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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모토 히사오 헤이세이건설 사장
WKF2012 | 2012.10.02 | 첨부파일 : -


건설업은 종합 예술이다. 얼핏 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공사 하도급 구조도 각각의 기술과 장비를 가진 다양한 업체들이 시행사의 관리와 조율에 따라 가장 효율적으로 건물을 짓기 위해 생겨난 시스템이다. 공사 수주 과정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비리만 빼면 나름 합리성을 지닌다.

일본에는 이러한 건설 시스템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는 엉뚱한 회사가 있다. 모든 기술자를 직접 고용해 월급을 주고 교육을 하면서 건물을 짓는다. 수주가 없을 경우 인건비 때문에 망하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일본의 장기 불황 20년 내내 흑자 경영을 이뤄냈다.

일괄 시공, 이른바 `내제화(內製化)`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헤이세이건설 얘기다.

매일경제 MBA팀은 일본 건설업계의 이단아, 헤이세이건설의 아키모토 히사오 사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다음달 9일부터 열리는 제13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할 예정인 아키모토 사장은 `돈을 남기면 하수, 업적을 남기면 중수, 사람을 남기면 고수다`라는 경영철학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일본의 장인정신이 묻어나는 건축물을 짓는 것, 작아도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집을 짓는 것이 헤이세이가 추구하는 건설"이라며 "우리가 짓는 건물은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그 자체"라고 말했다. 예술을 건축하는 건설사 사장인 셈이다.

-`하도급 없는 내제화`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큰 성공을 거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나.

▶일 처리 속도를 올리고 싶었다. 하도급 업체를 통해 설계나 기획을 맡기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생기고 쓸데없는 인건비가 들어간다.

하지만 돈과 시간에 비해 일의 질이 좋아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분업`에 대한 회의감이랄까. 그런 게 있었다. 물론 분업이 잘 정착하면 전문성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분업 과정에서 회사원이 자기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분업이 본격화하고 반세기가 지나서 보니 분업화는 일의 효율을 높이기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나 파견사원과 같은 단순 노동직을 양산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건 건강한 사회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해 `하도급 없는 내제화`를 고안해냈다. `전부 우리가 다 하자, 우리가 다 하고 한 사람이 여러 가지 기술을 익히게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건설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시절 건축을 의뢰한 고객이 찾아와 집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근데 죄다 외주를 받아온 사람들만 분업화돼 일하는 상황이다 보니 일하는 사람들이 돈 주는 사람인 줄도 모르고 고객에게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더라.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 경험이 쌓여서 내제화 모델을 고안하게 됐다.



-내제화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달라.

▶일반 건설회사들은 하도급 회사에 외주를 줘서 건물을 짓게 한다. 집을 지으려는 고객은 보통 건설 업체나 토목 업 체, 설계사무소 등에 건축을 의뢰한다. 의뢰를 받은 업체는 설계도가 완성되면 기초공사, 비계(공사를 돕기 위해 짓는 임시 가설물), 형틀, 철근, 목공 등 각각의 작업 담당 업체에 일을 발주한다.

이 방식에서는 각각의 과정이 끝나고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때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일하는 현장 직원들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는커녕 고객 얼굴도 모르고 일한다. 내제화는 영업에서 설계, 디자인, 시공관리, 기초공사, 비계, 형틀, 철근, 목공,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회사 내에서 실행하는 것이다.

한 개 회사에 정식 직원으로 고용된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가 있어 소비자 요구에 즉각 반응할 수 있다. 당연히 건설현장에는 건축을 의뢰한 고객의 사진을 걸어놓는다. 누가 돈을 주는지 정확하게 알고 일하자는 것이다. 지금 건설 업계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경쟁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절대 대기업을 이길 수 없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탄 배는 가라앉는다. 남이 타지 않은 배에 타자는 얘기다.

-직원들의 실력이 좋아야 성공할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이윤의 상당 부분을 인재에 투자한다. 나는 인재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재란 단순히 고등교육을 받은 인물이 아니다. 엘리트 교육도 중요하지만 모든 이들이 엘리트 코스를 밟을 필요는 없다. 대신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기술을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누구든 한 가지 이상의 전문 기술을 갖춰야 은퇴 후에도 밥 먹고 산다. 그래서 나는 부원들 부서 이동도 자주 시킨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기술을 보유하면 할수록 내제화로 인한 완성도도 높아진다.

-인재 교육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물론이다. 마치 학교처럼 바로 위의 선배에게 전담시켜 도제식 교육을 펼치도록 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바로 위아래 선후배 사이가 매우 돈독하지 않나. 회사도 그런 시스템을 갖추면 훨씬 업무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도록 했다.

나 같이 너무 윗사람이 가르치려고 들면 자리만 불편해지고 업무를 익히는 속도도 더디게 된다. 연차가 비슷한 선후배끼리 함께하다 보면 시행착오도 빨리 줄일 수 있고 사회생활 기술도 금방 늘게 된다. 나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려 한다. 회사는 모든 생물이 모여사는 숲 아닌가. 12개 부서를 직무별로 나눠놨지만 사실상 학급(반)처럼 운영된다. 재미있지 않은가.

-`목수는 최고의 엘리트`라고 주장하는데, 여러 인재 중에서 특히 목수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들의 기술을 존경한다. 한때 일본에서 목수일로 커온 `장인`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 아버지가 목수셨다. 그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나는 재주가 없었지만 언제나 목수를 동경했다. 목수가 사라진 건설 업계를 상상할 수 있나. 기계가 다 해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지금 헤이세이건설이 창립한 지 25년 가까이 됐는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목수들이 중년이 됐다. 이들은 아직도 자신의 기술을 토대로 보람차게 일하고 있다. 이들이 정년퇴직을 맞아도 사회 한 구석에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사랑하고 존경할 수밖에 없다. 막 입사한 신입 목수들에게도 `은퇴해도 어딜 가나 자기 힘으로 밥벌이가 가능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고 강조한다. 회사에서 다양한 기술을 맘껏 배워가라고 얘기해준다.

-내제화 모델은 아파트 단지, 거대 플랜트나 복합단지, 비즈니스센터 등에는 적용이 어려울 것 같다.

▶확실히 헤이세이건설의 내제화란 거대 사업에 적용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게 거대한 건물을 짓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대기업이 하면 된다.

헤이세이건설과 같이 규모가 작은 회사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그걸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런 소명의식 없이 25년 동안 경영해왔다면 아마 이리저리 건설 트렌드에 끌려다니면서 일을 하다가 정체성이 모호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헤이세이건설의 정체성은 뭔가. 즉 헤이세이건설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뭔지 말해달라.

▶`일본의 장인정신이 묻어나는 건축물 짓기`다. 작아도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그런 집을 짓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포괄적일지도 모르겠지만 재료부터 시공까지 전부 일본산, 일본인의 기술로 일본 전통이 묻어나는 건물을 짓는 것이 목표고 그렇게 해오고 있다. 외국에서 저렴한 재료를 들여와 뚝딱뚝딱 짓는 건 우리 회사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비싸더라도 일본산 소나무를 쓰고 인건비가 더 나가도 일본인 장인을 목수로 둔다. 헤이세이건설이 짓는 건물은 철저한 `메이드 인 재팬`이다.

-호황기 때 창업했는데 수년 뒤 일본에서는 장기 불황 20년이 시작됐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헤이세이건설만의 독특한 기업문화, 다시 말해 `내제화`와 선후배가 어울리는 `학급 같은 12개 부서`가 있었기에 그 불황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대기업의 경우 하도급 업체 없이 내제화하는 비즈니스모델을 적용할 수 없다. 따라하려고 해도 따라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경기가 안 좋으니 일본 국민 전체적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마저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희망을 포기하는 순간 국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고, 이는 다음 세대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직원들에게 더 노력하라고 격려했다. 중소기업이지만 인건비를 줄이는 일은 하지 않았다. 어렵더라도 신규 채용은 반드시 한다. 몇 년간 사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당장에는 회사에 이득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빈 공간`이 생긴다. 그건 안 된다.

회사가 좀 커진 건 사실이다. 1996년 100명 내외였던 직원이 지금은 500명 가까이 늘었고 매출도 1996년 20억엔이 채 안 되다가 최근 120억엔 정도가 됐으니까 성장한 건 맞다.

하지만 사원들이 그동안 여러 가지 기술을 익혀왔다는 게 제일 중요하다. 질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난 크기보다 질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구조이다 보니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많이 줄여야 할 것 같은데.

▶맞다. 그렇기 때문에 시중에 나온 우리 건물들도 다른 건물과 비교하면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하지만 이 특징을 버린다면 우리 회사가 지금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 대신 하도급 업체를 두지 않으니 거기서 절약되는 비용을 여기다 투자한다. 이래저래 계산하면 딱히 돈이 더 많이 든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된다. 일본은 특히 인건비가 아주 비싸다. 그래서 자체 인력으로 건물을 지을 경우 굉장한 비용 절감 효과가 생긴다.

■ 내 회사라고 욕심 부리며 아들에 물려주는 일 없다

-해외 진출 계획은 갖고 있는지. 해외에 진출하게 된다면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할 수도 있는데.

▶10년 후쯤 진출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아직 어느 국가에 진출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해외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일본인을 상대로 한 건축물을 지을 것이다. 해외 속에서 일본 문화가 살아 숨쉬는 그런 집만 지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해외 진출`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일 수 있지만 할 수 없다. 원칙과 철학을 버리면 회사는 끝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에 진출하더라도 기본적인 뼈대는 유지하되 시대에 맞게 조금씩 수정해 개선해보려 한다.

어차피 기업이나 인간이나 영원한 존재는 아니다.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내제화 모델도 좀 손볼 수는 있겠다.

-3명의 아들이 있는데, 절대 기업을 물려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욕심 부려서 회사를 개인의 자산이라 생각하고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사회에 기업을 남겨두고 사회 발전을 위한 회사로 남기고 싶다.

후계 문제는 그래서 고민이 많다.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 중인데 아무래도 회사 내에서 업무의 기본부터 고도의 기술력을 착실히 익힌 사람 중에서 선발할 생각이다. 구체적인 방식을 세우진 못했다. 다만 아들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한국의 경우 재벌 기업의 영향력이 매우 큰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은 가족에 대한 애정도 매우 크다. 가족에 대한 무한 애정이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점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창립자가 기업을 일궜지만 그 기업이 영속한다는 보장도 없고, 또 그것을 자손이기에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잘 와 닿지 않는다. 개인의 회사란 생각에서 자유로워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기업과 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아주 단순한 얘기지만 사회 덕분에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거니까.

-어떤 경영자로 기억되고 싶은가.

▶존경받을 수 있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 회사의 대표이사, 책임자로 남는 것보다 사회의 큰 어른으로 남고 싶다. 모두가 성장을 외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보다 중요한 가치, 사람이나 문화 등을 재발견하도록 유도하는 데 앞장선 경영자.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도록 노력하겠다.

■ He is …

1948년생으로 17년간 건설업계 최고 영업사원으로 활동하다 1989년 헤이세이건설을 설립했다. 회사는 지난 23년간 단 한번의 적자 없이 성장해왔고, 대졸자 대상 `취직 인기 순위` 조사에서 굴지의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항상 10위권 내에 꼽히고 있다. 일본 전체 도산 기업의 30%가 건설회사인 장기 불황 시대에도 매년 신규 채용을 계속하면서 꾸준히 매출액과 이익을 높여가고 있다. 대졸 엘리트들을 정규직 목수로 채용한 발상의 전환과 외주 관행을 깨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다른 업계에서조차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헤이세이건설은 일본 중부 시즈오카에 본사가 있다.

[고승연 기자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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