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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컴 글래드웰 1등에 집착말라…혁신하는 3등이 대역전한다
WKF2012 | 2012.10.10 | 첨부파일 : -


10년 전 한국 축구는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나 많은 돈을 주고 영입한 선수도 없는 무명의 팀이었지만 네덜란드에서 영입한 히딩크 감독의 열정과 협력으로 똘똘 뭉쳐 월드컵 준결승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강한 열망을 가진 `약자(underdog)`가 때로는 통쾌하게 역전할 수 있다는 사례다. 맬컴 글래드웰 더 뉴요커 매거진 저널리스트는 9일 세계지식포럼 특별강연 `새로운 법칙 : 약자의 역설`에서 모두가 1등이 되길 원하지만 오히려 약하다고 간주했던 3등이 최고 성공을 만드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강조했다.

`티핑포인트`부터 `블링크` `아웃라이어` 등 내놓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로 만든 글래드웰은 이날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내년 가을로 예정된 신간 출간을 위해 지난 3년간 집중적으로 연구한 성과를 미리 선보였다. `언더독(Underdog)`이란 투견 대회에서 늘 싸움에 지는 개를 일컫는 말로, 글래드웰은 강력한 골리앗에 도전하는 다윗이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난 50년 역사를 보면 한국이야말로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 중 하나였지만 크게 성장해 다윗의 역설을 입증했다.

글래드웰은 이날 1980년대 이스라엘이 시리아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군사혁명(RMA: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을 사례로 들어 당시 세계 선도에 섰던 소련과 미국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활용해 소련이나 미국보다 훨씬 적은 국방비를 쓰면서도 훌륭한 실전기술을 선보인 3등 국가 이스라엘을 치켜세웠다.

소련이 최고 두뇌들을 모아 아이디어를 냈고, 미국이 이를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했지만, 결국 이 아이디어와 기술을 결합해 실전에 적용한 것은 절박함 속에서 최대한 자원을 총동원해 민첩하게 대처한 이스라엘이었다는 것이다.

1등은 항상 유리하기만 할 것 같지만 1등의 문화 자체가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이용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래드웰은 사람들이 `1등`에 집착하지만, 일반인들 인식만큼 1등이 전략적으로 최고인지는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그는 "처음이나 두 번째보다는 조금 늦은 세 번째가 시장의 큰 물결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남의 아이디어를 무조건 도용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갈급한 심정과 함께 꼭 성공해야겠다는 의지가 함께하면 처음이 아니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티브 잡스다. 잡스가 1970년대 미국 최고 기술연구소인 제록스파크를 방문해 개인 컴퓨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사실 잡스는 언제나 처음을 갈망하는 3번 타자였다. 애플이 내놓아 세상을 장악한 데스크톱과 노트북, MP3플레이어나 스마트폰 그 어떤 것도 최초는 없었다.

잡스는 남의 기술을 활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최고 `도둑`이었던 셈이다. 사실 구글도 첫 번째가 아니라 10번째가 넘는 검색업체였고, 페이스북도 SNS사이트 중에서 프렌스터나 마이스페이스 뒤를 이은 후발주자였다.

기술 발전 속도와 사람들의 기대치가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이를 주목하고 민첩하게 대처한 후발주자들이 오히려 시장을 장악했다. 삼성과 LG도 비슷한 성공사례라고 글래드웰은 지목했다.

글래드웰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은근히 바꿔서 실용적으로 만드는 사람들(tweakers)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식 교육제도는 이런 능력을 갖춘 다수의 인력을 배출하는 데 탁월했다고 평했다.

그는 한국이 혁신을 위해 잡스와 같은 이를 배출하기 위해 미국의 엘리트 교육을 벤치마킹하고, 미국에서는 반대로 소수 엘리트 교육에서 탈피해 한국 교육을 배우려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언더독` 전략은 엘리트(elite)보다는 다수(mass)를, 질보다는 양을 중시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요약했다.

이 같은 변화는 더 이상 새로운 기술로 차별화하기 힘들어진 현 상황을 설명하기도 한다. 또 과거에는 첫 번째 제품을 내놓은 기업이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을 모았지만, 이제 후발주자들이 신제품을 내놓으면 합리적으로 판단해 새 제품으로 갈아타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글래드웰은 기업계 약자인 중소기업들이 대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많은 대기업들이 과거에는 작고 민첩했지만 대형화될수록 둔해지고 도전의식을 잃게 된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한편 글래드웰은 한국이 경제적 위상으로 보면 이미 티핑포인트(극적인 변화가 발생하는 분기점)가 발생했으나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국제사회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티핑포인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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