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자


매일경제가 주최하는 제 16회 세계지식포럼에 참가했다. 20일부터 3일 동안 열리는 포럼참가비로 330만원을 지불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 포럼은 한국의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릴 만큼 질과 양적인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포럼이었다. 당대의 세계 석학들이 모여 시대의 흐름을 재조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나라만의 입장에서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시각에서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올해의 주제는 ‘시대정신을 찾아서('Mapping the Zeitgeist')로 장충체육관과 신라호텔에서 동시에 열렸다. 토니블레어 전 영국총리의 기조강연과 노벨상 수상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폴케네디 예일대 교수,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후안강과 리시광 칭화대 교수, 리처드 쿠 노무라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와타 가즈마사 일본 경제연구소 소장, 윌리엄 페섹 경제칼럼니스트 등이 참여했다. 또 리언 페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엔비 공동 창업자, ‘미움받을 용기’의 공동저자인 기시마 이치로와 고가 후키타케, 네이선 넌 하버드대 교수, 팀황 피스컬노트 CEO 등이 참여했다. 이번 포럼에 참여한 연사와 토론자는 모두 241명으로 매머드급 행사였다.
오전 8시 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빽빽하게 짜여진 스케줄은 오랜만에 머리에서 쥐가 날 만큼 새로운 지식의 향연에 빠져 들게 하였다. 런던과 상해에서 공부한 적이 있고 16년간의 기자 생활과 7년여 간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생활을 해오면서 그나마 세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고 자부했던 필자의 생각을 완전 뒤바꿔 놓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를 꾸준히 공부해온 필자에게 이번 포럼은 많은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세계 석학들과 자신의 분야에서 탑을 이룬 이들이 내뿜어대는 지식의 보따리는 마치 스펀지처럼 물을 담아내기에 바빴다. 그만큼 시대에 뒤떨어지게 살아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직도 영어의 시대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강연과 토론은 영어로 이어졌다. 비영어권인 한국과 중국, 일본 참석자들도 대부분 영어로 강연을 하거나 토론을 하였다. 그 중에는 유창한 영어솜씨로 빛을 내는 경우도 있었고 영어실력 부족으로 토론을 망치는 경우도 있었다. 모든 세션에는 통역이 준비돼 서툴 경우 자국 언어로 해도 되는데 영어로 하다가 망신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영어를 알면서도 굳이 자국 언어를 강조하는 경우도 볼 수 있어 국제무대에서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보는 느낌이었다. 국내 관료와 학자들도 영어실력에 따라 그네들의 실력이 평가될 정도로 영어의 위력은 아직도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로 다가온 것은 부상하는 중국의 힘이었다. 필자는 1998년 4월 런던에서 열린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인 아셈2에 취재자격으로 참가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주용기 중국총리가 참석해 모든 언론이 그에게 집중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최초로 떠오르는 중국을 목격하고 필자도 중국 유학을 결심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일반 학자들이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중국의 힘을 보여 주었다. 미국과 더불어 초강대국 대열에 합류하는 그네들의 모습에서 한국의 생존선택이 고민거리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같은 세션에서 미국학자와 중국학자가 서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은 국제사회에서의 힘의 작용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세 번째로 느낀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으로 당분간 세계경제가 불확실성을 벗어나지 못해 힘들어 질 것이라는 것과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의 패권다툼이 점점 강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주변국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이미 미국 주도의 TPP와 중국 주도의 AIIB가 충돌하고 있고, 양적완화에 따른 후폭풍, 저금리와 저유가 등 복잡한 상황에서의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안에서만 치열하게 싸우는 형국이라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토니 블레어 전총리가 제안한 것처럼 유연하고 열린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번 포럼은 참가자 수나 내용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고 생각된다. 매해 10월 세계 석학들이 모여 세계의 흐름을 진단하고 더 발전적이고 안정된 지구촌을 만들려는 노력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세션 마지막 날 오픈세션으로 일반인들도 참여하게 만든 것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번 세션 중 가장 많은 3천5백명이 청중이 모여든 ‘미움받을 용기’ 저자와의 시간은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며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도록 지혜를 주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거시적인 문제만 다뤄왔다면 앞으로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미시적으로 다룰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