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는 여자에 대한 소고
“담배 때문이었어요. 그이는 제가 담배 피우는 걸....... 싫어해요.”
빈 커피 잔을 밀어내며, 여인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오직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이, 그렇게 한 사람을 구타하고, 저 위험한 베란다를 건너뛰어 도망치게 하는, 그런 잘못이 되는 걸까요? 저는 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김형경의 소설 ‘담배피우는 여자’ 에 나오는 대목이다.
주인공 여자는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구타당하고 베란다를 뛰어 넘어 자신의 집으로 들어온 옆집 여자를 만나게 된다. 여자는 옆집여자에게 자신의 집으로 담배를 피우러 오라고 했고 옆집여자는 너무 조금도 미안함 없이 마치 자신의 집인 양 매일 담배를 피우러 여자의 집으로 찾아온다.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 만으로 아내를 때리는 남편도, 남편에게 신혼 첫날부터 담배 때문에 구타당하면서도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하는 옆집 여자도 여자는 이해할 수 없다. 옆집여자는 남편도, 담배도 똑같이 사랑한고 했다. 주인공 여자에게 옆집여자가 귀찮아 질 쯤, 옆집여자는 또 다시 구타하는 남편을 피해 베란다를 넘으려다 떨어져 죽게되고, 주인공 여자는 그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소설에서 여자들은 왜 담배를 피워야 했을까. 그녀들의 손가락에 잡혀있는 담배는 단순한 담배가 아니라 자기존재를 찾아내려는 최후의 안간힘이 아니었을까. 절어져 죽은 옆집 여자는 결혼전에 느꼈던 고동과 소외감을, 그래서 결국 담배 한 개비로 위안을 삼아야 했던 그 상태를 결혼 한 뒤에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했다는 게 불행이었고, 심지어는 남편과의 단절로 인해 죽음이라는 비극을 맞아야 했다. 그리고 그 비극은 다시 여자 주인공에게로 넘겨져 이 여인 역시 밥하고 빨래하고 남편과 딸아이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가운데 저절로 담배를 피우면서 고독과 소외감을, 모든 소통의 단절 속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안타까워 보였다. 그녀들에게 담배는 소통의 도구였던 것이다. 자기 자신과의 소통...

담배제조매매금지법이 입법청원 되었는데, 이는 모든 흡연자들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이유들을 고려하지 않은 억지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견해는 옳지 않다. 강제적으로 담배 자체를 법에 의해 뺏기게 되었을 때 흡연자들이 받게 될 정신적 충격은 앞서 소설에서도 보았지만 자살까지도 유발할 수 있는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흡연자들을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만으로 죄인취급 해 왔고, 옆집여자의 남편같이 보이지 않은 구타를 해 오지 않았던가. 정말로 국민건강을 생각해서 입법청원한 법안이라면 육체적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담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게 되길 바랄 뿐이다. 대한민국 30%이상의 흡연자들을 자살까지 몰고 갈 여지가 있는 법안에 대해서 쉽게 찬성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