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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세계지식포럼 리뷰] 한국, 10개이상의 삼성 키워야 할때다
WKF2012 | 2012.11.28 | 첨부파일 : -




"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MIT 경제학과 교수(45)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 제도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 삶의 질 등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국가 발전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1967년 터키에서 태어났으며 런던정경대(LSE)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교수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부터 MIT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경제학계에서는 향후 유력한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손꼽고 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지난달 10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3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특별 대담을 갖고 중국의 지속 성장 여부, 중동 혁명,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 성장 등 다양한 주제의 해법을 다뤘다. 다음은 장 회장과 애쓰모글루 교수 간 대담 내용.

▶장대환 회장=당신이 주장하는 포용적인 제도와 착취적인 제도 간 차이는 뭔가.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논증 포인트는 포용적인(inclusive) 제도만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포용적인 제도를 갖춘 국가는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 기회를 제공하며 혁신을 장려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보면 착취적인(extractive) 제도가 더 많았다. 착취적인 제도에서는 재산권이 보호되지 않으며, 출생부터 불평등하다. 지배 계층은 교육을 통한 계층 간 이동이 불가능하도록 진입장벽을 만든다. 또한 사회 구성원의 역량이 발휘될 수 없는 구조다. 착취적인 제도로 단기적인 반짝 성장은 할 수 있으나, 일부 엘리트의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해 단기에 그치게 된다. 착취적인 제도에서는 새로운 기술, 기업, 부를 창출할 수 없다.

▶장 회장=일당독재체제의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최근 고성장을 구가했다. 중국이 성장세를 지속하기 힘들다는 얘기인가.

▶애쓰모글루 교수=중국은 지금 같은 착취적인 시스템으로는 고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 지배 계층은 당을 통해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 재산을 증식시켰다. 당과 기업이 결탁해 부패가 만연하다. 소수의 정치 엘리트가 부를 독점하면서 경제성장을 구가한 예는 역사에서 많았다.

과거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은 설탕 재배와 설탕 농장 노예제를 통해 상위 1%가 나머지 99%를 통치했는데 부의 창출은 가능했다. 상위 1%는 토지, 군대, 정치 권력을 장악했다. 설탕을 노예제와 억압, 착취적인 필요에 따라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설탕 외 경제수단을 다각화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도 없어 결국 오늘날 저소득 국가들이 됐다.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이다.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처럼 중진국 수준이 될 때 중국은 성장을 멈출 것이다. 착취적인 제도로 자원재배분과 같은 쉬운 방식을 택할 때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이다. 중국은 공산당을 척결할 만한 정치적ㆍ사회적 대변혁이 필요하다. 만약 중국의 착취적인 제도가 변한다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산당의 힘이 너무 강력하고 방대해 변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장 회장=중국의 일당독재체제에 언제 변화가 올 수 있나.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애쓰모글루 교수=예측하기 어렵다. 한국과 중남미의 사례를 보면 과거 이들은 정부 지원을 받는 대기업 위주로 일단은 성장을 지속해 왔다. 이러한 성장은 선진경제 GDP의 35~40%에 달하는 수준까지는 쉽다. 그러나 그 이후로 성장이 어렵다. 중국이 앞으로 10~15년이 지나 중진국으로 편입되기 전까지는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본다.

▶장 회장=아랍의 봄은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등에서 정권교체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최근 정세는 여전히 불안하다.

▶애쓰모글루 교수=아랍의 봄에 대해 매우 낙관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낙관주의는 현실에 바탕을 둬야 한다.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바레인 등 중동 국가들은 하룻밤에 또는 몇 달 안에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것이 아니다. 이 같은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 프랑스혁명이나 중남미혁명을 봐도 혁명이 일어난 후 60~70년이 지나서 구체제와 완전히 결별했다.

중동 국가들이 1~2년 내 안정적인 상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새로운 체제로 바뀌면서 이들은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러나 다시 과거로, 아랍의 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없다. 사람들은 이제 스스로 나서서 체제를 바꾸고 부패에 대항해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시위 효과는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무바라크 정권과 카다피 정권을 몰아냈다. 이집트나 튀니지에서는 아랍의 봄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그러나 리비아처럼 기본적으로 부족사회인 곳에서는 더욱 어렵다.

▶장 회장=제도뿐 아니라 종교도 국가의 흥망성쇠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가.

▶애쓰모글루 교수=좋은 질문이다. 종교가 국가의 흥망성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과학자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개신교를 자본주의 성장 요인으로 꼽은 막스 베버나 아시아권 국가들의 성장 이유를 유교적 가치에서 찾은 사회과학자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주장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종교 자체가 매우 유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활용된 유교적 가치를 보면 상명하달식 통치체제를 유지하는 데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바뀌자 유교적 가치 또한 스스로 변용 과정을 거쳤다. 종교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진 것이다.

▶장 회장=국가발전동력의 다른 측면을 얘기해보자. 노르웨이나 싱가포르는 여성인력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여왔다. 어떻게 생각하나.

▶애쓰모글루 교수=여성들은 남성들처럼 창의적이고 생산적이다. 조직이 한쪽 성만 활용한다면 어떻게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겠는가. 그렇지만 일방적인 여성우대정책은 남성에게 불평등하게 작용해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 기업은 여성에 대한 명시적이거나 암시적인 차별을 모두 없애고, 입사 초기부터 여성에게 일을 맡기고 권한을 부여해 여성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나중에 여성우대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남성의 역차별로 이어질 뿐이다.

▶장 회장=경제민주화가 한국 대선 화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균형 성장은 어떻게 가능한가.

▶애쓰모글루 교수=한국은 삼성, 현대, LG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나 어떻게 규제할지 신경 써야 할 때가 아니다. 한국은 10개 이상의 삼성을 키워야 한다. 정부가 보조하고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는 10개 이상의 삼성이 나올 수 없다. 정부와 재벌의 정경유착 고리는 완전히 끊어야 한다. 나는 한국이 다른 새로운 기업들도 성장할 수 있을 정도로 포용적인 제도를 갖추고 있다고 믿고 있다.

[정리 = 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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