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 ''모바일 종속''에 죽어간다

[세계일보 2006-05-17 12:03]

모바일 음원시장 5년만에 6배이상 급성장
"이통사 하청산업으로 전락" 우려 목소리
오프라인 낮은 수익 배분율도 제작사 발목

우리나라 음반산업의 ‘모바일 종속’이 점차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음반산업은 오프라인 음반시장이 괴사 상태에 처하면서 이미 자생력을 잃은 상태. 그 틈을 파고 든 벨소리, 통화연결음 등 모바일 음원시장은 오히려 음반산업에 그늘을 드리우며 제작자들의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음반산업이 이동통신사들의 일종의 ‘하청산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SG워너비 MTOM 씨야 등 인기 가수들마저 “이동통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고발’하는 등 전면전을 선포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 때문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모바일 음원시장(통화연결음, 벨소리)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2000년 306억원에 그쳤던 시장규모는 2001년 627억원, 2002년 1291억원, 2003년 1767억원, 2004년 1911억원, 2005년 2026억원 등 5년 만에 6배 이상 성장했다.

이는 전체 온라인 음악시장(2005년 2468억원)의 82%를 차지하는 규모. 반면 오프라인 음반시장은 2003년 온라인 음반시장에 추월을 허용한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을 정도로 고사한 상태다. 스트리밍 다운로드 등을 포함하더라도, 음악감상을 목적으로 한 음반시장은 시장 점유꼭?30%에도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한 음반제작자는 “팬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음악을 만드는지, 모바일 서비스를 위해 음악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상황인데, 그 배꼽마저도 이통사들이 대부분 챙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이통사들은 SKT ‘멜론’, KTF ‘도시락’ 등 다운로드 스트리밍 등 온라인 음원서비스 분야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전체 음반산업이 조만간 이들 통신사의 하청 또는 종속 산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음반제작사에게 모바일 음원시장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특히 낮은 수익 배분율이 제작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음반에서의 수익 배분율은 70%였으나, 지금은 32%(KTF 벨소리 기준, 가수 실연권료 포함)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1000원을 팔아 700원을 벌다가 지금은 320원으로 수익이 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시장 상황이 음반 질 저하를 초래하고, 나아가 다양한 대중음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차단한다는 데 있다. 한 음반제작자는 “이통사가 많이 가져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 상태로는 음반산업을 지탱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수익 배분율 조정 등 합리적인 정책적 대안이 나오지 않고서는 음반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한울 기자 erasmo@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