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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금수저다. (Yes, I am a Gold spoon.)
작성자정다은 작성일2015-12-23 16:11:30 추천0 조회1459

세상이 흉흉하다. 아침마다 걸쩍지근 잠에서 깬다. 불길한 기운이 가득하다. 자살공화국에 이어 헬조선까지. 이 땅의 청년들이 수시로 죽어 나간다. 나는 어찌 사나. 나는 어찌 사나. 흙수저인 나는 어찌 사나.

잠시만
잠시만
잠시만

내가 흙수저인가? 얼토당토않다. 내 나이 27. 현재 무직. 부모 잘 만나 백수 신분 3년이 넘어가도 그 흔한 매질 한 번 안 맞았다. 계속되는 엄마의 잔소리와 사라진 국에 가끔은 성이 나기도 하지만 허참, 찬 밥에 멸치볶음 하나면 나는 좋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한 끼다. 그래, 바로 내가 금수저다.

세상은 살만하다. 살아보니 더욱 살만해진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잘생긴 흑인 아저씨가 대통령이 되었다. 먼 나라 이웃 나라 동성애도 합법화되었다. 미쳐 날뛰는 테러범들 속에서도 아랑곳 않고 멋지게 일어서는 파리지앵들도 있다. 가장 살만해진 것은 단 1시간 만에 쌍꺼풀 수술로 수박 된 내 모습이다. 붓기는 또 어찌나 빨리 빠지던지, 성형이 내 체질인 줄 알았다.

취업 준비에 도움이라도 될까 받아본 4개의 신문은 내게 세상을 보여준다. 세상이 흉흉하다고? 음, 어쩌면! 하지만 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체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와 나눔과 희망이 넘치는 낙천적 세상을 한 페이지 페이지마다 보고 있다.

히말라야 정상에서 웃고 있는 엄홍길 대장의 큼지막한 사진을 본다. 곧 성인으로 추대될 테레사 수녀 의 소식에 위대한 영혼을 느낀다. 매년 기부할 것을 약속하는 폐지 줍는 할머니에게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내 마음을 유년기로 돌려놓는 동시에 미소 짓는다. 박물관에 가지 않아도 미라 사진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비너스 그림에 넋을 읽는다. 매일 반복되는 멋진 광고 문구에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지 영감을 얻는다.

나는 금수저로 태어났다. 앞으로도 금수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감히 내 수저에 색깔을 결정하는가. 선택은 내가 한다. 세상이 아니다. 내가 살아갈 세상은 내가 선택한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