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혐연론자들이 '담배제조및매매금지법' 입법청원서를 제출함으로써 의해 흡연에 대한 논란이 흡연자들과 혐연자들의 감정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이같은 감정싸움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잘못된 흡연관행을 개선하고 올바른 흡연을 위한 생산적 분위기 조성을 방해할 뿐만아니라 또다른 불필요한 사회적논란을 야기함으로써 소모적인 갈등만 되풀이하고 있다.

얼마전 담배 제조 및 매매를 법으로 금지하자는 입법청원서가 끝내 국회에 제출 됐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 등은 "담배에 각종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이 있어 암과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며 담배금지법제정을 촉구하고 나선것이다.

이 법안청원서에는 담배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할 경우의 부작용을 감안, 공포한지 10년 뒤부터 적용하도록 부칙에 규정을 담았다. 또 이 기간동안 담배관련 세금을 대체 할 수 있는 세원과 잎담배 경작농가, 담배 소매상 및 담배산업 종사자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고 주장하였으며 법시행 후 담배를 수입 및 제조하거나 판매등의 행위로 적발될 경우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들의 주장이 처음은 아니며 입법청원서가 제출되었다고 바로 법제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담배부담금 인상•공공장소등 흡연금지등 비흡연자들을 위한 잇따른 흡연규제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떠한 흡연도 불법'이라는 혐연론자들의 극단적인 인식이 여론화되고 있다는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은 최소화되어야 마땅하다. 법은 찬반의 논쟁이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어 사회적 혼란이 야기 되거나, 타인의 침해가 우려되는 현실에서 양측을 중재하고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고 서로가 타협하고 합의점을 찾아 갈 수 있기까지 법은 간섭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개개인의 인권과 개성을 존중하는 시대의 흐름과도 일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연자체를 법의 판단하에 맡기자는 주장은 법만능주의에 빠진 협량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우선 그들이 주장하는 흡연의 유해성은 극단적으로 비흡연자들의 주장에만 의존하고 있다. 흡연은 단순히 수치적인 인체유해의 판단으로만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정의 내릴 수 없다.

흡연자들 중 흡연으로 순간적인 스트레스를 극복하며 정신적 안정을 찾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에게 자신의 선택으로 취하는 흡연의 권리를 강제적으로 박탈할 수 있는 근거는 대체 어느 권력에서 나온다는 말인가?.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이나 개성은 침해당할 수 있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인식이다.

우리나라 바로 이웃에 위치한 일본에서 있었던 최근 판결에 눈을 돌려보자. 몇 해전 일본 택시기사 몇 명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이유는 "택시 내 흡연으로 택시기사들의 건강이 위협다고 있다"라는 주장이다. 주장인즉 일본의 택시는 거의 모두가 흡연택시다. 금연택시는 불과 2%불과하다는 것이다. 택시회사들은 대부분 흡연자들인 승객들의 눈치 때문에 금연택시를 할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같이 승객들이 24시간 뻑뻑 피워대는 흡연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택시기사들은 죽을 맛이다. 참다못한 택시기사들이 "국가가 업자들에게 금연택시를 강제하지 않아 택시기사들이 혐심증이나 동맥경화에 고통 받고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문제 제기는 흡연천국 일본에서도 금연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일본 내 여론의 단면이다. 일본에서도 2003년 5월 공공장소의 흡연을 규제하라는 '건강 증진법'이 실시된데 이어 2005년 2월 '담배규제조약'이 발효 되는 등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혐연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일본법원은 판결은 "흡연은 자유의사다"라는 것이다. 법원은 "택시구조상 승객들의 흡연으로 기사들이 받는 악영향을 간과하기 어렵다"고 인정했으나 "나라가 규제할 권한이 없는데 어떻게 모든 택시에 대한 금연을 실시 할 수 있겠느냐"고 소를 기각했다.

설사 소를 제기한 기사들의 건강이 침해를 받는다 하더라도, 공공장소도 아닌 택시 내 승객들의 흡연판단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일본 법원의 판결은 법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판단이다. 이같은 일본법원의 판결은 "법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우리나라 일부 혐론자들의 발상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법이 만들어졌을 경우 과연 현실적으로 적용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세계역사의 유래에서도 금연과 금주법이 제대로 법의 효능을 보인 예를 없었다. 오히려 더욱 은밀하게 거래되는 불법만 양산했다.

사례는 우리에도 충분히 있다. 2000년대 들어 흡연율을 낮춘다는 명목하에 수차례 이어온 담배부담금 인상은 해외 불법담배거래만 증가 시켰다. 시중 담배 시장에는 시중에 팔수 없는 면세담배 뿐만 아니라 경고문구가 없는 밀수 담배, 그리고 우리나라 상표를 도용한 중국산 위조 담배 등 인체에 더욱 해로운 담배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불법 밀수업자들에 의해 국내로 반입되고 있는 동남아산 담배의 경우 타르가 10mg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으로 타르가 함유되어 있으며 타르와 니코틴 뿐만 아니라 다른 검증 안 된 성분까지 뒤섞어 흡연자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을 뿐이다.

단순히 가격인상만으로도 이런 부작용이 심각한 판국에 담배금지법으로까지 흡연권리를 강제한다면 어떠한 부작용이 초래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닌가.

2002년 발효된 성매매특별법을 보자. 성매매를 법으로 엄격히 제한하자는 취지에서 법제화된 성매매특별법이 과연 성매매근절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오히려 성매매는 인터넷 등에서 더욱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

단속이 손쉬운 집창촌의 성매매만 줄어들었을 뿐, 인터넷이나 노래방, 전화방등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단속조차 어렵다. 특히 집창촌의 쇠퇴로 안마시술소등 새로운 성매매장소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지만 과연 성매매특별법이 어떤 효력을 보이고 있는지 반문해보아야 한다.

비흡연자의 혐연권보호와 흡연자들의 흡연권 보호라는 생산적인 균형점을 찾아가야 할 담배의 논란이 '국민건강'이라는 가면을 쓴 일부 혐연론자들에 의해 소모적인 감정의 대립으로 치닫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