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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가능한 빈곤퇴치`는? "빈곤 퇴치도 금연과 같아…"
WKF2012 | 2012.10.25 | 첨부파일 : -


10월 10일 오전 11시부터 낮 12시까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13회 세계지식포럼 연사인 딘 칼런
예일대 교수와 함께 `빈곤퇴치를 위한 경제학`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김재훈 기자>


"식사 때마다 `채식하세요`라는 다이어트 문자를 보내는 것처럼, 빈곤층의 경제적 발전을 위해 급여를 받는 날마다 `저축하세요`라고 문자를 보내는 방안은 어떨까요? 경제 개발에는 다이어트나 금연처럼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유혹이 필요합니다." 세계지식포럼 둘째날이었던 지난 10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행동경제학을 경제개발론에 접목한 석학 딘 칼런 예일대 교수가 대담을 하고 효과적인 빈곤 퇴치 프로그램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박 시장은 시장이 되기 전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등 시민단체를 만들어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펼쳤으며, 행동경제학 권위자인 딘 칼런 교수 또한 빈곤퇴치혁신기구(IPA) 설립자로 다양한 빈곤 퇴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은 칼런 교수의 저서 `빈곤의 덫 걷어차기`를 직접 가져와 깊은 공감대를 전했으며 칼런 교수도 대화 중간에 메모를 해가며 박 시장 말을 경청했다. 다음은 주요 대담 내용.

▶박원순 시장=당신 저서를 읽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에 맞게 적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나와 관점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나는 스스로를 `소셜 디자이너`라고 불러왔다. 당신이 책에서 개발도상국에서 빈곤을 퇴치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했는데 이 같은 방법을 한국이나 선진국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딘 칼런 교수=나라별로 구체적 문제 해결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교육, 보건, 금융, 흡연 등 전 세계적인 문제에 있어서 접근 방식은 같다고 본다. 예컨대 흡연은 자기 통제 문제로, 어떻게 유혹을 끊느냐가 중요하다. 금연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시해 사람들로 하여금 금연 결심을 실제로 실천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 아닌가. 선진국이나 개도국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다.

▶박 시장=맞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 문제도 그렇다. 방글라데시 무함마드 유누스가 설립한 그라민은행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크레디트로 큰 성공을 거뒀다. 서울시에서도 기업 지원을 받아 미혼모를 대상으로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금전적 대출뿐 아니라 대출 이후 컨설팅과 멘토링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마이크로크레디트 같은 금융정책을 단순히 적용해서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칼런 교수=미국 마이크로크레디트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그들이 원하지 않게 지나친 부채를 떠안지 않도록 가이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나의 해결책은 없다. 실패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요인을 밝혀내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개개인이 소액대출을 통해 창업을 못하는 것이라면 시장이 잘못한 것인지, 은행이 잘못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파악해야한다. 빈곤 문제를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더라도 효과가 증명된 정책을 통해 최대한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박 시장=실제로 생활고에 쫓기는 빈곤층은 스스로 상황을 진단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지 못한다. 이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나 정부에서 대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시 빈민, 의료 보건, 학교폭력 등 수많은 사회문제가 있는데 이 모두를 정부 혼자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민ㆍ관ㆍ학 협력이 중요하다.

▶칼런 교수=내가 일하고 있는 IPA도 대학, 비영리단체, 기업 등이 모인 협력체다. 우리는 어떤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에 몇 개 지역사회에 먼저 실험을 한다. 저축과 금연을 사례로 들어보겠다. 한국 빈곤층도 저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들로 하여금 저축 목표를 설정하고 습관을 들이도록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격려하면 효과가 있다. 이는 민관 파트너십을 통해 추진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박 시장=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 시 또한 많은 단체를 지원하고 있지만 성과에 대한 평가 절차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목표와 결과를 연결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신뢰를 얻어야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전략적으로 모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칼런 교수=큰 자선단체들은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부기관보다 아무래도 신뢰성이 떨어진다. 프로젝트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인도에서 극빈자를 대상으로 연구했는데 최초 1년간 식료품을 제공했더니 행복 수준이 높아졌다. 그러나 그 다음해에는 다시 낮아졌다. 무상 음식물 지원은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그럴듯한 아이디어라고 해도 현장에 활용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까지 평가해야 빈곤을 제대로 퇴치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이 같은 연구가 필요하다면 함께하고 싶다.

[정리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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