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면 신문 구독 / 배달 문의 : 02) 2000-2000, service@mk.co.kr
  • 독자칼럼 / 독자투고 보내실 곳 : people@mk.co.kr
  • 문의 : 여론독자부 02) 2000-2386
  • 신문사 / 기자 안내전화 : 02) 2000-2114
글쓰기는 MK회원만이 가능하므로, 비회원께서는 회원가입(무료)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신문 구독, 배달 관련 문의는 신문독자 서비스센터에서 해 주시기 바랍니다.
독자의견 게시글 상세보기
[펌]황우석 윤리논쟁에 대해 - 연합 블로그(이주영)
작성자독자 작성일2005-11-24 15:07:00 추천14 조회1739

연합뉴스의 기자 블로그에서 퍼 왔습니다.
---------------------------------------------------------------------------------------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멀리서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를 둘러싼 논란을 바라보자니 답답한 생각이 듭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속시원히 답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도 독자 입장에서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의혹만 바라보고 있자니 사실 혼란스럽습니다.
연수 떠나올 때 선배.동료들이 1년동안 속세의 일은 모두 잊고 지내라고 당부했는데 황 교수 문제는 그게 잘 안되네요. 과학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 때문일수도 있겠고 지금 전개되는 상황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황 교수의 모습과 너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15일 오전(미국 태평양 표준시)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황 교수님 만났을 때 진지하지만 밝은 표정을 보고 '상황이 쉬운 것 같지는 않지만 잘 마무리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일이 자꾸 꼬여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Howard Baker Questions'라는 게 생각납니다. 워터게이트 민주당사 도청사건 당시 미 의회 조사위원회에 속해있던 하워드 베이커 의원이 던질 질문이었습니다. "What did he know and when did he know it?"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빌딩 도청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고 알았다면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입니다. 이와 똑같은 질문이 황 교수에게 던져질 것입니다. 황 교수로서는 연구를 하느라 지새웠을 수많은 밤보다 이번주 하루하루가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지금 황 교수팀의 난자 채취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윤리 논쟁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일단 진실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먼저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학계의 연구활동 관행을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합의나 법적 토대가 마련된 다음에 연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과학은 항상 법보다 앞서가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합의나 법은 구성원 사이에 상당한 논의와 의견 교환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과학 연구에 이를 적용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철저한 윤리적 기준을 적용하라고 요구하는 생명윤리학자 등을 무조건 틀렸다고,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매도할 수도 없습니다. 이들의 눈과 귀, 입은 과학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하는데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우리의 양심를 믿어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과학이나 기술 연구가 순수하게 '인류 문명의 지식을 넓히는 숭고한 활동'이었던 시대는 끝난지 오랩니다. 오래 전 많은 연구들이 권력의 도구가 되었듯이 이제는 돈의 노예가 된 연구들이 여기저기 숭고한 과학으로 가장한 채 숨어있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연구활에 대해 사회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는 우리나라의 과학사에 길이 남을 큰 업적임에 틀림 없습니다. 단언컨데 지금까지 그 어떤 연구도 이처럼 단시일 내에 널리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황 교수팀의 연구에 쏟아지는 관심이 때로는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 황 교수팀에 있었을지도 모를 잘잘못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질 때는 소름이 끼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냉정한 자세로 생명과학을 비롯한 과학과 기술 분야 연구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태도와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합니다. 이것은 황 교수팀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온 길보다 더 험난한 길이 앞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황 교수팀이 지금까지 이룬 업적이 매우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들이 열매를 맺으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너무 멉니다. 황 교수팀의 연구가 과연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인지, 맺는다면 언재 맺을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 열매를 우리가 따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우리보다 더 막강한 자금력과 장비, 연구인프라를 갖춘 선진국들이 눈에 불을켜고 달려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24일 황 교수가 이번 윤리논쟁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때 어떤 얘기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무엇이 됐든 황 교수팀이 지금까지 이룬 연구성과의 의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윤리적인 측면에서 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상처의 크기는 사례금을 지급하고 채취된 난자가 연구용으로 얼마나 사용됐는지, 연구원의 난자 기증이 있었는지, 그런 사실이 있었다면 황 교수가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알았다면 언제 알았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황 교수는 이런 의문에 분명하게 답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황 교수의 대답이 무엇이 됐든, 그런 행위들이 연구가 행해진 시점에서는 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황 교수가 연구책임자로서 국민에 사과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우리 사회가 황 교수팀의 연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내용이 무엇이 됐든 황 교수팀 연구에 대한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맹목적인 지지나 자신들만의 윤리기준이나 생명기준을 내세워 연구에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황 교수팀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황 교수팀의 연구 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과학 연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돼야 합니다. 너무 순진한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윤리논쟁이 황 교수팀에 액땜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난자 채취과정을 둘러싼 윤리 논쟁은 황 교수팀이 스스로 명백히 밝히지 않는한 언제 다시 불거져나올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 참에 그 골칫거리를 말끔히 떨어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세계 학계에서 황 교수팀의 이미지는 어느 정도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황 교수팀의 국제적인 연구활동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저의 생각이자 바람입니다. 황 교수팀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그만큼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올해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연구 결과를 내놓기 전에 이 논란이 터져 나왔다면 연구팀은 훨씬 큰 타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어쨌든 국내에서 이 논란이 잘 마무리되고 이를 계기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함께 확고한 윤리기준, 지원체제 등이 마련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황 교수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하겠죠. 황 교수가 24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자신있게 말해온 것처럼 과학자로서 결코 부끄러움이 없음을 다시한번 밝혀줄 것을 기대해 봅니다.

혼란스런 마음에 두서없이 글을 썼습니다.
차근차근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05.11.23 14:4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