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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물가 희생해도 부양…결국 내 처방써
WKF2012 | 2012.10.08 | 첨부파일 : -



지난 5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한바탕 경기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둘 다 구레나룻을 기른다는 공통점 때문에 언론에서는 `구레나룻의 결투(battle of the beards)`라는 제목을 뽑아 둘 사이 설전을 대서특필했다.

논쟁의 단초는 크루그먼 교수가 제공했다. 미국 경기 침체 속에 8%대 실업률이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크루그먼 교수가 물가 안정을 희생해서라도 대규모 양적 완화 등 보다 화끈한 경기 부양 처방전을 내놓으라고 버냉키 의장을 압박하고 나선 것. 물가 안정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할수록 고용 개선 등 경기 회복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FRB가 2%로 정해 놓은 물가관리 목표치(인플레이션 타기팅)를 3~4% 선으로 올리라고 버냉키 의장에게 훈수를 뒀다.

그러자 버냉키 의장이 발끈하며 "한 번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나중에 관리하기 쉽지 않고 물가가 오르면 가계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에 오히려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크루그먼 교수 조언을 "FRB 신뢰를 떨어뜨리는 무모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논쟁이 벌어진 지 5개월여 만에 결국 버냉키 의장은 3차 양적 완화(QE3)라는 경기 부양 조치를 내놨다. 특히 양적 완화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실업률이 충분히 떨어질 때까지 양적 완화를 지속한다고 밝혀 인플레이션보다는 성장 쪽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논쟁에서 크루그먼 교수가 버냉키 의장에 완승을 거둔 셈이다.

`버냉키 의장과 벌인 인플레이션 논쟁에서 사실상 승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크루그먼 교수도 "QE3를 단행한 버냉키 의장이 경제 성장과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것을 감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어느 정도 물가 상승을 허용하면 장기적으로 돈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며 "가계나 기업이 현금을 쥐고 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소비와 투자에 나서면 경기 회복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은 달러화 약세를 유도해 미국 제조업체 수출경쟁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 "QE3가 이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 개선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등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4년 지났지만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아시아 신흥경제도 주춤거리는 등 세계 경제가 아직도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도 "가계 디레버리징이 상당 부분 진행된 데다 주택시장까지 회복되고 있어 미국 경제가 앞으로 지속적인 개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무제한 국채 직매입 프로그램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사실 유로존 문제는 재정위기가 아니라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 위기"라며 "스페인 등 어려움에 처한 유로존 국가들이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개혁을 통해서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크루그먼 교수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대규모 내적 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라며 "스페인 등 위기국들이 과거 호황기 때 과도하게 올려 놓은 명목임금과 고비용 구조를 유로존 핵심국가인 독일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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