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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GMO, 반대만이 최선인가?
작성자이성곤 작성일2017-04-24 10:14:29 추천0 조회1505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 이성곤

최근 5월 장미대선과 관련하여 농식품분야 공약의 하나로 GMO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GMO 연구개발 중단, 완전 표시제 시행, 학교급식 배제 등 전방위 압박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GMO는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약자로 통상 “유전자변형생물체”로 번역·사용되고 있으나 GMO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유전자조작생물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사전적으로 현대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생물종의 유전물질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생물체를 포괄적으로 말하며, 농업분야에서는 기존 종간의 교배육종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장점때문에 농산물의 생산량 증대, 품질 향상 등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GM작물의 역사는 2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1994년 미국에서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처음 상용화된 후 1996년에 제초제 저항성 콩 등의 재배가 시작되었다. 현재는 29작물 385품목의 상업화가 승인되어 전세계 29개국 세계 농경지의 10%이상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450억불 종자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GMO 농산물은 각국의 규제당국으로부터 인체(식품) 및 환경에 대한 위해성심사를 거쳐 안전성을 승인받아 67개국에서 식품 및 사료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곡물자급률 23.8% 수준인 우리나라는 사료 및 식품가공용으로 콩, 옥수수, 면화, 감자, 카놀라, 사탕무, 알팔파 등 7작물에 대해 매년 약 10백만톤의 GM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이 17작목 146종, 대학 및 민간이 40작목 200여종을 연구개발 중에 있으나 대부분이 초기단계인 유전자 개발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기술수준 또한 최고기술 보유국 대비 낮은 수준에 있어 보편적인 실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GM작물이 상업화 된지 20년이 지난 지금,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에 있으며, 최근 일부 소비자, 농업인단체 등을 중심으로 GMO 개발 및 상용화 반대 활동이 증가되고 있다. GMO 개발역사가 짧아 장기간 섭취 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거나, GM작물 시험재배 중 꽃가루, 새 등에 의한 주변 농경지로의 유전자 오염에 따른 농가피해, 생태계 교란 가능성 등을 제기하면서 인터넷, SNS 등에서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GMO에 대한 과학계의 입장은 무엇일까? 유전자변형기술과 일반육종기술은 둘다 유전자 구성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다만 일반육종은 교배를 통하여 원하는 특성을 부여하는 반면 유전자변형기술은 원하는 유용유전자를 골라 직접 도입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2016년 미국 과학한림원(NAS)에서는 지금까지 연구된 900여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GM농산물은 인체와 환경에 대한 위해성이 없다고 발표하였다. 노벨상 수상자 108명은 지금까지 GMO 소비가 인간이나 동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는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하였다. 한편, 국내 생명공학 5개 학회와 식품관련 9개 학회 등은 농업생명공학 연구 개발은 기후변화 대응과 우리 농업의 고부가 첨단 산업화에 필요한 핵심대안으로 위축,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발표한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GM농산물을 직간접적으로 먹고 있는 소비자는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소비자의 감성을 터치하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과학계 전문가 집단의 목소리가 묻혀 버리고 있는 느낌이다. 과학과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과학은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증명하는 확률 기반 영역으로, 집단을 위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회학과는 다른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역을 한군데 모아놓고 동일한 관점으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물론 과학자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하는 의무가 없지는 않지만, 과학문제와 사회문제는 구분해서 토론이 진행되어야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건설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본다.
유전자가위, 합성생물학 등으로 진화되고 있는 생명공학기술은 인류의 건강과 식량, 에너지 분야에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의 농업생명공학기술은 선진국 대비 79% 수준으로 6년 정도 뒤쳐져 있다고 한다. 2030년경 도래할 바이오경제시대를 말하기엔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GM농산물의 상용화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서 해야 하지만 기술개발 자체를 중단해서는 안된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쇄국정책의 末路는 엄청난 대가를 치뤄야 하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요즘 우리는 출처가 불분명한 불량 식품정보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20년 가까이 다양한 식품정보를 알려온 식품학자인 이한승 교수는 최근 그의 책 「솔직한 식품」에서 "비위생적인 식품은 있어도 근본적으로 불안한 식품은 거의 없다. 나쁜 식품이 문제가 아니라 비위생적으로 만든 식품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세상에 100% 안전한 식품은 없다. 그것이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과 공기라 할지라도 말이다. 사전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요소를 발굴하여 안전기준을 설정하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결과에 근거하여 위해요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안전관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한미 FTA가 지난 5년간 양국에 이익을 가져왔다는 내용의 언론기사를 본적이 있다. 그당시 한미 FTA가 망국의 지름길이라고 자극적인 주장을 했던 사람들은 왜 입을 닫고 있는지 모르겠다. 5년은 기간이 짧아 지금은 알 수 없다고 말할 것인가?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라면 최소한 본인들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입장표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향후 일어날지도 모를 위험에 대해 논의하고 대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려와 걱정에만 함몰되어 미래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을 떠나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국민 감성에 기댈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분석과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