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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세계지식포럼 리뷰] 경제위기 예언 족집게 리처드 덩컨
WKF2012 | 2012.11.26 | 첨부파일 : -



2003년 달러의 위기, 2009년 자본주의의 붕괴 그리고 2011년 신(新)대공황-지폐경제의 붕괴. 리처드 덩컨 블랙호스 애셋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쓴 3권의 책이다. 그는 경제위기의 순간이 오기 전, 반 박자 빨리 감지하고 책을 썼다. 몇 년 뒤 그의 예견은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1993년 IMF에서 일하던 중 태국 주식시장과 경제 붕괴에 대한 경고를 처음으로 한 그는 첫 저서 `달러의 위기`를 통해서 미국의 2008년 신용버블 붕괴를 예측해 또다시 유명세를 탔다.

지난달 제13회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한 리처드 덩컨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10년을 전망하면서 세계 경제에 또 한번 경고를 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이 위기는 곧바로 중국의 경제 위기로 옮아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덩컨은 "미국 경제가 5년 정도는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10년 안에 그리스 꼴이 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중국도 운이 좋아봐야 향후 10년간 연평균 3% 성장에 그칠 것이다. 미국 위기보다 중국 위기가 더 두렵다"고 말했다.

몇 년째 지속되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각국의 정책 입안자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중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위기 해결방안을 원하고 있으나, 정책 입안자들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중앙은행들이 돈을 더 풀도록 압력을 넣고 있어 양적완화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정책을 구멍난 고무보트에 계속해서 공기를 주입하는 것에 비유했다.

덩컨은 "미국이 자국 통화인 달러를 마구 찍어내 경제로 주입하면서 금융위기가 심해졌다"며 "미국인들은 자기들이 빚을 내서 쓴 돈을 메우려고 한 해에 8000억달러꼴로 돈을 유입시켰다. 이 돈이 경제를 교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면 찍어낼수록 돈의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 달러화는 금(金)에 비해 75%나 평가절하됐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양적완화가 단기적으로 주식시장 상승 등에 기여하는 호재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무서운 재앙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달러의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여전히 연간 5000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가 나고 있다. 그는 "적자를 메워 보려고 미국 정부가 연간 1조달러씩 빚을 내고는 있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 응급 처방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중국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덩컨은 "중국은 그동안 선진국에 물건을 수출하면서 20년 이상 경제를 잘 꾸려왔다"며 "하지만 부유한 국가들의 수요가 줄어든 지금은 물건을 소비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국내 신용 확대로 단기 처방에 나섰지만 자산 인플레이션과 설비 과잉이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경제가 운이 좋다면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의 태국처럼 상대적으로 빨리 적응할 수 있겠지만 운이 나쁘면 1990년 버블이 붕괴된 일본의 전철을 밟아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다만 중국이 태국이나 일본 중 어느 모델로 가더라도 2012년 경제성장률 목표치 7.5%를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져들 위험에 처한 세계. 과연 해결방법은 없는 것일까?

덩컨은 그래도 우리에게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방법은 정부 차입금리가 낮은 점을 이용해 신성장동력 사업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국가부채가 몇 년 사이에 두 배가 됐지만 정부 차입금리는 낮기 때문이다. 그는 "각국 정부가 예전보다 더 오랜 기간 정부 지출을 통해 자국 경제를 부양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10년간 1.7%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일본은 같은 기간 0.8%로 돈을 빌렸다.

미국 정부에 향후 10년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을 제언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태양열, 바이오, 나노기술, 유전공학에 각각 1조달러씩 총 4조달러를 투자하면 미국 경제틀을 완전히 다시 짤 수 있다"고 말했다. 덩컨은 "에너지 비용만 내려도 미국 정부가 적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공학 연구를 통해 의학에서 기적을 창조하고 백신, 암 치료, 노화 방지 등을 할 수 있다면 미국 적자를 없앨 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에 아주 좋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돌파구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임금을 올려야 사람들의 지갑이 열린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최저임금이 낮은 개도국의 수요를 붐업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덩컨은 "인도인 5억명은 하루 5달러 임금을 받고도 일할 의향이 있다"며 "이들의 임금을 조금만 올려도 소비가 크게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을 늘리는 데 주력하기보다 임금상승을 통해 수요 창출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경제위기의 시대,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도 물었다. 그의 투자원칙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선 다변화한 포트폴리오를 가지라는 것이다. 배당주, 국채, 금, 수익형부동산 등(고정 수익)에 돈을 조금씩 넣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서 부(富)가 망가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현금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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