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회화에 누리글을 활용하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각종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되는 외국어 회화 칼럼들을 보면 중국어나 일본어 등 주요 외국어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출퇴근이나 등하교 시간 같은 자투리 시간에도 외국어 회화를 손쉽게 배울 수 있도록 편집자가 배려한 것이겠지요.



이렇게 한글로 외국어 발음을 표기해 두면 중국어를 적는 간체 한자나 일본어의 가나 문자 따위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누구나 간단한 외국어 회화 정도는 쉽게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또 세종대왕께서 한글의 원조격인 훈민정음을 만드실 때부터 이미 우리 말뿐만이 아니라 외국어- 당시의 주요 외국어로는 중국어, 여진어, 몽골어, 일본어가 있었음-를 적는데도 쓸 수 있도록 고안하셨다는 사실에 비추어 외국어 발음의 한글 표기는 역사적, 이론적 근거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과학적 소리글자이자 보편적 음성기호를 지향하였던 훈민정음이 오랜 세월동안 주로 한국어의 표기 수단으로서 특화되고 현대 한국어의 특수한 음운체계에 맞추어 변화하다 보니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의 말들을 적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없지 않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비근한 예를 들자면, 영어나 중국어에 있는 에프(F) 음을 적을 수 있는 적합한 글자가 없어서 사람에 따라서 피읖(ㅍ)이나 히흫(ㅎ)으로 달리 적는다든가 중성모음을 적는 아래아(.) 글자가 사라져서 사람에 따라서 어(ㅓ)나 아(ㅏ)로 달리 적는다든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원어민의 발음과 한글로 적은 발음이 상당히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여 한국인의 외국어 발음이 나쁘게 된 하나의 원인으로 이런 부정확한 한글 표기가 지목되기도 하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근래에 우리나라의 한 언어학자는 'The Korean Alphabet of 1446'이란 저서에서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되살려서 현행 한글의 단점들을 보완하고 인류의 보편적 문자로서도 사용할 수 있는 무궁한 잠재력을 가진 누리글이란 문자체계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 누리글에 의하면 현행 한글로는 구분 표기가 어려운 F 음과 P 음, L 음과 R음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권설음, 탁음 등 여러 외국어에 있는 다양한 음운들을 정확하게 표기할 수도 있습니다. 발성기관의 모습을 본뜬 기존의 훈민정음을 체계적으로 확장한 것이기 때문에 배우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완전무결한 글자라고 말하면 과장이 되겠지만 지구상에 현존하는 문자들 가운데는 가장 탁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부터라도 이 누리글을 외국어 학습에 널리 활용한다면 우리 한국인들의 외국어 발음의 정확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며, 문자 없는 민족들을 위한 문자를 만드는데 적용한다면 그동안 소리 높혀 외쳐 왔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한글 세계화 운동에도 큰 진전이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관심을 갖고 꼭 검토해 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결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