 정치권력 즉 노무현 정부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날조이며 거짓말이다. 그들 말처럼 독립언론과 대의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면, 다름 아닌 그들, 조선일보야말로 독립언론과 민주주의를 흔드는 악마의 손, 광인의 손길이다.

조선일보를 보라. 단 하루라도 왜곡 편파 오보가 없는 날이 없다. 정치 사회 노동 교육 문화 하다못해 스포츠 기사에서조차 왜곡을 밥먹듯 하면서 노동자의 파업은 반사회적 일탈이고, 교육 문제의 모든 근원은 평준화이고, 미군 기지 이전 주장은 북한을 이롭게 하며, 대통령은 천하의 망나니라고 떠드는 신문이 조선일보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설 칼럼에 기고, 기사까지 동원해 열심히 친일파에 뿌리를 대고 있는 수구기득권 차떼기 책떼기 세력의 재집권을 위한 총선 시나리오를 생산 가공 유통시키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 신문, 반민주, 친재벌 친수구 신문이 바로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는 방상훈 사장의 충직한 개 중의 누군가의 빛나는 재주로 써 내려간 바로 그 비장미 넘치는 사설에서 민주주의의 적으로 독립 언론의 적으로 간주하며 우리에게 독자에게 국민에게 퍼부은 저주, 꼭 그만큼 그대로 창간 맞이 선물로 돌려주노니 부디 잘 간직하길 바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멋진 선물을 부록으로 안겨줄 것을 약속한다. 여든 네 해를 하고도 모자라, 미국과 돈 많은 재벌, 반민주 반통일 수구집단 한나라당과 붙어서 피땀으로 눈물로 때로는 제 몸에 불 붙여가며 얻어낸 한국 민주주의의 열매, 남북 평화 교류의 분위기를 망치려는 수작을 계속한다면, 오는 4월 15일 깨어있는 국민의 이름으로, 살아있는 유권자의 표를 모아 수구집단과 묶어서 한꺼번에 심판할 것이다.

이를 위해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에서는 기자 정신을 훼손하는 글쓰기를 일삼는 진성호, 강천석, 김대중, 양상훈, 이한우 등과 문갑식, 김창균, 전여옥, 신정록 등 조선일보의 대표적인 논객 기자들에 대한 집중 모니터 활동을 펼칠 것임을 밝힌다.

입만 열면 간드러지게 쏟아내는 바로 그 정의의 매서운 맛, 민주주의의 매운 맛을 보여줄 것임을 약속한다. 기대하라, 악마의 조선,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광인의 세월 84년 조선일보여!

2004년 3월 5일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