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술은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안녕하세요? 용인서부경찰서 수지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순경 손호성입니다. 이번에 저희 경찰쪽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주제로 소란난동행위 관련 홍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활동의 일환으로 이렇게 기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민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D



이하 본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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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술은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딩동댕동~(신고가 들어오는 효과음)
no.***** 남자 두 명이 버스정류장에서 자고 있다고..
no.***** 남자1, 여자1 이라고..(재신)
no.***** **아파트와 **가게 옆 이면도로에 주차된 차 옆에 사람이 쓰러져 자고 있다 밤이라 어두워서 차에 밟힐 것 같다..
no.***** 술 취한 사람이 교회 안으로 들어왔다..
no.***** 여자2명이 술잔을 깨고 옆자리 손님과 시비중이다..

...

“선생님 일어나세요!  집에 가셔야죠!”, “가만히 계세요!”, “그만하세요!  경찰이잖아요!”,  "왜 힘을 쓰고 그래요!" ......

“뭐 어쩌라고?”, “꺼지라고 xx들”, “내가 x같애?  그렇게 쉬워?”, “민중의 지팡이가 내게 이래도 돼?”, “월급쟁이들 너희 돈 벌려고 이 짓 하지?”, “사명감 없냐?”, “이쪽이랑 무슨 사이야?” ......

...

이미 만취상태라 이성을 잃어버려 합리적인 사고가 어려운 분들..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달래다가 이렇게 한 번씩 분출해야만 또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안타까운 분들이지만 매번 챙겨드리고 이야기를 들어 드리고 달래주는 반복되는 일들에 점점 지쳐만 간다.  이해가 잘 되지는 않지만 삶이 힘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욕하고 부수고 때리며 자신의 화를 타인에게 전하는 그 행위들은 분명 가벼운 조치만으로는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이런 주취자들이 많은 것 같다.  음주 상태와 같은 심신 미약자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태도와 법관의 재량으로 형을 줄여주거나 면해줄 수 있는 작량감경이라는 제도 때문이기도 하다.  비록 그 취지는 좋았겠지만 이 제도를 악용하여 죄를 저지르고도 가벼운 처벌을 받는 나쁜 관행이 지속되다보니 이제는 술을 면죄부 마냥 이용하고 술을 먹고 실수한 것 가지고 너무하다며 스스로를 변호한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이미 2013년에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3항에 관공서주취소란 행위에 대한 처벌이 신설되어 전보다 더 강한 조취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비정상의 정상화란 취지로 이런 소란난동행위에 대한 적극적 대응 및 사후 관리에 중점을 두고 근무하고 있으며 이 기고와 같은 소란난동행위 관련 홍보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방법들을 하나씩 적용하고 지속한다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너그러운 관용을 바라는 인식이 사라진다면,  개개인이 술을 마시기 전에 스스로를 경계하고 조절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될 것이고 주취소란에 경찰력이 낭비되는 일이 줄어들어 좀 더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정상적인 사회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은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닌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바람직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고,  다른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주취소란행위가 근절되도록 시민들 스스로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연말연시 그리고 슬슬 따뜻해지는 날씨와 함께 늘어나는 주취자 관련 신고건수들.  오늘은 시민들에게는 즐거운 불금(불타는 금요일)이지만 우리 경찰관들에게는 긴장되는 불금(불안한 금요일)이다.  부디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본다.

2016. 3. 11.
용인서부 수지지구대 순경 손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