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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League. - 2부 Work
작성자늙은왕자 작성일2020-01-11 18:43:31 추천3 조회544

01. 약조캐는 노인

나이든왕자는 착륙한 곳이 어딘지 몰랐다.
주변은 그저 바위언덕, 빽빽한 나무와 무성한 풀들.
'전에 지구에서 만난 사람은 비행기조정사였어. 그사람은 나를 많이 이해 해주었지.'
나이든왕자는 오랫동안 바위언덕, 나무와 수풀을 헤치며 몇일을 걷다가 저 멀리
있는 노인을 만났다. 백발에 좋은 인상을 가진 노인은 왕자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에서 왔길래 이 험한 산중에 홀로 다니지? 나는 약초를 캐며 산중에 홀로
사는 자연인이야." 무슨말을 할지 몰라 왕자는 그저 듣기만 했다. "몹시 힘들어
보이네, 집에가서 밥이나 먹고 좀 쉬었다가지."
노인의 집은 황토로 벽을 쌓은 조그만 오두막이었다. 피곤에 지친 왕자는
잠이들었다. 꿈속에서 멀어진는 소행성612, 아련한 왕비와 공주들, 장미꽃…

잠에서 깨어나자 노인은 걱정스러운듯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몹시 피곤했나봐,
그동안 잠만 잤으니... 자네 얼굴을 보니 무슨 사연이라도 있구만. 이험한 산중을
홀로 걷고 있으니." 노인은 아침에 산중으로 갔다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왕자는 하루종일 하늘을 바라보며 홀로 있었다.
노인을 믿기로 한 왕자는 노인에게 밤하늘을 가르키며 "저는 저쪽 별들 중에서
소행성B612라는 별에서 왔어요." 그리고 B612에 대한 것과 왕비와 공주, 장미꽃과
여행중 들렸던 별들 이야기, 마지막으로 도움이 필요한 별의 기근에 대해서도.
노인은 듣기만 했다. 몇일 동안 노인은 평소와 같이 산중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느날
노인은 "나는 자네를 지켜보았지. 처음에는 뭔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은 세월의 흐름 속에 경험으로 보는 눈이 조금씩 쌓이지. 정확히 알지를 못하지만
믿기로 했지. 나와 자네의 만남은 운명일지도 모르거든.나도 시간이 지나면 고향별로
떠나게 되겠지. 자네 별 옆이면 좋을 거야. 그런데 현재 나의 능력으론
자네를 도와줄 수가 없구만. 길을 따라가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게 될 거야.
도와줄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아보게." 몇일후 왕자는 길을 찾아 노인곁을 떠났다나이든왕자는 바위, 나무들, 무성한 수풀을 헤쳐 산을 내려 갔다.
드디어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이어지는 길을 발견했다. 몇일 동안 길을 따라
계속 걷기만 했다. 걷는 사람이 한명도 없던 산길에서 사람들이 가끔 다니는
들판길로, 사람과 자동차가 다니는 길을 따라, 사람과 자동차가 분리된 길을
따라서. 사람이 다니는 길을 인도라 하고 자동차가 다니는 길을 차도라 했다.
길은 평지뿐만 아니라 지하에도, 공중에도 있었다. 가끔 한채씩 보이던 집은
점점 산의 나무처럼 빽빽해 지더니 사람들이 여러층 겹쳐 사는 건물로 변했다.
왕자는 도시로 향한 것이다. 도시에 도착하자 지하도의 널직한 공간 구석에서
잠이 들었다.

02. 긴머리거락 사나이

"야 임마! 누구 맘대로 남의 자리에서 잠을 자는 거야!" 화가 잔뜩 들은 고함소리.
잠에서 깨어난 왕자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지저분한 사람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 지하에도 각각 공간마다 주인이 따로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냥 잠자게 놔도, 너도 처음에는 그랬잔아." 나즈막하지만 위엄 있는 목소리.
그러자 소리를 지르던 지저분한 사람은 조용히 사라졌다. 무리중 앞에 서 있는
남누하지만 긴머리가락에 안경을 낀 처격이 좋은 사나이. 그가 말했다.
"각자 자리마다 주인이 따로 있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이런 곳에 있을 사람
같지는 않고 너는 누구야?" 놀란 왕자는 그 남자를 쳐다보자 순간적으로
산중 약초노인의 말이 떠올랐다. "도시로 가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거야.
절대 함부로 먼저 말을 하지말고 관찰하고 판단해야해." 그래서 쳐다보다 고개를
숙였다. "처음이라 말을 못하는구나. 그냥 쉬고 있어." 몇일 동안 그 자리에 머물며
사나이를 관찰했다. 긴머리가락 사나이도 왕자를 천천히 관찰했을 것이다.
지하공간의 리더였다. 같이 밥을 먹고 말하고, 웃고, 고민하고 명령도 하는...
그들은 신뢰하는 한가족 같았다.

처음으로 왕자는 "저의 유일한 즐거움은 저녁노을의 달콤한 풍경이었어요." 그리고
소행성B612, 백성인 왕비와 어린공주들, 별의 위기, 사막에서 만났던 여우 이야기,
약초캐는 노인 이야기 등 그에게 들려 주었다. 처음에는 황당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한참을 생각후 진정되자 말했다. "네 말이 사실인지, 사실이라 믿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라면 너는 일을 해야 할거야. 사람들은 네 말을 믿지도 않고,
네 별을 도움줄 수도 주지도 않으며 아마 너를 정신병자 취급할거야. 너를 도울 방법이
딱 하나 있지. 내일 길을 따라가 그리고 '거리의 천사'를 찾아. 그에게는 방법이 있을지
몰라!" 그리고 다 되었다는 듯이 지그시 웃었다. 다음날 사나이가 가르켜준 길을 따라
도시를 향해 왕자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희망을 머금은 밝은 표정으로 '도시의
천사'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